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김정한 박사의 ‘자녀들과 함께 數學 하기’

정의 철저한 이해 우선 … 브라운 선생님의 수학수업

정의 철저한 이해 우선 … 브라운 선생님의 수학수업

정의 철저한 이해 우선 … 브라운 선생님의 수학수업
큰아이가 운전을 하면서 한결 자유로워진 아내는 이곳 공립학교의 보조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No Child Left Behind(뒤처진 아이를 내버려두지 말라)’ 정책에 의해 모든 공립학교들은 장애아나 학습능력이 처진 아이들을 위해 많은 보조교사들을 채용한다. 아내가 하는 일은 유아원부터 고등학교, 심지어 직업훈련을 받는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위한 학교까지 다양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돕는 일이다. 아내는 수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수학 수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곤 한다.

브라운 선생님은 초등학교 5학년을 가르치는 연세가 지긋한 여선생님이다. 아침에 등교한 아이들이 선생님께 다가가 반갑게 포옹를 하며 전날 일어난 이야기를 나눌 정도. 얼마 전 아내가 보조교사로 나간 날은 인권운동가 로사 팍스(사진)가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미국의 전 매체를 도배한 날이었다. 학생들은 사회수업 시간을 통해 1955년, 그녀가 버스에서 백인 남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사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죽음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진 수학수업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도형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여러 모양들을 예로 보여준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다각형과 다각형이 아닌 것을 친구들과 함께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이윽고 아이들은 다각형은 직선으로 이루어졌고, 막혀 있어야 하며, 두 선은 한 점에서만 만나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어떤 모양이 다각형인지 결정해나갔다. 그런데 한 모양에 대해서는 그것이 다각형이라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선생님은 다각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니콜에게 의견을 물었다. 니콜의 주장은 변의 길이가 같지 않기 때문에 다각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지면서 이 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물었다. 다른 아이가 나서 “길이가 같진 않지만 다각형으로 분류된 사례가 있다”는 예를 들어 니콜의 의견을 반박했다. 브라운 선생님은 “이 설명이 너의 생각을 바꾸게 했냐”고 물었지만 니콜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자 브라운 선생님의 두 눈에 더욱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다른 아이들 역시 조용히 손을 들고 니콜을 향해 자신의 의견을 펴기 시작했다. 차분한 설명이 이어졌고, 결국 니콜은 ‘길이가 같지 않더라도 다각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됐다. 선생님은 놀랍게도 토론에 참여한 모든 사람, 특히 니콜의 용기를 칭찬했다.



“너의 예리한 관찰력 때문에 우리는 다각형에서 길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 고맙다, 니콜!”

다각형의 정의를 먼저 외우고 다각형을 찾기 시작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수학의 정의가 이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모든 수학 단원의 첫 장은 정의로 시작된다. 그 정의들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이해돼야 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설명해주고, 끈질기게 물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이다. 그렇게 이해된 정의를 바탕으로 할 때 더 깊은 수학이 나올 수 있고, 용기 있는 행동이 나올 수 있다. 로사 팍스가 남이 생각하는 대로 그냥 받아들이고 자신의 권리를 양보했다면 내가 미국에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5.11.22 511호 (p75~75)

  • 미국 MS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jehkim@microsoft.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4

제 1214호

2019.11.15

윤석열 대망론이 나오는 이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