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5

2009.09.29

시원한 우유 한 모금, 땀 한 컵 정성 담겼네

목장에서 가정까지, 유제품 생산·유통 생생 체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09-23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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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우유 한 모금, 땀 한 컵 정성 담겼네
    #1 아무리 먹어도 늘 배고프던 열두 살 적. 1979년 9월의 어느 날도 꼬마는 여느 때처럼 부엌 찬장에서 ‘우유 도둑질’에 열심이었다. 당시 미군 PX에서 흘러나온 전지분유는 꼬마에게 유일한 간식이자 최고의 군것질거리. 어머니는 분유 봉지를 고무줄로 꽁꽁 동여매 찬장 깊숙이 숨겨놓았다.

    “이거 진짜 귀하고 비싼 거니까 손대지 마라.”

    하지만 꼬마는 그 달콤, 고소한 맛에 끌려 결국 분유에 손을 댔다. 들뜬 마음으로 고무줄을 조심스레 풀고 막 분유를 입에 털어넣으려는 순간 어머니가 들어섰다. 깜짝 놀란 꼬마의 손에서 떨어진 분유는 부엌 바닥에 흩어졌고 어머니는 그걸 후다닥 손바닥으로 쓸어모았다. 그러고는 흙이 섞인 분유를 입으로 가져갔다. 어머니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가난이 우리 막내를 도둑으로 만들었구나. 다 내 탓이다.” 그날 이후 꼬마는 한동안 우유 제품을 입에 대지 못했다.

    배고팠던 그 꼬마, 목장에 가다



    #2 15년 후인 1994년 가을 어느 날, 어른이 된 ‘꼬마’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가 골다공증 판정을 받았는데 의사가 자식들을 부른다는 것이었다. 형제들은 만사를 제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예순 고개의 의사는 동년배 어머니를 앞에 두고 자식들을 꾸짖었다.

    “자식들 신수는 훤하구먼. 도대체 어머니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뭣들 했어요? 뼈에서 칼슘이 다 빠져나가 골밀도가 형편없어요.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정도라니까. 그리고 아주머니, 아이들 낳고 나서 우유 좀 드시지 그랬어요.”

    어머니가 우물쭈물 입을 여셨다.
    “애들 먹일 우유도 없었는데 내가 어떻게…. 우유 못 먹여서 자식을 도둑 만들 뻔한 못난 어미인데….”
    형제들도, 어머니도, 의사도 눈물을 찍어냈다.
    “제가 자녀분들을 부른 이유는 따로 있어요. 새로운 골다공증 치료법이 나왔는데 비용이 많이 듭니다. 어머님께 말하면 비싸다고 치료를 안 받으실 것 같아서 부른 거예요.”

    병원에서 나온 형제들은 인근 구멍가게의 진열장에 놓인 우유를 멍하니 쳐다봤다. ‘꼬마’는 얼른 우유 한 개를 사들고 와 어머니께 내밀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배고픈 꼬마가 우유 도둑질을 한 지 꼭 30년 만인 2009년 9월 초. ‘꼬마’는 기자 신분으로 우유와 분유가 생산, 배달, 유통되는 전 과정을 취재하게 됐다. 이 회사 저 회사를 수소문하던 기자는 때마침 매일유업이 유제품 제조공정에 대한 소비자 견학행사를 벌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매일유업 홍보팀은 “신종플루 때문에 소비자 견학은 무기한 연기됐지만, 언론사 취재라고 하니 위생 기준을 엄수한다는 조건하에 문을 열겠다”며 어렵사리 승낙했다.

    9월11일 새벽 5시30분, 경기 화성시 팔탄면에 있는 ‘홍원목장’에 도착했다. 매일유업에 원유를 공급하는 목장으로, 면적이 약 23만m²(약 7만평)에 달한다. 아직 어둠이 깔려 있었지만 목장은 젖 짜낼 준비로 분주했다. 널찍한 우리 안에서 놀던 80여 마리의 암소들은 목장장 최교묵(51) 씨가 살짝 손짓을 하자 착유실로 착착 들어갔다. 마치 순번이 정해진 것처럼 질서정연한 움직임이었다.

