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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용산역세권 개발 바벨탑 무너지나

자금조달 난항으로 좌초 위기 … 사업 무산 시 엄청난 후폭풍 예고

용산역세권 개발 바벨탑 무너지나

용산역세권 개발 바벨탑 무너지나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될 코레일의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의 아파트들. 하지만 사업자인 드림허브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북한강 성원아파트엔 출입이 금지된 이들이 있다. 바로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이하 드림허브) 직원들이다. 주민이 아닌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아파트의 일반적인 속성이긴 하지만, 특정한 이를 지칭해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원천 봉쇄하는 점이 남모를 사정을 암시한다.

“서민재산 강탈하는 개발사업 결사반대.”

“오세훈 독재개발 더 큰 용산참사.”

성원아파트, 대림아파트, 동원베네스트 등 일명 서부이촌동 아파트 일대는 3년째 전시 상황이다. 8개동 아파트 외벽 곳곳에 붙은 현수막에서 알 수 있듯 서울시와 개발사업자에 대한 적개심이 강하다.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CCTV가 시시각각 출입자를 감시하는 모습에선 살벌함마저 느껴진다. 2007년 서울시가 용산역세권 통합개발을 선언하면서 촉발된 주민들의 반발은 3년이 지났건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년 지나도 계속되는 주민들 반발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이 엄청난 보상을 바라는 부도덕한 사람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행위에 화가 납니다.”

성원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김갑선(65) 위원은 “진정으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용산역세권 개발은 용산구 한강로 일대 56만6800㎡를, 152층의 초고층 건물 ‘드림타워’ 등 각종 오피스와 쇼핑몰이 즐비한 국제업무지구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31조 원에 달해 총사업비 기준으로 잠실 제2 롯데월드(2조 원)의 14배, 4대강 정비사업(14조 원)의 2배에 이른다. 36만 명의 고용 창출과 67조 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기대되는 ‘단군 이래 최대 도심 개발사업’이다.

용산역세권 개발이 확정된 뒤 용산을 비롯한 서부이촌동 일대는 ‘평당 1억 원을 웃도는 금싸라기 땅’이라고까지 불렸지만 정작 해당 주민들은 탐탁지 않아 했다. 지은 지 3~15년밖에 안 된 아파트를 허물려는 것도 문제였지만, 개발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주민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에 거세게 반발했다. 대림아파트 주민 김재홍(45) 씨는 “삶의 터전을 재개발하는데 주민들에게 어떻게 보상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으면서 일단 개발에 동의하는 도장부터 찍으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07년 8월 30일 분양권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이주대책 기준일’이 발표된 이후 매매 거래가 자취를 감추자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용산역세권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자들은 주민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였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명실상부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들려는 서울시, 막대한 개발이익을 원하는 투자자들 그리고 토지매각 대금으로 일거에 고속철도 건설부채(4조5000억 원)를 갚으려는 코레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장밋빛 전망이 넘칠 때만 해도 이들의 연결고리는 견고해 보였다. 초호화 건물을 지어 팔면 수조 원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2007년 당시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은 5조8000억 원으로 평가된 토지를 이보다 훨씬 높은 8조 원을 입찰에 써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자신만만했다. 서울의 마지막 대박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는지 무려 30개의 회사가 참여해 용산역세권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 드림허브를 만들었다(상자기사 참조).

부동산 침체로 수익성 하락

용산역세권 개발 바벨탑 무너지나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무작정 사업을 밀어붙인다”며 서울시와 개발사업자에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사업 초기 빌딩 구매 의사를 밝혔던 글로벌 기업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빌딩 매각 가능 금액이 기대를 밑돌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거기에 서울시가 주차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연면적이 33만㎡ 감소하고, 4000억 원 상당의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수익은커녕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견고했던 사업자들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토지대금 납부를 두고 문제가 터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 드림허브는 지난해 3월 계약금 일부와 중도금, 분납이자 등 6437억 원을 미납했다가 85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하고 나서야 겨우 해결했다. 하지만 올 3월 납부가 예정됐던 7000억 원에 이르는 중도금과 계약금을 또다시 내지 못했고, 하루하루 이자만 쌓이는 실정이다.

토지 계약이 이뤄져야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아 정식 사업자가 돼 해당 지역에 대한 보상작업과 인허가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PF에 의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삼성물산 등 건설투자자들은 올 초부터 ‘출자 지분에 따른 자금조달 방안’마련에 불을 지폈다.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 그리고 땅주인인 코레일이 이를 애써 무시하며 잠복해 있던 불씨가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6월 22일 드림허브 이사회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면서다. 당시 이사회에서 삼성물산은 ‘용산 사업의 정상화 및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부동산시장 사정과 주차상한제, 광역교통개선부담금 등 추가 비용 발생으로 수조 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수익성을 높이는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은 △ 코레일 부지에 대한 토지대금 9조2554억 원 중 중도금 전액인 4조7000억 원을 준공시점까지 무이자로 연기 △ 용적률을 기존 608%에서 800%로 상향 조정 △ 부족 자금은 출자사 지분별로 2조 원 증자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개발 등 전략적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당초보다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3조 원대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늘 있는 문제 제기였지만, 이런 사항이 외부로 유출돼 용산역세권 사업의 무산 가능성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코레일이 발끈하고 나섰다. 7월 5일 코레일은 “지난해 10월 말 계약을 일부 변경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삼성물산이 무리한 계약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시행자가 부도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계약조건 변경은 없다”며 7월 16일까지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탐욕에 눈멀어 밀어붙이기

