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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반쪽짜리 ‘IT강국’ 내일이 두렵다 06

IT 없었으면 뭘 먹고 살았을까

GDP 16.9% 수출 1/3 담당 ‘효자 산업’ … 정보통신기기 편향 발전은 지양해야

IT 없었으면 뭘 먹고 살았을까

IT 없었으면 뭘 먹고 살았을까
2008년 한국 IT산업은 578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2007년의 흑자 규모인 604억 달러보다는 감소했지만, 전체 무역수지가 2007년 146억 달러 흑자에서 2008년 130억 달러 적자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세계경기 침체에도 다른 산업과 비교할 때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고용 창출·물가 하락에도 큰 기여

한국 IT산업이 지금의 수준과 규모에 이르지 못했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됐을까. 혹자는 우리 경제가 IT 산업 위주의 성장을 했기에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고 대외 경기변화에 민감하며, 내수보다는 수출 지향적 경제구조를 갖게 됐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가 심화됐다고 주장한다. 물론 IT 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한국 경제가 성장해왔다면 경제구조와 그 성과가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GDP(국내총생산)의 16.9%, 수출의 1/3을 차지하고 경제성장의 30% 이상에 기여하며 물가 하락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 IT 산업이 지금과 같은 수준과 규모에 이르지 못했다면 한국 경제가 저성장, 무역적자, 물가상승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가 IT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점은 다양한 통계로 확인된다.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을 IT 산업에서 찾는 견해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실질적 통계와 맞지 않는 주장이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전 산업의 고용은 연평균 1.2% 증가에 그쳤으나, IT 산업의 고용은 연평균 3.9% 증가했다. 부가가치 10억원당 고용인원으로 정의되는 취업계수는 가파르게 감소해왔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높은 성장률 덕분에 IT 산업은 지속적으로 고용 창출에 기여해온 것이다.



IT는 고용 증가뿐 아니라 물가 하락에도 기여해왔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IT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4% 이상 떨어져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3.2%로 묶어놓는 데 기여했다. 상품 수출에서 IT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을 기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한국이 가장 높았는데 헝가리(26.1%), 아일랜드(22.4%), 멕시코(21.4%), 일본(19.3%)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일본은 1996년 25.1%에서 비중이 낮아진 데 비해, 한국은 비중이 올라가서 IT 산업에 대한 의존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IT산업의 도약에는 무엇보다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 첨단 IT제품의 경쟁력을 높인 기업들의 공이 크다. 이들 기업의 과감하고 발빠른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가 있었기에 IT 산업이 현재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2008년에 발간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50대 IT 기업에 삼성전자, LG전자, KT가 포함돼 있다.

한국 IT산업의 성과 중 하나는 앞으로 세계 IT산업의 진화와 발전을 이끌어갈 세계적 기업들을 보유하게 된 점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초일류의 제조 및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부문은 2008년 세계시장의 46.5%를 점유해 세계 1위에 올랐다. 휴대전화는 시장점유율이 2009년 1분기를 기준으로 세계 2위이며, 반도체 부문은 점유율 세계 1위인 메모리 부분 덕분에 2008년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성장률 둔화에 ‘IT 활용 및 융합’으로 대응

IT 없었으면 뭘 먹고 살았을까
소수의 대기업 품목 중심으로 성장한 IT 산업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3개 품목 수출이 전체 IT 수출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그 비중은 최근 들어서도 증가 추이를 보인다.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자본집약적 IT 제품에 특화된 산업구조는 사업체 수에서 1.5%에도 못 미치는 대기업이 IT 수출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를 낳았다.

좀더 크게 보면, 정보통신기기 중심의 IT산업 구조 자체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보통신산업은 정보통신기기, 정보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관련 서비스로 구분되는데, 매출액 비중으로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관련 서비스업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비중의 추이도 정체 내지는 감소세를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부터 소프트웨어 부문의 취약성을 극복하려 노력해왔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소프트웨어 부문은 IT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 뿐 아니라 기업 수준에서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전 산업과 결합되는 성향이 점점 높아지는 현시점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기기산업 성장의 필요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 IT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시장의 포화로 인한 IT 산업의 성장둔화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5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던 IT 산업은 지난 5년간은 연평균 10% 안팎의 성장률을 보였고, 향후 5년간은 5% 안팎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IT 산업의 성장률 둔화에 대한 정책 대응에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IT 산업 자체의 육성보다 IT를 통한 타 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IT 서비스 도입과 제품 개발로 IT 산업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정책의 초점은 두 번째보다 첫 번째에 맞춰져 있고, 이러한 정책 변화에 과거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던 일부 IT 중소기업은 갑자기 부모 잃은 아이들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의 초점이 IT 산업 자체보다 IT의 활용과 융합에 맞춰지는 현상은 한국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IT가 조선·자동차·건설 같은 산업과 융합되고, 금융·의료·교육 등의 서비스에서 활용되는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IT를 활용한 전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화 방향이라 할 수 있다. 2004년 미국의 Innovate America, 2005년 유럽연합(EU)의 i2010, 2007년 일본의 ICT 생산성 가속 프로그램 등이 모두 IT를 활용한 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목표를 둔 정책들이다.

여기에서 던질 수 있는 정책적 질문은 정책 전환의 속도다. 일부 IT 기업은 정보통신부의 해체를 ‘사다리 꼭대기에 도달했는데 누군가 갑자기 사다리를 치워버린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즉 IT 융합과 활용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되, 경쟁력 있는 IT 중소기업이 갑작스런 정부 정책 변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그동안 IT 산업이 우리 경제에 끼친 손익과 앞으로 가져다줄 손익을 고려해볼 때, IT 산업이 그 정도의 ‘특혜’는 누릴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9.06.23 691호 (p30~31)

  • 고상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전략연구실장 sangwon@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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