    “지금 몸 안에 30~40kg의 젖이 들어 있으니 무겁고 불편하겠죠. 초산(初産) 후 첫 착유를 할 때는 애먹지만, 한 번 젖을 짜고 나면 몸이 시원하고 가볍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착유실 문만 열어놓으면 저렇게 알아서들 들어옵니다.”
    이곳 젖소들이 하루에 생산하는 원유는 두당 35~40kg. 젖소를 초지에 풀어놓아 풀만 먹이던 10여 년 전만 해도 두당 하루 생산량은 20kg에도 못 미쳤다고 한다.

    “하루 60kg을 짜내는 놈도 있어요. 우량 소 선발대회에 나가서 1등 하는 소들이죠.”
    홍원목장 신덕현(61) 대표는 1979년 황무지이던 이곳에 목장을 세웠다. 지난 7월로 꼭 30년이 됐단다.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신 대표는 우유 생산공정은 물론, 한국 낙농역사까지 꿰뚫고 있었다. 사람이 휴가를 즐기듯, 젖소들도 가을 한철 목장의 드넓은 초지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뛰어논다. 예전에는 사시사철 초지에 풀어놓고 키웠지만 활동량이 많으면 에너지 소비가 늘고 그만큼 원유 생산량은 줄어들어 10여 년 전부터는 축사 안에서 키우고 있다.

    하지만 말이 ‘축사’이지, 젖소들이 불편 없이 뛰어놀 만큼 크고 넓다. 이 목장은 사료로 쓸 갖가지 풀, 옥수수, 호밀, 연맥 등을 넓은 초지에서 재배한다. 초지에 사용하는 퇴비는 젖소의 배설물을 발효시켜 만든 것. 축사에서 흘러나온 분변은 퇴비장으로 곧장 흘러들어가 자동 발효된다.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자원순환형 시스템. 농약성분이 없는 사료를 먹고 자란 젖소들이라 이곳에서 생산된 원유는 최상등급 품질을 자랑한다.

    카메라와 낯선 이를 경계하는 젖소

    시원한 우유 한 모금, 땀 한 컵 정성 담겼네

    젖소에게 배합사료를 주는 기자. 배합사료는 사람으로 치면 온갖 재료가 들어간 ‘비빔밥’과 같다.

    새벽 6시쯤 드디어 착유가 시작됐다. 착유실에 들어온 8마리의 소는 처음 보는 기자가 낯설었는지 주먹만한 눈 한가득 경계의 기색이 역력했다.

    “직접 손으로 젖을 짜봐도 되냐”고 묻자 목장장 최씨는 손사래를 치면서 “요즘은 자동 착유기가 다 알아서 한다”며 웃었다. 착유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위생관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젖소가 받는 스트레스도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4개의 젖을 동시에 짜니 두 손으로 할 때보다 착유시간도 많이 줄었다.

    소의 젖을 깨끗하게 닦은 뒤 착유기를 젖꼭지에 끼우면 ‘상황 끝’. 목표량을 채우자 착유기는 자동으로 젖에서 떨어졌다. 착유기에 들어온 원유는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집유저장고에 냉온 저장되고 1~2시간 뒤 우유업체 집유차량이 와서 이를 빼간다. 집유차량에 달린 저장탱크도 우유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보냉시설을 갖췄다. 착유가 끝난 뒤 몸에 좋다는 초유를 찾자 신 대표는 “지금은 초산우가 없다”며 “초유가 있다고 해도 살균이 안 된 상태에서 마시면 설사를 한다”고 말했다.

    착유는 2시간여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연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젖소의 목 부분 경동맥이 파르르 떨렸다. 오전 8시가 좀 지나 매일유업의 집유차량이 도착했다. 착유실 바로 옆에 주차한 기사는 손에 익은 동작으로 집유저장고에서 우유 샘플을 떠낸 뒤 항생제나 해로운 세균이 들어 있지 않은지 즉석에서 테스트했다. 합격 판정이 나자 기사는 집유차량에서 호스를 가져와 집유 저장고에 연결했다.

    집유차량이 떠난 뒤 기자가 젖소에게 사료를 건넸지만 소들은 여전히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았다. 몇 시간을 함께 있었으니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그들은 쉽게 정을 주지 않았다.

