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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의 실전 風水|파주 교하신도시

산능선-물길 살려야 地氣가 산다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산능선-물길 살려야 地氣가 산다

산능선-물길  살려야 地氣가 산다

교하 천도론의 논쟁이 된 교하읍 전경.

수도권 서북부 거점도시’,‘생태도시’ 파주 교하지구 개발이 한창이다.

교하(交河)란 한강과 임진강 두 강이 교차한다는 뜻에서 나온 땅 이름이다. 교하는 광해군 당시(17세기 초) 조정과 온 나라를 몇 년간 시끄럽게 한 곳이었다. 또 1990년 초에는 풍수학자 최창조 교수가 통일 후 수도 후보지로 언급하면서 유명세를 탄 곳이다.

1612년(광해군 4) 8월26일, 6품 벼슬 이의신(李懿信)이 한 장의 상소를 올린다. 상소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으나 그 후 조정 대신들이 이의신을 반박하는 글 속에 그 편린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를 모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과 역변이 계속하여 일어나는 것, 조정의 관리들이 분당하는 것, 한양 도성 주변 산들이 벌거벗은 것, 이 모두가 도성의 왕기(旺氣)가 쇠퇴한 데서 기인한 것입니다. 도성을 교하현에 세워 순행(巡幸)을 해야 합니다. 교하 땅은 한양과 개성의 중간 지점으로서 동으로는 멀리 삼각산의 영산이 병풍같이 보이고, 북으로는 송악산이 웅장하게 서 있으며, 남으로는 옥야천리(沃野千里)가 기름지게 펼쳐 있어 오곡이 풍성하고, 서로는 한강이 넓게 흘러 배가 다니기에 좋은 땅입니다.”

산과 물이 얼싸안고 달리는 吉地



산능선-물길  살려야 地氣가 산다
광해군은 이의신의 상소를 예조에 내려 의논토록 했다. 예조판서 이정구(李廷龜)는 가당치도 않은 내용으로 혹세무민한다며 이의신의 처벌을 주장했다. 홍문관과 사간원도 지속적으로 이의신의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광해군은 애당초 이의신을 처벌할 생각이 없었다. 파문은 전국으로 번져갔다. 광해군 6년(1614)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이의신을 처벌하자는 상소 횟수가 100회를 넘었을 정도였다. 3일에 한 번꼴로 처벌을 주장하는 상소가 이어졌으니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결국 조정 중신들의 반대로 교하 천도는 이뤄지지 못한다.

17세기와 20세기 두 풍수학자가 도읍지로 언급한 교하는 과연 풍수적으로 그만한 땅일까? 당시 조정 대신들은 “교하는 하나의 작은 현(縣)인 데다 포구에 치우쳐 있어 성을 쌓고 부서를 만들기에 결코 적절한 곳이 아니다”라고 했고, 영의정 이덕형은 “교하는 습한 저지대로서 도읍을 세우기에 부적합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의신은 왜 이곳을 길지라고 했을까. 까닭이 없지 않다. 우선 교하현(현재 교하초등학교 자리)의 입지를 보면 한북정맥(漢北正脈)의 마지막 구간이 곡릉천과 만나는 곳이다. 의정부 사패산에서 시작한 산 능선은 도봉산→상장봉→노고산→국수봉→현달산→황룡산→장명산으로 끊길 듯 이어질 듯 평지를 내달리다가 교하현에서 멈춘다. 이른바 평지의 용으로 고양과 일산부터는 100m 안팎의 낮은 산들로 이어지지만 그 흐름이 유장(悠長)하며 생동적이다. 또 의정부 쪽에서 발원한 곡릉천은 앞의 산 능선과 지근거리에서 형제처럼 의좋게 흘러 교하초등학교 뒷산을 돌아 한강으로 들어간다(그림 참조). 산과 물이 몇십 리를 달리다가 마지막으로 교하초등학교 부근에서 서로 얼싸안으면서 교하읍 일대를 작은 명당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의신이 이곳을 길지로 본 것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정 대신들이 지적한 대로 작은 도시가 들어설 자리이지 도읍지의 크기는 아니었다.

교하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호수’ ‘숲 속의 길’ ‘생태공원’ 등 인공물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생태도시를 만들려면 교하초등학교에서 거꾸로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마지막 부분과 곡릉천을 살려주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군부대도 길을 약간 비켜주어야 하고, 도로로 잘린 산맥도 다시 이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산 능선과 물길을 따라 ‘교하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북한산국립공원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북한산 짐승들도 물길과 산길 따라 교하 신도시로 놀러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친화적’ 도시가 아니라 ‘자연도시’가 된다. 교하는 지기(地氣)가 충만한 명당 도시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06.01.31 521호 (p120~120)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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