주간동아 826

2012.02.27

“친이-친박 싸우면 총선 가망 없다”

공천 앞두고 엎드린 이재오 의원 동행취재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2-27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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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이-친박 싸우면 총선 가망 없다”
    “내가 서울에 올라온 지 50년, 그중 43년을 은평구에서 살았어요. 그리고 30년을 한 집에서 살았고요. 장관 때도 그랬고, 이렇게 매일같이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돌아요. 은평은 제 손바닥 보듯 훤하죠.”

    2월 22일 오전 6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각에 홀로 집을 나선 이재오(67) 의원은 서울 은평구와 자신의 오랜 인연을 언급하며 트레이드마크인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옷차림에서 새누리당과 그 전신인 한나라당이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새누리당 상징색인 붉은색 점퍼에 한나라당 상징색이던 파란색 목도리를 두른 것.

    “지역에서 인정받는 사람 공천해야”

    그가 은평구에 얽힌 오랜 연고를 강조한 데는 그를 둘러싼 새누리당 공천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새누리당은 2월 20일 서울 은평을을 단수후보 선거구로 지정했다. 단수후보 선거구 지정은 이 의원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경선 없이 쉽게 공천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공천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가 ‘단수후보가 경쟁력이 없다’며 하루아침에 전략 공천 지역으로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2인자로 당내 친이(친이명박)계를 이끈 이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다. 더욱이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4대강 전도사’인 그를 직접 겨냥해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주도했던 친이계의 좌장인 그가 19대 총선 공천심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말을 아끼며 묵묵히 동네 ‘한 바꾸’(이재오 의원 표현)를 도는 데는 이 같은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두 달에 대한 평가, 새누리당 공천, 경제민주화 등 총선 공약, 그리고 야권 대선주자에 대해 연달아 질문했지만 그는 정치 현안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다만 “공천 과정에 친이, 친박(친박근혜) 갈등이 재현되면 총선은 가망 없다”고만 강조했다.

    ▼ 은평을이 단수후보 지역으로 지정됐는데, 공천을 자신합니까.

    “가봐야죠. 후보가 확정돼봐야….”

    ▼ 박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내 주류였던 친이계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공천 과정에 친이계가 몰락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친이니, 친박이니 하는 얘기가 공천 과정에 다시 나와선 안 되죠. 지역에서 인정받는 사람, 당선 가능한 후보를 공천해야 해요. 친이, 친박 그런 얘기가 공천 과정에 또 나오고 갈등이 재현되면 총선은 가망 없어요.”

    ▼ 공천과 관련해 당에서 연락은 받았습니까.

    “현역의원은 면접을 안 한다고 하니까…. 난 아직 얘기 못 들었어요.”

    ▼ 2월 2일 박 비대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난을 보냈죠. 친이, 친박 화합의 표시입니까.

    “(생일) 하루 전날 의원회관 사무실에 박 비대위원장이 보낸 생일축하 난이 왔어요. 그래서 답례 차원에서…. 나는 음력 생일을, 박 비대위원장은 양력 생일을 지내는데, 올해 우연히 같은 날이 됐어요. 먼저 생일 축하 난을 받았으니, 답례 차원에서 보낸 겁니다.”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난을 교환한 박 비대위원장과 이 의원의 향후 관계는 이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 껴안기’ 차원에서 박 비대위원장(공식적으로는 공심위)이 그의 공천을 확정하면 생일에 주고받은 난은 ‘화합과 화해의 상징’이 될 터. 그렇지만 공심위가 서울 은평을을 전략 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며 이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면 ‘이별의 징표’가 될 공산이 크다.

    친이계가 주도한 한나라당 18대 총선 공천 때 측근이 대거 낙천해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은 박 비대위원장이 4년 만에 당권을 장악한 현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과연 이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권’을 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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