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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

한국 영화엔 왜 바다가 없을까

  • 이명재 자유기고가

한국 영화엔 왜 바다가 없을까

한국 영화엔 왜 바다가 없을까

‘태풍’

할리우드에는 있지만 한국 영화엔 없는(혹은 매우 드문)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바다’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포세이돈 어드벤처’ ‘타이타닉’ ‘죠스’ ‘캐리비안의 해적’…. 유명 할리우드 작품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제법 많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1992년 만들어진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가 있다. 새우잡이 배를 주무대로 목숨을 내걸고 일하는 선원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지만, 당시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이 소개됐다.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70% 이상이 바다에서 촬영된 해양 영화’.

또 하나 기억나는 바다 영화로는 2년 전 개봉된 ‘태풍’이 있다. 완성도나 흥행과 별개로 바다가 주요 배경이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눈길을 끌 만했다. 제목처럼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선상 액션은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바다는 이렇듯 낯설기만 한 곳인가. 여름철만 되면 많은 이들이 바다로 가지 않는가.

바로 그 점이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바다는 단지 휴가 장소일 뿐, 휴식처 이상의 삶의 공간이나 무대는 못 되는 것이다.

한국이 조선업 세계 1위 국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한국인에게 바다는 외부로 활짝 열려 있는 문이 아니라 3면으로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다.

한국 근대사의 수난도 사실 이 같은 해양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의 중세는 바다로부터 피해 내륙으로 들어온 과정이었다. 농경사회의 특성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동양이 내버려둔 바다는 서구의 차지가 됐고, 바다를 지배한 서구가 세계를 지배했다.

그러므로 ‘21세기는 ‘해양의 시대’라고 하는 미래학자들의 말은 예언이라기보다 오래된 사실(史實)이라고 해야 맞다. “한국의 미래는 해양에 있다”는 자크 아탈리의 훈수를 새삼 들먹일 것도 없다.

2012년 여수 해양엑스포 유치전에 한국이 뛰어든 것은 미래를 지배하려는 야심일 것이다. 해양엑스포를 열든, 해양산업을 육성하든 다 좋다. 다만 먼저 사람들이 바다를 자기 삶과 친숙하게 생각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본래 인간의 몸은 물에서 온 것이라 우리네 몸속엔 바다가 들어 있다지 않는가.



주간동아 610호 (p88~88)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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