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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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실내공기 ‘치명적 공격’

당신을 겨냥한 ‘아파트 질환’ 주범은 건축자재의 화학물질

  • 입력2009-11-05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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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 오염물질 미세하지만 암 유발, 내분비계 교란 우려

    말 없는 실내공기 ‘치명적 공격’
    신축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화학물질은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다양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눈, 코, 목 등에 자극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들 화학물질 때문이다.

    이른바 ‘새집증후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축 아파트의 경우 ‘베이크트 아웃’(baked out·실내온도를 30℃ 이상으로 하루 8시간 가열한 뒤 환기하는 일을 3일 이상 해서 실내 화학물질 성분을 감소시키는 것)을 의무화하고, 실내 마감재나 페인트 등도 화학물질 함유량이 적은 친환경제품을 사용하는 추세다.

    아파트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화학물질들은 실제로 인체에 많이 해롭다. 포름알데히드는 자극성이 있어 불쾌감이나 재채기, 기침 등을 일으킬 수 있고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성 질환, 심지어 암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어린이와 어른들의 천식, 호흡기 질환과 연관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만 아파트 실내공기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가 직접적인 암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없을 뿐이다.

    모든 화학물질은 독성이 있다 해도 실제 얼마만큼 사람에게 노출되는지에 따라 병을 일으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발암성이 있다는 증거는 주로 동물실험을 통해 얻어진다. 동물실험에서는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농도를 투여한다. 이에 비해 실제 일상생활에서 사람에게 노출되는 화학물질은 매우 낮은 농도이므로 질병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암뿐 아니라 천식 같은 질병이 신축 아파트에 이사 온 후 발생했다 해도 그것이 신축 아파트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아파트 실내 유해물질의 농도가 낮은 데다, 유해물질이 실외에서 유입된 경우가 많고 개인차도 크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음식 조리과정에서 생기는 화학물질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천식, 아토피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원인의 하나로 실내 환경오염이 지목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파트 실내 유해물질을 줄이려면 먼저 실외 유해물질 감소가 병행돼야 한다. 실외에서 유입되는 유해물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음식물을 통해서도 전파가 이뤄진다. 세계적으로 매년 200종 넘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합성돼 산업현장에서 사용되고 있고, 그 결과 수많은 화학물질이 우리 일상생활에 침투하고 있다. 아파트 실내의 화학물질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어린이들이다.

    특히 임신 때 태아에게 노출된 화학물질은 나중에 질병을 유발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에 있는 비스페놀A는 암을 유발하거나 인체 내분비계를 교란할 수 있으며, 6세 이상 미국인 93%의 소변에서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물질들이 사람에게 노출되는 수준은 나노그램(100만분의 1g) 정도의 매우 낮은 농도지만, 이런 농도에서도 사람들에게 암을 유발하거나 인체 내분비계를 교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뿐 아니라 2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어린이들의 대뇌 발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하버드대 연구결과도 있다. 때문에 아파트 실내 유해물질이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실내 유해물질뿐 아니라 아파트 외부에서 들어오는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부유분진 등도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트뿐 아니라 도시 전체, 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은일 고려대 의대 교수·보건대학원장 eunil@korea.ac.kr

    실내공기는 실외공기보다 오염 쉽고 최고 100배 이상 위험

    말 없는 실내공기 ‘치명적 공격’

    실내공기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관련 전시회가 늘고 있다.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소한 10억명이 실내 공기오염물질에 노출돼 있으며,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사망에까지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학계에 따르면 실내에서 발생하는 공기오염물질은 입자상 오염물질, 가스상 오염물질, 미생물성 물질 등으로 나뉜다.

    입자상 오염물질로는 미세먼지, 중금속, 석면 등이 있으며 가스상 오염물질로는 물질의 연소과정에서 주로 생기는 일산화탄소와 사람의 호흡에 의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포름알데히드, 라돈(Radon) 등이 있다. 미생물성 물질에는 곰팡이, 세균 등이 포함된다.

    실내 공기오염물질 발생원으로는 연소와 실내에서의 흡연, 오염된 외부공기의 유입 등이 꼽힌다. 최근에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건축물의 밀폐화와 단열화를 위해 사용하는 내장재, 바닥의 소음 저감을 위해 사용하는 카펫 등 건축자재에서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생성되고 있으며, 건축물의 유지와 관리 등의 과정에 사용되는 방향제, 목재 보존제, 왁스 등도 실내공기 오염물질의 중요한 발생원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실내 공기오염물질은 사람들의 호흡기와 순환기에 영향을 미치며, 일부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내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실내공기는 외부공기보다 70배 이상 오염되기 쉽고, 한 번 오염되면 공기가 계속 순환하면서 농도가 높아져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실내공기에 의한 대표적 환경성 질환인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으로 진료받은 인원(중복인원은 제외)이 665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에 545만명이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120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질병별로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3.9% 감소를 보인 반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296만명에서 401만명으로 105만명(35.6%) 증가했고, 천식 환자는 198만명에서 231만명으로 33만명(16%)이나 늘었다. 우리는 하루의 80~90%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지만 실내 환경오염에 따른 인체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실외 오염보다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실내에서 사용되는 건축자재를 주요 실내 환경오염원으로 지정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평가절차를 강화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EU 전체에 통일적인 규제 및 평가기준치를 도입해 건축자재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감소해나갈 계획이다. 미국 환경청(EPA)도 실내 공기오염의 인체 위해성을 인정해 시민의 관심을 환기하는 한편, 실내 공기오염 농도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EPA는 실내 공기오염을 미국이 직면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5대 환경문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폐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내공기가 실외공기보다 건강을 해칠 위험이 크고, 실내 오염물질의 농도가 실외보다 2~5배, 심한 경우는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실내 공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밀폐된 공간의 환기시설을 강화하고(공동주택의 경우 환기량 권고치는 0.7회/시간당), 주기적으로 오염도를 측정해 실내공기 질을 개선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습도는 30~60%, 온도는 겨울철에는 20~23.5℃, 여름철에는 23~26℃를 유지하는 게 좋다. 최근 문제가 되는 이산화탄소(CO₂)의 저감대책도 건축물 내부의 공기오염 감소대책과 병행해 실시하면 쾌적한 실내 유지는 물론, 거주자의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신 한양대 산업의학과 교수 yoonsh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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