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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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독창성 타고나는 거라고? 글쎄!

  • 최광진 미술평론가·理美知연구소장

    입력2008-03-05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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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의 독창성 타고나는 거라고? 글쎄!

    세잔의 1906년작 ‘대수욕도’.

    우리는 흔히 작가들의 독창성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작품의 독창적인 양식은 반드시 부모가 필요하고,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틈새를 공략할 때 가능하다. 부모가 없으면 시대적 흐름에서 외면받기 쉽다. 부모 중 한쪽이 부실하면 그는 아류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뼈대 있는 가문에서 좋은 자식이 나오기 쉽듯,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가들을 부모로 설정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부모 중 한 명은 당대의 주요 작가로 삼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대가들은 이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세잔은 원래 미술에 대한 재능이 많지 않았다. 법학을 공부하다 친구인 에밀 졸라의 권유로 미술을 시작했지만, 미술학교에 낙방했고 살롱전에도 낙선했다. 더구나 그는 불안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했다. 손재주가 없고 비사교적이었던 그가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세잔은 당대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철저히 틈새를 공략했다. 인상파전에 출품된 세잔의 작품에 대해 당시 평론가들은 “마약에 취해 그린 기묘한 그림”이라고 혹평했다. 그러자 세잔은 “바보들에게 인정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고향마을에 칩거하며 고독하게 작업을 계속했다. 고독은 그를 사색하는 인간으로 만들었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세잔은 자신의 선배 세대로 인상주의를 이끈 모네를 양식적인 부모 중 한 명으로 받아들였다. 세잔은 순간적으로 변하는 자연을 밝은 색채와 거친 터치로 포착하는 모네의 기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는 모네가 지나치게 눈만을 의존해 그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연에는 변하는 대기뿐 아니라 변치 않는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구조는 원래 시각적인 것이 아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잔은 17세기 고전주의 풍경화가 푸생의 견고한 구도를 끌어들였다. 이를 통해 그는 인상주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모네와 푸생을 부모로 채택해 둘을 결합한 세잔은 고전주의의 숨 막힐 듯한 경직성과 인상주의의 뼈대 없는 불안함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다. 독창적인 양식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처럼 예술적으로 좋은 부모를 만나고, 그 틈새에 서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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