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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터지 열풍’ 패션계도 강타

영화 해리 포터·반지의 제왕 의상 벌써 거리로 … 올 봄 화이트 컬러 대유행 예고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팬터지 열풍’ 패션계도 강타

‘팬터지 열풍’ 패션계도 강타
요즈음 거리에는 길고 알록달록한 목도리를 두른 젊은이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이 목도리를 보고 ‘어딘가 본 듯한데’하고 궁금해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본 사람일 것이다. 영화에서 해리 포터와 친구 론, 헤르미온은 호그워츠 마법학교의 교복인 긴 망토와 목도리를 두르고 등장한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이 목도리가 거리에서 낯익은 아이템이 된 것이다. 일명 ‘그리핀도르 목도리’로 불리는 해리 포터 목도리는 원색의 굵은 가로줄 무늬가 있고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것이 특징이다.

복고풍 코트·망토도 강세

‘팬터지 열풍’ 패션계도 강타
또 마법사들의 의상을 연상시키는 복고풍 반코트와 망토도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올 겨울을 강타한 아이템이다. 초등학생부터 직장 여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복고풍 반코트는 허리선이 없고 칼라 대신 ‘후드’라고 부르는 모자가 달려 있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열풍이 원작 소설과 캐릭터 상품, 인터넷 게임 등을 거쳐 패션까지 옮아간 셈이다.

올 1월1일에 개봉된 영화 ‘반지의 제왕’은 봄 패션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예츠 디자인실 이금복 실장은 “블랙이 강세였던 지난해에 비해 올 봄에는 상하의를 모두 흰색으로 입는 화이트 패션이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봄에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파스텔톤 역시 올해는 흰색 파우더를 뿌린 듯 모호한 색상으로 변형된다. 또 망사, 시스루 등 하늘하늘한 소재와 허리 라인이 가슴선 바로 아래 있는 엠파이어 스타일의 원피스, 레이스나 러플 장식, 나팔 소매의 블라우스 등 여성성이 강조된 의상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로맨틱한 패션 경향과 화이트 컬러의 대유행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요정들의 의상을 연상시킨다.

‘팬터지 열풍’ 패션계도 강타
화이트톤과 여성성으로 대표되는 봄 의상의 유행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올 봄의 패션 경향에 대해 ‘온통 흰색 물결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랠프 로렌의 춘하 패션쇼는 청순한 느낌의 화이트 컬러 일색으로 장식되었다. 또 현실이 아닌 꿈의 세계를 동경하는 카롤리나 헤레라의 꽃무늬, 튤립 모양을 본뜬 도나 카란의 부풀린 스커트 등 로맨틱한 여성성을 강조한 올 봄 패션 전망들은 팬터지 영화와 분명 유사한 면이 있다.



특정 영화에 영향 받은 패션이 유행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입고 나온 트렌치코트와 중절모는 그 후 중후한 남성상의 상징이 되었다. 또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등장하는 오드리 헵번의 슬림한 블랙 드레스는 아직까지도 칵테일 파티 등 사교 모임의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자리하고 있다. 동덕여대 간호석 교수(의상디자인학)는 “패션 디자이너들은 항상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은 영화를 눈여겨본다. 영화와 패션의 유행 사이에 그만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영화도 이 같은 면을 좀더 치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팬터지 열풍’ 패션계도 강타
단순히 영화가 패션을 유행시킨 것이 아니라 영화와 패션이 모두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 받은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서정미 차장은 “팬터지 영화와 로맨틱한 패션은 모두 복고적 트렌드의 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즉 테크놀로지와 인터넷 등을 강조했던 90년대의 경향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고 있다는 것. 팬터지의 강세나 여성성을 극대화해 마치 여신 같은 느낌을 주는 패션은 모두 21세기식으로 변형된 복고풍이라는 것이 서차장의 견해다.

유행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패션은 점점 사회적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9·11 테러사태 직후 미국에서는 검은색의 심플한 의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상 초유의 테러에 맞닥뜨린 사람들이 본능적인 보호의식을 발휘, 남의 이목을 끌지 않는 단순한 의상 속에 자신을 숨기기 원했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인 경기 침체도 블랙 컬러의 유행을 부채질했다.

‘팬터지 열풍’ 패션계도 강타
그렇다면 올 봄의 화이트 컬러 유행은 경기 회복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일까? 아니면 겨울의 무거운 기억을 벗어 던지고 봄 햇살같이 상큼한 희망을 얻고 싶은 것일까? 그러나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해석하기에는 ‘팬터지 열풍’의 내면은 좀더 복잡하다.

팬터지는 현실이 아니라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팬터지에 대한 탐닉은 결국 현실을 외면하고픈 열망에 지나지 않는다. 불경기와 취업대란 등 암울한 현실에 지친 젊은 세대는 차라리 환상 속에 빠지고 싶어한다. 영화에서 패션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는 팬터지의 유행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무게가 그만큼 무겁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322호 (p84~85)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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