    “젖소들이 나름 낯을 가립니다. 우리야 새끼 때부터 정이 들었으니까 한눈에 누가 누군지 다 알아보죠. 이름도 붙여줬어요. (첫 착유를 한 지) 10년쯤 지나면 도태(도살)되는데, 그 무렵엔 육질이 안 좋아 대부분 햄 같은 가공육으로 쓰입니다. 도살장으로 끌려갈 때는 정말이지 가슴이 아파요. 참 고마운 동물이잖아요. 살아서는 신이 준 가장 귀중한 선물인 우유를 생산하고 죽어선 고기를 남기니까요.”

    젖소에게 사료를 듬뿍 준 후 신 대표와 트랙터를 몰고 옥수수를 수확하기 위해 들판으로 나갔다. 트랙터 뒤로 천연기념물인 백로 수십 마리가 따라 날며 장관을 이뤘다. 옥수수가 잘려나가면 그 안에 있던 온갖 벌레가 떨어져나오기 때문에 백로들은 손 하나 안 대고 만찬을 즐길 수 있다. 백로 머리는 결코 ‘새대가리’가 아니다. 목장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 축사 건물 위에 쓰인 큰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우유는 건강입니다.’

    시원한 우유 한 모금, 땀 한 컵 정성 담겼네

    <B>1</B> 옛 방식으로 ‘착유’를 하는 홍원목장 최교묵 목장장. 아무나 못하는 고수의 경지다. <B>2</B> 목장의 냉장 저장고에서 원유를 수유하기 위해 호스 연결 부위를 소독하는 집유차량 기사. <B>3</B> 매일유업 평택공장 수위실의 전신 살균 소독실. 공장에 들어가려면 예외 없이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B>4</B> 우유 공장의 수유 전 샘플링 테스트. 불합격하면 4.5t의 우유가 버려진다. <B>5</B> 검사를 마친 원유를 집유차량에서 공장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B>6</B> 평택공장 원격제어실. 공장 내 원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B>7</B> 저장탱크에서 포장실로 냉장 상태의 완제품 우유를 옮기는 관. 꼭 두더지 잡기 게임기 같다.

    체온 재고 덧버선, 캡, 마스크로 중무장

    목장을 나와 간단히 요기를 하고 매일유업 평택공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30분. 정문에 있던 수위들이 차를 가로막고는 기자 일행을 수위실로 안내했다. 그러고는 체온계를 귀에 가져다댔다. 동행한 매일유업 홍보팀 성기안 대리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설명한다.

    “신종플루 때문에 정문에서부터 체온을 잽니다. 체온이 38℃ 이상이면 직원도 귀가 조치합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예외가 없습니다.”

    방명록에 소속, 이름, 체온을 써넣으니 이번엔 소독실로 들어가라고 한다. 대형병원 수술실에서나 볼 수 있는 전신 소독기에서 소독약물이 세찬 바람과 함께 온몸으로 쏟아졌다. 이 공장 모든 공정 출입문에는 이런 전신 소독실이 붙어 있다. 기자는 이날 취재 과정에서 6번 소독약물을 뒤집어썼다. 또 어디를 가나 이물질을 떨어뜨릴까 덧버선을 신었고, 머리카락이 떨어질까 캡을 썼으며, 마스크까지 낀 채 돌아다녀야 했다.

    이런 관리 덕분인지 어느 공정에서도 먼지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수십 년 사용한 건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생산 라인의 시작은 목장에서 가져온 원유의 안전성과 성분을 확인하는 검사실. 이곳은 사실상 우유, 요구르트, 가공유, 탈지분유, 버터, 전지분유, 조제분유, 치즈 등 모든 유제품 생산의 첫 공정이다. 평택공장에선 치즈를 제외한 36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한다. 검사실에선 각 목장에서 가져온 원유 샘플을 검사한 뒤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검사항목은 세균 수, 체세포와 지방의 양, 빙점 등 법적 기준 사항을 포함해 총 105가지에 이르지만 검사시간은 몇 분을 넘기지 않는다. 샘플을 기계에 넣고 잠깐을 기다리니 각종 검사결과가 컴퓨터 화면에 떴다. 집유차량의 저장탱크에는 여러 목장의 원유가 섞여 있기 때문에 샘플링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4.5t이나 되는 탱크 속 우유를 모두 버려야 한다.

