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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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찍어 척! 영상지도, 세상 바꾼다

차세대 정보 패권, IT업계 총력전 ‘정보의 공간화’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

  • 허준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jheo@yonsei.ac.kr

    입력2009-02-27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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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콕 찍어 척! 영상지도, 세상 바꾼다

    구글은 최첨단 위성 장비를 활용해 지상, 해저, 우주의 모습을 생생히 구현하는 3D 영상지도를 개발하고 있다.

    2월2일 구글은 바닷속 풍경을 생생히 보여주는 3차원 영상지도 서비스 ‘구글오션’(Google Ocean, http://earth.google.com/ ocean)을 선보였다. 서비스에 접속하면 하와이 해저 화산 등 지금까지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바닷속 풍경이 입체영상으로 펼쳐진다. 함께 공개한 ‘화성 3D(Mars 3D)’는 태양계 행성 화성의 지형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 화성에서 가장 높은 화산인 올림푸스 산 등을 비행하듯 둘러볼 수 있다. 각각의 지역을 지날 때마다 화성탐사선이 착륙한 위치 등 관련 정보가 제공된다. 구글오션은 3차원 영상지도가 어느 단계까지 발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2005년 6월 ‘구글어스(Google Earth)’가 일반에게 처음 공개됐을 때가 떠오른다. 당시 세상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구글어스는 그동안 특급 보안지역이던 청와대 앞마당을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통해 또렷하게 보여줬고, 우리 국민은 신선함과 동시에 성역이 무너진 듯한 불편함도 느껴야 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흐른 지금, 구글어스를 통해 세계의 보안지역을 ‘구경’하는 것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 됐다.

    ‘생생 영상’ 고해상도 카메라의 힘

    지난 1월21일 미국 CNN이 공개한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위성사진은 고해상도 위성 카메라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진은 마치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지상을 내려다보듯 아찔하고 생생하다. 이 영상은 지오아이(GeoEye)라는 위성을 통해 촬영한 것. 지상 해상도가 41cm인 이 위성은 구글이 지난해 9월 5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쏘아올렸다. 위성영상 화소 하나가 지상에서 가로 세로 각각 41cm에 해당되는데, 이 정도가 되면 지구 상공에서 야구장의 홈플레이트까지 판독할 수 있다. 구글은 이런 첨단장비를 동원해 영상지도를 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구글의 성공에 자극받은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버추얼어스(Virtual Earth)’라는 비슷한 성격의 브랜드를 론칭하며 영상지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 5년간 이 분야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들이 왜 이처럼 영상지도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을까. 첫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영상지도 자료가 그 자체로 훌륭한 콘텐츠라는 점이다. 홈페이지에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면 페이지뷰가 올라가고, 이를 통해 광고 수입도 늘어난다. 그러나 영상지도 구축 목적이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들의 더 큰 목적은 ‘정보의 공간화(Spatialization of Information)’, 즉 디지털 정보에 위치를 붙여 관리하는 것을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정보와 공간이 만났을 때 이뤄지는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예를 들어 ‘중국음식점’이라는 정보를 검색해보자. 내게 중요한 중국음식점은 ‘나’로부터 가까운 중국음식점이다. 이처럼 내가 알고 싶은 장소에 대한 지리 정보와 인근의 음식점 같은 유용한 정보가 통합된 지도가 나온다면 어떨까. 더 나아가 이러한 정보들이 통합적으로 관리되는 세계적 지도 플랫폼이 나온다면 어떨까. 일반 소비자로선 감당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 대신 내가 관심 있는 장소의 정보만 받을 수 있어 편리하고, 정보 제공자로선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소비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지도의 모양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그대로 구현해놓은 3차원 형상이라면 그 효용은 훨씬 커진다. 영상지도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거리, 바다, 우주에서 직접 이동하는 느낌을 받으며 원하는 곳 구석구석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제 정보 비즈니스의 관심은 되도록 많은 정보를 긁어모으는 게 아니라 쓸모 있고 적절한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 지구, 나아가 우주까지를 대상으로 펼쳐지는 영상지도 구축 프로젝트는 이 산업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포털 업체도 서비스 동참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다음과 네이버도 영상지도의 가치를 뒤늦게 간파하고 정보의 공간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월6일 서울 등 주요 지역은 지상 해상도 50cm급 항공사진으로, 그 밖의 지역은 2m급 위성사진으로 보여주는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뒤질세라 다음도 1월18일부터 지도 서비스를 시작해 50cm급 항공사진 지도인 ‘스카이뷰’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실제 길거리 사진을 사람의 눈높이에서 3D 파노라마로 볼 수 있게 한 ‘로드뷰’ 서비스도 출시했는데, ‘로드뷰’ 공개 이후 다음의 지도 서비스 페이지뷰는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차별화된 지도 서비스는 향후 두 포털 업체의 명운을 가르는 서비스 항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인터넷 지도대전’이 시작되고 있다. 1980년 언젠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걸 예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했다면, 1990년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연결될 세상을 예측하고 시스코 시스템에 투자했다면, 2000년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 검색의 중요성을 내다보고 구글에 투자했다면 이제는 공간 정보를 관리·소유·활용하는 분야에서 패권을 가질 회사, 공간정보 구축의 핵심기술을 가진 회사에 다가올 10년을 투자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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