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3

2008.12.02

또 다른 인연을 꿈꾸며

‘내 인생의 황당과 감동 사이’

  • 김재은 웨이투원 대표이사·행복 디자이너

    입력2008-11-26 14:1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두 해 전쯤의 일이다. 늦은 밤 지하철 3호선 교대역 플랫폼. 지친 몸을 가누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낯선 청년 한 명이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내 앞에 선 청년. 아주 당당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명함 하나 주시겠어요?” 순식간에 여러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멈칫하는 내게 청년은 다시 한마디를 덧붙였다.

    “광고 관련 교육을 받는 중인데 모르는 사람 명함을 받아오는 것이 과제라서요.”

    문득 호기심이 발동해 이렇게 반문했다. ‘왜 하필이면 나냐’고.

    “인상이 선해 보여서 명함을 잘 주실 것 같더라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이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선뜻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명함은 많이 받았는지, 힘은 들지 않는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후배를 대하듯 질문을 이어갔다. 인사를 꾸벅하고 떠나려는 청년에게 나는 ‘왜 당신 명함은 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 “저는 아직 명함이 없어요. 다음에 꼭 연락드릴게요.”

    나는 떠나가는 청년에게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며 응원의 신호를 보냈다. 몇 개월이 지났을까. 그날 인연이 추억 속에 묻힐 무렵 낯선 e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혹시 기억하실는지요?’로 시작하는 메일의 발신인은 바로 그 청년이었다.

    또 다른 인연을 꿈꾸며
    ‘그날 정말 감사했어요. 그때 베풀어주신 호의와 격려가 큰 힘이 됐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국내 유명 쇼핑몰의 쇼호스트로 일하고 있어요.”

    이후 나와 청년은 여러 번 e메일을 주고받았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 지금 그는 내가 매주 월요일 e메일로 발송하는 ‘행복한 월요편지’의 열렬한 독자가 됐고, 나는 씩씩하고 긍정적인 청년을 아우로 얻었으니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모르는 사람의 요청에 나 몰라라 지나칠 수도 있었던 순간, 작은 관심을 보인 것이 이런 인연의 끈을 빚어낸 것이다. 나는 오늘도 지하철에 오른다. 특별하고 낯선 또 다른 인연을 꿈꾸면서.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