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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필화 교수의 ‘CEO 경영학’

때로는 일부 고객 잃는 것이 낫다

  • 성균관대 SKK GSB 부학장

때로는 일부 고객 잃는 것이 낫다

때로는 일부 고객 잃는 것이 낫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SK㈜ 신입사원.

요즘도 우리나라의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은 더 많은 고객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냉장고 시장에서는 삼성의 지펠과 LG 디오스 간에 싸움이 극심하다. 또한 섬유유연제 시장에서는 1위 기업인 피죤과 이를 따라잡으려는 LG생활건강이 한 치 양보 없는 쟁탈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듯 경쟁사 간에 시장에서 격돌하는 예는 TV나 소주 등 다른 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도기업을 기존의 또는 새로운 경쟁사가 강하게 공격해오면, 그 선도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흔한 대응책은 말할 것도 없이 값을 내려 시장을 지키는 것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신문에 우리 회사의 고객들이 떠나가고 있다는 기사만 나오면 제 자리가 흔들립니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면 저는 크게 야단을 맞지만, 이익은 조금 줄어도 별 탈이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은 몇 달 동안에 150만명의 고객이 이탈하자 이익 등 다른 경영지표가 좋았음에도 카이우베 리케 회장을 해임했다. 이와 관련해 경쟁사인 보다폰(Vodafone)의 어느 고위 경영자조차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그의 경영실적만 놓고 본다면 나는 그를 결코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값을 내리는 것만이 능사일까? 다음 사례를 보자.

뢰머(가명)는 특수 도자기(specialty ceramics)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던 세계 선도기업이었다. 그런데 일본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히카리(가명)라는 일본회사가 뢰머보다 무려 25%나 낮은 가격으로 미국시장에 들어왔다.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싶었던 뢰머는 즉시 값을 20% 낮췄다. 그러자 히카리는 가격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값을 15%나 더 내렸다. 2년이 지나자 히카리는 미국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뢰머의 매출액지수는 원래의 1만(=100x100)에서 5360(=80x67)이 됨으로써 46.4%나 줄어들었다. 또한 값이 떨어지면 그만큼 중간이윤이 내려가므로 이익은 훨씬 감소했다.

경쟁사에 시장 일부 양보, 이익 내는 가격 지켜야

그렇다면 뢰머는 어떻게 해야 했는가? 얼마 후 이 물음에 답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은 히카리가 이번엔 유럽시장을 공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히카리는 여기서도 뢰머보다 25%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뢰머는 이번엔 값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이 회사는 판매와 서비스를 크게 강화하고, 제품 혁신과 공정의 개선에 힘을 기울였다. 2년 후 히카리는 유럽에서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시장은 균형점에 도달했다. 즉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히카리의 공격으로 뢰머의 매출액은 유럽시장에서도 크게 줄었다. 즉 1만(=100x100)에서 6700(=100x67)이 됐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서의 5360보다는 25%나 더 높은 수치다.

대체로 자금이 풍부한 경쟁사가 강한 의지를 갖고 시장선도 기업을 공격할 때 높은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럴 때는 어느 정도 고객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선도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시장점유율이 어느 수준일 때 시장이 균형점에 이르고, 또 그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 하는 문제다. 즉 값을 내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는 시장점유율이 몇 %냐 하는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뢰머는 미국시장에서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그것이 약 33%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에 따라 지혜로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체로 이 같은 상황에서는 경쟁사에 시장의 일부분을 양보하고, 대신 이익을 어느 정도 유지해주는 수준의 가격을 지키는 게 유리하다.

어떤 회사도 고객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이익을 모두 잃는 것보다는 일부 고객이 떠나가도록 하는 편이 궁극적으로는 더 낫다. 대표이사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사회나 기업 소유주도 이 점에 주목하는 것이 어떨까.

※ 유필화 교수의 ‘CEO 경영학’은 이번호로 끝맺습니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주간동아 612호 (p74~75)

성균관대 SKK GSB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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