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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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 수련기간 줄이고 지원 늘려라”

“돈 못 벌고 고생 심해 외과 기피는 당연”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11-21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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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과의 수련기간 줄이고 지원 늘려라”
    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외과의사 부족 문제는 의학계의 오래된 숙제다. 많은 외과의사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몇 년 후에는 맹장수술을 받기 위해 외국에 나가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한외과학회가 위기 탈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창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의 주제도 ‘위기의 외과 구하기’로 붙였다. 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의대 윤여규 교수(사진)를 만나 외과 분야의 현실과 문제점을 들었다.

    - 학회 창립 60주년을 축하한다.

    “우리나라의 외과 수준은 세계 최고다. 선배 의사들의 사명감과 명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축하를 받을 처지가 못 된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외과 분야가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생사를 다투는 환자는 늘어나는데 이들을 수술하고 치료할 외과의사가 없는 현실이다.”

    - 얼마나 심각한가.



    “일례로 종합병원의 외과의사들은 대부분 1년에 1000건이 넘는 수술을 감당해내고 있다. 그 정도로 의사가 없다. 갑상샘 수술을 받기 위해 환자들이 종합병원에서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나. 개인적으로는 연구 시간, 강의 준비 시간을 내기도 어려울 정도다.”

    - 의사들이 외과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외과는 수련기간이 다른 분야보다 길다. 게다가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명예와 사명감으로 일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외과의사들의 책임은 점점 늘어나는 반면 사회적으로 그에 걸맞은 대우를 못 받고 있다. 수련의인 레지던트의 월급이 200만원도 안 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험부담이 큰 외과의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의사들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해결 방안은?

    “현행 건강보험은 행위항목별 수가지불 체제로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진료과와 그렇지 않은 진료과 사이에 불균형이 생긴다.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의 가치를 상향조정해 적극적인 보호육성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은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과 맞먹는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외과의사들이 받는 의료비는 그들 국가의 7분의 1 정도다. 의사들에게 사명감을 강조하기 전에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 절실하다.”

    - 외과학회가 준비 중인 구체적인 방안은?

    “먼저 수련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인턴 과정을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이관하고, 계열별(내과 또는 외과)로 레지던트를 분리 선발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다. 세부 과를 순환 근무한 뒤 최종 전공과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음으로써 병원 내 외과뿐 아니라 비인기과의 인력 수급이 원활해지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소규모 전문병원을 활성화하는 정책, 즉 외과 개원의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도 요청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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