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으로 등록된 대부업체는 그나마 좀 낫습니다. 무등록 대부업자의 횡포는 필설로 다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기상천외한 계산법을 적용합니다. 100만원을 빌리면 선이자, 수수료 등으로 이것저것 떼고 나서 쥐어주는 돈은 50만원도 안 됩니다. 그러고는 원금의 100배, 심하게는 1000배 가까운 고리를 뜯어냅니다.
그렇게 불어난 돈은 고금리 사채를 이용하는 처지의 사람들이 갚을 수 있는 액수가 아닙니다. 이때부터 협박이 시작됩니다. “내가 조직폭력배라는 걸 몰랐나. 안 갚으면 온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 “직장에 찾아가서 망신을 주겠다” “본인이 못 갚으면 배우자나 부모가 갚아야 한다”…. 오죽하면 협박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기까지 하겠습니까. 최근에도 사채 때문에 성매매한 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아버지가 목을 매는 끔찍한 사건이 빚어졌습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에 왜 돈을 빌리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이 낮아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은행권에 풀고 있지만, 은행은 그 돈을 움켜쥔 채 좀처럼 민간에게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하긴 은행으로서도 예대(預貸) 마진이 낮아지고 기업 대출 부실이 심해지니 돈을 함부로 풀 수는 없겠죠.
사실 서민이 필요로 하는 돈은 수천만원, 수억원이 아닙니다.

주간동아 682호 (p6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