    시원한 우유 한 모금, 땀 한 컵 정성 담겼네

    <B>8</B> 분유 완제품 가루 저장고. <B>9</B> 분유 완제품 가루를 포장실로 옮기는 관의 상태를 검사하는 기자. <B>10</B> 포장까지 마친 분유 완제품이 컨테이너벨트를 타고 물류창고로 옮겨지고 있다. <B>11</B> 기자가 짠 젖소 원유로 만든 우유를 가정으로 배달하는 기자.

    검사가 끝나고 집유차량의 호스가 공장의 수유구에 연결되자 차량 저장탱크에 들어 있던 원유가 100t들이 사일로 탱크(원유 저장고) 안으로 빨려 올라갔다. 평택공장에는 이런 탱크가 3개 있다. 공장 내부는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 덩어리였다. 사람이 원유에 손을 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직원이 하는 일은 버튼을 누르거나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뿐. 공정 입구엔 원격제어실이 있다.

    앞면을 가득 메운 전광판에서는 원유가 얼마나 들어와 어디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각 공정의 가동상태가 어떤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평택공장 윤태길 품질보증부장은 “모든 공정이 시스템 안에서, 즉 기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견학 온 소비자들이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기계의 겉모습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방귀도 나가서 뀌고 온다”

    본격적인 우유 생산 공정의 첫 번째 작업은 저장고에 들어간 원유를 빼내 이물질을 제거하는 청정과 균질화 과정. 차가운 상태의 원유는 뭉친 지방이 상층부로 떠오르게 되는데, 여기에 기계적 충격을 가해 지방을 잘게 부수는 작업을 균질화라고 한다. 균질화가 끝난 원유는 130℃ 이상 달궈진 여러 개의 얇은 판 사이를 3초 이상 지나면서 살균된다.

    이때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은 다 죽는 반면, 워낙 짧은 시간이라 원유 성분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한다. 이를 다시 4~5℃로 냉각하면 우리가 먹는 우유가 된다. 바나나맛우유, 딸기맛우유, 초콜릿맛우유 같은 가공유는 청정 과정을 거친 원유에 과즙, 초콜릿, 칼슘 등 각종 첨가물을 넣은 후 균질화와 살균 과정을 거친다. 기자에게 아픈 과거를 남긴 전지분유는 우유 완제품을 진공 상태에서 원심분리기로 수분을 절반쯤 빼내고 농축한 다음 건조한 것.

    따라서 ‘분유가 우유를 말린 것’이란 말이 틀린 표현은 아니다. 농축된 우유를 195℃의 뜨거운 바람 속에 고압으로 분무하면 수분은 완전히 증발하고 밀가루처럼 보드라운 가루만 떨어지는데, 이를 건조 과정이라고 부른다. 이 가루를 다시 한 번 뜨거운 바람 속에 뿌리고 수분을 공급하면 물에 잘 풀리는 과립 상태의 분유가 된다. 영·유아가 먹는 조제우유는 성장기별로 어떤 영양소를 첨가하는지가 다를 뿐 공정은 전지분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양소는 전지분유 생산 공정 가운데 청정과 균질화 과정 사이의 원유 상태에서 첨가한다. 1~4단계의 성장기별 특성에 맞게 단백질, 지방, DHA 등 영양분을 조절해 넣으면(조유작업) 일반 조제분유이고, 여기에 각종 기능성 재료, 초유, 유당 등 모유에 가까운 성분을 더 넣으면 프리미엄급 조제분유가 된다. 첨가되는 영양분과 기능성 재료는 50가지가 넘는다.

    빵이나 아이스크림에 흔히 들어가는 탈지분유는 원유에서 이물질을 걸러낸(청정) 후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균질화, 살균, 농축, 건조 과정은 분유의 경우와 같다. 이때 지방을 제거한 원유를 말리지 않고 살균 과정을 거쳐 유산균을 접종, 배양한 후 희석하면 마시는 요구르트가 된다. 또 물을 넣어 희석하지 않고 배양한 상태 그대로 저장한 뒤 포장하면 떠먹는 요구르트가 된다.

