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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디자인이 만든 세상’

‘디자인의 힘’ 세상의 가치를 바꾸다

‘디자인의 힘’ 세상의 가치를 바꾸다

‘디자인의 힘’ 세상의 가치를 바꾸다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문은실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340쪽/ 1만2000원

“상품 진열대에서 특정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간은 평균 0.6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고객의 발길을 잡지 못하면 마케팅 싸움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4월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 참석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그리고 이 회장은 주요 사장단이 참석한 디자인 전략회의에서도 “디자인의 의미와 중요성을 새롭게 재인식해 세계 일류 대열에 진입한 삼성 제품을 품격 높은 명품으로 만들 것”을 강조했다. 세계 기업 삼성이 디자인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디자인은 이제 비즈니스 산업의 핵심이 됐다. 경영의 성패가 디자인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헨리 페트로스키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디자인이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말과 글로 주위에 알린다. 그는 ‘디자인이 만든 세상’을 통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공간과 사물에 담긴 디자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디자인은 물건의 겉모양이나 스타일을 결정하는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고안하고 계획하고 제작하는 모든 과정, 사람의 손과 머리가 개입되어 무(無)에서 새로움이 창조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세상 대부분의 것이 디자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의자, 전구, 종이컵, 칫솔과 같은 생활용품은 물론 대형마트의 구조, 고속도로 톨게이트, 식사, 집, 계단 등 생활 주변의 공간까지도 디자인의 영역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책은 두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생활의 발견과 2장 사물의 발견이다. 먼저 ‘톨게이트에 갇히다-어떻게 줄을 설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생활 속의 디자인 사례 한 가지. 저자는 이를 통해 줄 서는 데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려는 듯하다.

“톨게이트를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맨 오른쪽 트럭 레인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 오직 트럭만 그 줄에 설 수 있는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줄은 ‘트럭 전용’이 아니다. 트럭 레인은 언뜻 가장 길지만 그것은 트럭의 몸집이 크기 때문이고, 트럭 운전자들은 거의 날마다 톨게이트를 지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통과 과정이 대개 빠르다.” 아마 이에 대해 ‘이런 것까지 디자인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사람과 ‘그럴듯한 이야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더 나아가 “식사도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식당에 도착해서 ‘금연석과 흡연석 중 어디에 앉을 것인지’의 자리 선택에서부터 ‘동행한 사람과 마주 보고 앉을 것인지’의 자리 배치에 이르기까지 식사도 줄곧 디자인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종이봉투에서 카트까지’를 통해 물건 운반 수단에 대한 디자인의 변화를 소개하고, ‘전구에서 헤드라이트까지’를 통해 빛을 어떻게 조절할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2장 ‘사물의 발견’의 내용들은 더욱 실용적이다. 그 가운데 계산기와 전화기의 숫자판이 다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자못 흥미롭다. 계산기와 전화기 모두 우리와 친숙한 사물이지만, 숫자판의 차이를 발견한 사람은 드물것이다. 전화는 첫 줄에 1·2·3이 있고, 계산기는 같은 줄에 7·8·9가 있다. 왜 그럴까? 두 개의 사물은 테크놀로지적으로 다른 뿌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계산기의 조상은 금전등록기와 계산용 기계인데 (돈과 연관지어 볼 때) 큰 숫자일수록 잘 보이게 위쪽에 배치한 것이다. 반면 전화기는 숫자뿐 아니라 알파벳까지 통합해서 짜넣어야 했다. 책을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는 것처럼, 시선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배려한 것이다. 이밖에도 의자와 칫솔의 진화를 통한 디자인 변천사와 ‘숨어 있는 디자인-손잡이와 스위치’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 책은 디자인 전문서가 아니다. 디자인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실용서에 가깝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것까지 디자인에 포함되나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책장을 덮고 나면 저자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생활이 곧 디자인이고, 디자인이 곧 생활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주간동아 2005.06.14 489호 (p80~81)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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