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2

2009.04.21

서민 두 번 죽이는 ‘이 죽일 놈의 사채’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4-16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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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권익위원회 110콜센터에는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옵니다. 요즘은 경기 탓인지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 낭패를 당한 이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식으로 등록된 대부업체는 그나마 좀 낫습니다. 무등록 대부업자의 횡포는 필설로 다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기상천외한 계산법을 적용합니다. 100만원을 빌리면 선이자, 수수료 등으로 이것저것 떼고 나서 쥐어주는 돈은 50만원도 안 됩니다. 그러고는 원금의 100배, 심하게는 1000배 가까운 고리를 뜯어냅니다.

    그렇게 불어난 돈은 고금리 사채를 이용하는 처지의 사람들이 갚을 수 있는 액수가 아닙니다. 이때부터 협박이 시작됩니다. “내가 조직폭력배라는 걸 몰랐나. 안 갚으면 온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 “직장에 찾아가서 망신을 주겠다” “본인이 못 갚으면 배우자나 부모가 갚아야 한다”…. 오죽하면 협박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기까지 하겠습니까. 최근에도 사채 때문에 성매매한 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아버지가 목을 매는 끔찍한 사건이 빚어졌습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에 왜 돈을 빌리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이 낮아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은행권에 풀고 있지만, 은행은 그 돈을 움켜쥔 채 좀처럼 민간에게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하긴 은행으로서도 예대(預貸) 마진이 낮아지고 기업 대출 부실이 심해지니 돈을 함부로 풀 수는 없겠죠.

    사실 서민이 필요로 하는 돈은 수천만원, 수억원이 아닙니다.



    서민 두 번 죽이는 ‘이 죽일 놈의 사채’
    단돈 100만원이 아쉬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단돈’을 빌릴 데가 없어 고금리 사채시장을 전전하며 그 무시무시한 늪으로 빠져듭니다. 이들을 불법 사금융의 덫에서 구해내려면 우선 이자율 제한기준을 위반한 불법 사채업자, 무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이 절실합니다. 좀더 근본적인 방안은 제도권 금융 소외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해 서민금융의 문턱을 낮추는 것입니다. 불법 사금융에 신음하는 서민들에게 단비가 내려 110콜센터가 할 일이 없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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