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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울고 싶어라, 평창올림픽

주민들 “올림픽은 남 이야기”

예산 고갈 강원도, 인적 드문 관광특구…“특수는커녕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걱정”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주민들 “올림픽은 남 이야기”

주민들 “올림픽은 남 이야기”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의 스키점프 경기장. 국내 최초 스키점프 경기장이지만 관광객은 거의 없다. [지호영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평창올림픽)이 1년 2개월밖에 남지 않은 지금, 행사 개최지인 강원 평창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평창올림픽은 자연환경 훼손과 과도한 예산 소요 등으로 적잖은 비난을 받아왔다. 설상가상으로 국정농단 세력인 최순실 씨 일가가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대중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그 여파가 평창올림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봤다.

12월 6일 오전 7시, 서울에서 승용차로 출발한 취재진은 11월 11일 개통된 광주원주고속도로(제2영동고속도로)를 통과해 평창군 대관령면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인 데다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차량이 분산돼 과거에 비해 40분 정도 단축된, 2시간 30분 만에 대관령면 스키점프 경기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제2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해 평창군에 다다를 때까지 평창올림픽을 홍보하는 문구 하나 보이지 않았다. 대관령면이 일찌감치 ‘관광특구’로 정해졌음에도 올림픽 축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11년만 해도 평창올림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평창올림픽으로 한국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총 64조9000억 원에 이른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지역관광 효과만 32조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대회기간 중 예상 방한 외국인 수는 약 39만 명으로 이들의 지출 규모가 7213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경제특수라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건설경기만 반짝, 유명무실 올림픽특구

평창군 대관령면과 진부면은 스키점프, 슬라이딩(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메달 9개가 걸린 썰매종목 경기장) 경기장이 설치됨에 따라 5년 전 ‘평창건강올림픽특구’(총넓이 2740만㎡)로 지정됐다. 그사이 이곳에 등록한 식품접객업소는 35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횡계로터리 인근 상점가는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차로 10분 만에 도착한 상점가 역시 올림픽 개최는 마치 남의 나라 얘기인 듯 적막하기만 했다. 식당에 들어가도 관광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근처 경기장이나 선수촌 숙소를 짓는 공사장 인부가 전부였다.



10년간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정모(55) 씨는 “올림픽 개최 일자는 다가오는데 식당을 찾는 손님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그나마 올림픽 개최 전까지 근처에서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 외지에서 온 인부들 덕에 식당 매출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다. 공사가 끝나고 올림픽이 시작되면 손님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그는 “주민 사이에서는 올림픽 특수는 고사하고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정씨 외에도 상인 상당수는 “‘올림픽특구’는 유명무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림픽 개최 소식을 듣고 4년 전 이곳에 커피숍을 차렸다는 이모(48·여) 씨는 “11월 말 테스트 이벤트인 ‘2017 FIS(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이 열렸지만 이곳까지 찾아오는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경기장이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식사나 숙박을 다 해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본 경기를 치르는 알펜시아 리조트에서는 경기장 막바지 공사 작업이 한창이었다. 스키점프 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슬라이딩 경기장 등은 바로 경기를 치러도 될 만큼 공사가 마무리 단계였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선 알파인 경기장’ 외 신설 경기장은 대부분 90% 이상 공정이 진행됐다.

평창올림픽은 총 3곳에서 치른다. 올림픽 개·폐회식을 비롯해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슬라이딩 경기는 평창에서 진행되고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컬링, 하키는 강릉에서, 나머지 알파인스키, 레이싱은 정선에서 열린다. 조직위에 따르면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플라자와 경기장 간 이동시간이 모두 30분이 넘지 않는다.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선수와 관람객이 제시간에 경기장으로 이동하려면 도로정비사업이 중요하다. 실제로 현재 평창군 곳곳에서는 도로정비가 진행 중이다. 또한 평창과 강릉 간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대관령면과 진부면 사이의 산을 깎는 터널공사를 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예산 못 따낸 강원도

주민들 “올림픽은 남 이야기”

알펜시아 리조트가 위치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의 중심가.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하다. [지호영 기자]

한편 원주-강릉 간 KTX 노선은 우여곡절 끝에 내년 12월쯤 완공될 예정이다. 9월 KTX 8공구 매산터널은 건설업체의 불법시공으로 당초 설계와 시공이 일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 4월 매산터널 굴착공사를 하면서 측량 오류로 123m 구간의 시공이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도 발주청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보고하지 않은 채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재시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시공한 결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아 당초 계획대로 개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서울에서 평창까지 50분, 서울에서 강릉까지 1시간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한편 강원도는 평창올림픽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당초 계획대로 확보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강원도는 8월 국회에 동계올림픽 홍보 및 관광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1200억 원 예산 증액을 요청했지만 12월 3일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요청액의 18%에 불과한 216억 원이다. 당시 강원도가 명시한 예산 증액안 사업에는 ‘국민화합 문화올림픽’(150억 원), ‘D-100 전국 페스티벌’(100억 원), ‘경관개선·문화거리 조성’(450억 원), ‘올림픽 붐 조성’(220억 원), ‘올림픽 상징물 건립’(200억 원), ‘올림픽 관광인프라 구축’(80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216억 원은 올림픽 붐 조성비로 계획한 22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올림픽은 국책사업임에도 여전히 ‘강원도의 올림픽’이란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내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서라도 올림픽 준비를 위한 막바지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직위는 올림픽 개막에 앞서 세간에 퍼져 있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하루빨리 털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성백유 조직위 대변인은 “국민이 올림픽을 대하는 시선이 ‘최순실 게이트’ 사태를 계기로 많이 차가워졌다. 하지만 비선(秘線) 실세의 이권 개입과 무관하게 평창올림픽은 국가적 위신이 걸린 문제인 만큼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 부디 평창올림픽에 국민의 관심이 끝까지 이어지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주간동아 2016.12.14 1067호 (p38~39)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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