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0

2010.06.07

상암洞 기적으로 세운 ‘구세군 빌딩’

후생원 부지 매각 충정로에 지상 17층 최신식 건물 완공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6-07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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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암洞 기적으로 세운 ‘구세군 빌딩’
    구세군 대한본영(이하 구세군) 사관들이 연말에 붉은 자선냄비를 걸고 종을 흔들며 불우이웃 돕기를 권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그 때문일까. 구세군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구세군 한국선교 100주년 기념빌딩’을 짓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지상 17층 규모의 최신식 빌딩이 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 옆에 들어서자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자선냄비 성금으로 짓나?’ 하며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세군 빌딩 신축에 국민이 낸 성금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자선냄비 모금액 전액 불우이웃 돕기

    빌딩 신축에 들어간 돈은 630억여 원(토지 매입 비용 포함). 그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구세군 측은 “구세군 자산과 구세군 신자의 헌금”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2월 구세군은 마포구 상암동 산13-2번지 일대 후생원 부지 1만8500여m2를 매각했다. 여기서 나온 돈이 무려 850억여 원. 상암동 부지는 구세군이 1969년 서대문구 북아현동 구세군교회를 팔고 헐값에 산 것으로, 당시 상암동은 ‘파리 날리는 쓰레기 매립지’였다. 구세군 이기용 자산부장은 “부동산 업자들도 상암동이 금싸라기 땅으로 변할 줄 몰랐다. 하나님의 기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회사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상암동이 당시 낙후지역이지만 잠재성 있는 땅이었다. 한강 언저리인 데다 도심과 가깝다. 서울시가 상암동 개발계획을 잘 짜 가치가 크게 오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런 구세군의 해명에도 ‘호화 빌딩’에 대한 비판은 남아 있다. 자산 매각 비용을 더 좋은 일에 쓸 수는 없었냐는 것. 구세군 측은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신자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건물이다. 충정로 부지도 1908년 선교사관들의 숙소와 혜천원, 아현영문이 있던 의미 있는 곳이다”며 해명했다. 구세군 빌딩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두 구세군 운영사업에 쓴다.

    흔히 구세군을 ‘연말 한철 모금활동을 하는 단체’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다양하다. 구세군은 (재)대한구세군유지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 구세군복지재단, 학교법인 구세군학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전국적으로 636개 교회와 복지시설을 통해 복음 선교와 사회복지 사업에 힘쓰고 구세군 사관학교, 인평자동차정보고등학교 등도 운영한다. 총 사업비는 연간 800억 원 규모다. 자선냄비 모금 운영은 구세군 사업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매년 30억여 원의 자선냄비 모금액은 남김없이 불우이웃 돕기에 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행정안전부의 감시를 받아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구세군 측은 “모금법이 허용한 운영경비도 다 쓰지 않고 불우이웃 돕기에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두 번째 기적은 다시 올 것인가. 건물 짓고 남은 돈 중 일부는 충북 영동의 구세군 백화산수련원 개발에 썼다. 구세군 관계자는 “100년 뒤를 생각하면 야산도 땅값이 뛸지 모르겠다”면서 기대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영동에 천지개벽이 나면 모를까. 서울과 거리가 멀어 힘들 것이다”며 어둡게 내다봤다.

    구세군은 당장의 고민부터 해결해야 한다. 신축 빌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업무시설의 임대 실적이 미미하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충정로는 인근 여의도, 광화문에 밀린다. A급 업무지역은 아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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