일견 땅주인인 코레일과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싸움으로 비치지만 실상은 삼성물산으로 대표되는 건설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 및 전략적 투자자에 코레일이 가세, 자금조달 방식을 놓고 의견 대립을 하고 있다. 막대한 개발이익 앞에선 하나가 됐지만,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에 처하자 누구도 선뜻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지 않으면서 사업자 간의 견고했던 고리는 허무하게 끊어졌다.

삼성물산은 건설 투자자들이 시공사인 동시에 지분을 가진 시행사이므로, 증자 등으로 2조 원을 조달해 출자 지분만큼 부담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코레일과 전략적 투자자, 재무적 투자자들이 “PF의 관례상 시공사(건설 투자자)가 지급보증을 서서 사업비를 대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과거 시공사가 PF 지급보증을 해온 것은 맞다. 하지만 그때는 시공사 수가 많아봐야 3군데로 책임소재가 명확했다”며 “드림허브는 30개사가 있다 보니 사업이 잘못될 경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용산역세권 개발 바벨탑 무너지나

지난해 10월 코레일과 드림허브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 사업 추가합의 조인식’을 갖고 사업변경안에 합의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왼쪽)과 드림허브 김기병 대표이사.

계획대로라면 올해 착공해 늦어도 2018년까지 전체 사업이 완공돼야 하지만, 사업 추진이 사실상 전면 중지되면서 사업자 재선정이라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드림허브의 최대 주주인 코레일이 삼성물산 등 건설 투자자들에게 지급보증을 강제하려고 해도 뾰족한 근거 조항이 없다. 시행사의 지급보증은 PF상 관례였을 뿐, 실제 건설 투자자들이 지급보증을 서게 하려면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사업 규약을 바꿔 이를 명시해야 한다. 사업 규약을 바꾸려면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삼성물산 측의 이사가 2명 있는 상황에서 규약을 바꾸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칫 사업이 무산될 경우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장 드림허브는 채무불이행 상태에 처하고, 출자자들은 지분율에 따른 손실을 보게 된다. 드림허브의 자본금 1조 원은 물론 토지대금 계약금인 4400억 원도 위약금 형태로 떼인다. 그동안 전매 제한으로 재산권상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간접적 피해다. (주)닥스플랜 봉준호 대표는 “용산역세권 개발이 무산되면 서울 상암동의 서울라이트 등 20여 곳의 PF 사업이 신뢰도를 잃는다. 시행사가 정해졌지만 땅값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온 삼성물산은 브랜드 신뢰 저하 등 유무형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선 코레일과 삼성물산 어느 쪽도 사업이 좌초할 때까지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7월 12일 코레일이 제시한 데드라인까지 자금조달 방안 마련을 위한 이사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날 이사회는 과반수 성원을 채우지 못해 열리지도 못했다. 이사회가 무산되면서 자금조달과 관련된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다.

주민들의 반발은 무시한 채 사업을 밀어붙이다 자금조달 문제로 용산역세권 개발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자기들끼리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사업이랍니까? 설사 자금조달안을 마련해 다시 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선 어림도 없습니다. 탐욕 때문에 철저하게 따져보지 않고 밀어붙인 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복잡한 지분으로 얽힌 드림허브

30여 개 회사 지분 수유 … 이해 엇갈려 잦은 충돌


용산역세권 개발 바벨탑 무너지나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 드림허브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로, 용산역세권 사업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총 30개의 회사가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 중 코레일이 25.0%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다. 서울시 SH공사도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70.1%는 모두 민간 소유다. 롯데관광개발(15.1%)을 비롯한 미래에셋, 삼성SDS, KT&G, CJ, 신라호텔 등 6개 전략적 투자자(SI)가 26.54%를 소유했다. 또한 KB자산운용(10.0%)을 포함한 푸르덴셜, 삼성생명, 우리은행, 삼성화재 등 5개 재무적 투자자(FI)가 23.65%의 지분을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삼성물산(6.4%), GS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산업, 포스코 건설 등 17개 건설 투자자(CI)가 20.0%의 지분을 소유했다.

코레일, 삼성물산, KB자산운용, 푸르덴셜, 에버랜드의 대표자 10명으로 구성된 드림허브 이사회는 용산역세권 개발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의결한다.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지분을 갖고 있다 보니 그간 의견충돌로 내부갈등을 빚어왔다. 의결된 사항은 용산역세권개발(주)이라는 자산관리회사(AMC)가 시행한다. 삼성물산이 45%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이며 삼성물산, 코레일, 롯데관광개발 3개 회사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운영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0.07.19 746호 (p24~26)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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