    저장하기 직전 단계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각종 감미료와 기능성 재료가 첨가되는데,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 요구르트’가 된다. 피겨 요정 김연아가 광고하는 매일유업 요구르트 ‘퓨어’는 색소나 인공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제품 생산공정에서의 ‘화룡점정’은 용기에 완제품을 담는 과정이다. 매일유업은 특히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했다.

    분유를 담는 깡통도 직접 제작한다. 깡통 운송 과정에서 각종 오염원(먼지, 벌레 등)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 이 공정은 양압시설(내부의 공기를 빼내고 외부의 공기를 차단하는 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며, 완제품이 용기에 담길 때 자외선(UV) 소독을 두 차례 실시한다. 이곳에 들어가는 직원은 신발도 자외선 소독을 해야 한다. 전신 소독은 기본. 한 직원은 “방귀도 나가서 뀌고 온다”고 농담을 했다.

    용기에 담긴 모든 유제품은 전 자동 물류빌딩에 저장되는데, 해당 버튼을 누르면 1분 안에 원하는 수량만큼씩 내려와 배달차량에 착착 실린다. 특히 냉장이 필수인 우유는 냉장 보관된 상태에서 보냉시설이 완비된 배달차량으로 옮겨졌다. 배달차량에는 최첨단 GPS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전국 어디에 가 있어도 제품과 차량의 상태 및 위치를 본사는 물론, 공장 사무실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고달픈 새벽 배달, 짭짤한 수입

    다음 날 새벽, 기자가 직접 짜낸 원유로 만든 우유를 배달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연남동 매일유업 연남대리점으로 향했다. 새벽 3시부터 배달이 시작되는데, 기자는 대리점 근처를 배달지역으로 잡은 덕에 좀 늦은 6시부터 동참했다. 17명의 배달원 대부분은 새벽에 우유배달을 하고 낮에는 다른 일을 하는 투잡족(族). 한 달에 1가구당 5000원을 받는데 보통 한 사람이 300가구를 배달하니 부수입(월 150만원)으로는 짭짤한 셈.

    이 대리점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제품은 저지방 칼슘 우유로, 안갑모 사장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100여 가구의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매일유업 홍보팀 구자효 과장이 “최 기자가 만든 우유입니다. 드셔보세요”라며 저지방 칼슘 우유를 권했다. 설탕 한 톨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달콤, 고소한 맛…. 30년 전 도둑질해서 먹던 전지분유와는 비교할 맛이 아니었다. 우유 한 모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수많은 이의 정성과 땀방울을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일까.

    ‘사회공헌 분유’를 아시나요?

    생명 구하는 특수분유 한 통의 힘!


    시원한 우유 한 모금, 땀 한 컵 정성 담겼네
    신생아나 영·유아가 모유, 분유를 못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커다란 장애를 얻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아기들이 실제로 있다. 아미노산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해 모유나 일반 분유를 먹으면 구토와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선천성 대사이상 아기들이 바로 그들. 이들은 식이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운동발달장애, 성장장애, 뇌세포 손상 등으로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아기들은 아미노산이 제거된 특수분유를 먹어야 하는데, 1999년까지는 국내에서 이들을 위한 분유가 생산되지 않아 1통에 6만원이 넘는 수입 특수분유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한 번에 2만개 이상이 생산되는 공정 특성상 소량의 특수분유를 만들려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즉, 생산량의 90% 이상을 유통기한 초과로 폐기해야 하는 것.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선천성 대사이상 아기들을 위한 특수유아식 8종을 1999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해 일반 분유와 같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아미노산을 제거한 대신 비타민과 미네랄 등 다른 영양성분을 보충해 아기들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게 했다.
    매일유업은 또 장염에 걸려 설사를 하는 아기, 모유나 분유를 먹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아기와 미숙아 등을 위한 일반 특수분유 7종(브랜드명 ‘Babywell’)을 생산해 일반 분유와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 매일유업 구자효 과장은 “이윤보다 아기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정신, 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앞선 기술력이 특수분유를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다른 분유업체들도 최근 특수분유 개발에 열을 올리며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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