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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시장에도 ‘퇴출시대’ 온다

경기 위축 광고 감소로 경영난 가중 … 지방언론사 난립 ‘제 살 깎아먹기’ 경쟁

언론 시장에도 ‘퇴출시대’ 온다

언론 시장에도 ‘퇴출시대’ 온다
한국의 언론시장이 국내 경기 위축과 더불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 11월24일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영남일보’가 신청한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돼 사실상 퇴출 판정을 받았다. 영남권의 다른 신문도 경영난 등의 이유로 최근 자체 해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일보는 IMF 사태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등 99년 현재 자산 492억원, 부채 1236억원으로 언론사로서는 최초로 법정관리 신청을 냈었다.

중앙 유력지 가운데 하나인 H사도 1800억원의 채무 가운데 800억원 가량을 변제하지 못해 변제 방안을 놓고 현재 채권단과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7년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국 56개사 4만여명의 언론 종사자 가운데 약 20%인 8000여명의 언론인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문을 닫은 곳은 대우그룹이 대주주였던 부산매일신문 단 한 곳뿐이었다. 이런 우리 언론 구조의 특성을 감안하면 위의 예들은 현재 상황이 심상찮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언론시장의 위기는 상반기까지 유례 없는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광고시장이 하반기 경기침체와 더불어 급격히 하락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광고단체 연합회가 발표한 ‘2000년 3·4분기 광고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4분기 광고비 지출 총액은 2·4분기에 비해 3.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문의 경우 8.7%나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 시장에도 ‘퇴출시대’ 온다
한 통계에 의하면 신문 시장의 ‘빅3’로 불리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의 경우 지난 10월 현재 누적 광고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1월 들어서는 거의 모든 신문의 광고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16∼48%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반기 호황을 누리던 광고시장이 6∼8월을 거치면서 상승세가 꺾였고, 9월 이후 불황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빅3’를 제외한 중앙의 신문이나 지방신문의 경우 광고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빠른 곳은 이미 3∼4월부터 광고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하반기 들어서는 적자로 돌아섰고, 그 폭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 광고 시장의 경우 아직은 신문사보다 덜 심각하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만 하더라도 하반기 들어 올림픽 특수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60%대로 광고 매출액이 하락했다. MBC나 SBS의 경우도 광고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방송광고공사 관계자의 지적이다.

언론사들은 현재 광고 불황에 따른 긴축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확장지 축소, 상여금 지급 금지, 지면 감면, 무급 휴직, 기자조판제, 구조조정 계획 등 내년 상반기를 대비한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먼저 동아 중앙 조선 등 대다수 신문사들이 신문 발행부수의 10∼20%에 달하던 확장지를 대폭 줄여 긴축경영에 나섰으며, 지면 감면도 실시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11월13일 8면을 줄였으며, 한겨레도 총량 기준으로 4면을 감면했다. 대한매일, 한국일보 등도 4∼8면 정도를 줄여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이들 신문 외에 나머지 신문들도 감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면 감면과 경영안정을 이유로 무급 휴직제 시행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와 한겨레, 중앙일보 자회사인 ‘조인스 닷컴’ 등은 이달 초 무급 휴직제를 도입해 희망자를 대상으로 내년도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 밖에 대한매일은 내년부터 기자조판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조인스 닷컴의 경우 내년도 임금을 삭감할 방침이다.

광고 격감에 따른 광고 유치 전쟁도 치열하다. 이른 새벽 대기업 사장 집을 신문사 광고국장이 직접 방문해 광고 유치를 호소하거나, 광고성 기사 게재를 통한 방법으로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사들은 대학 홍보성 기사를 지면 한 면 전체에 걸쳐 싣거나 차세대 이동 통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IMT 2000’ 사업을 소개한다는 명분으로 IMT 2000 사업에 대한 기사를 전면에 걸쳐 실으면서 사업자 신청회사의 입장을 정리해 싣는 등 홍보성 기사를 게재하고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

현재의 언론 위기 상황은 경기침체라는 외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국 언론시장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도 위기를 증폭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언론은 외국에 비해 광고 의존도가 너무 높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광고비 대 지대 비중이 39 대 61로 구독자 중심의 신문구조인데 비해, 우리의 경우 광고비 대 지대 비중이 79.1 대 20.9로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한다고 할 만큼 비중이 높은 현실이다.

광고에 의존한 수입 구조는 국내 경기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며, 광고시장이 위축될 경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야기된다. 즉 경기가 악화하면 기업은 광고비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 광고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중앙의 메이저 언론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광고시장의 냉각은 지방신문의 경영 상태를 더욱 악화하고 있다. 대다수 언론 종사자들은 지방신문의 존립 여부 자체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 진단한다. 지방신문의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한정된 시장 규모, 신문사의 난립과 파행적인 재무구조, 광고시장의 중앙집중화 등의 이유로 경영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87년 신문등록 자율화 조치 이후 지방지는 10개사에서 올 5월 현재 63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앙지가 10개에서 20개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10개의 언론사가 지역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등 난립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수의 언론사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30%, 국가 경제력의 80%가 서울에 밀집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언론사의 난립은 과당경쟁과 부실경영의 제일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언론의 존립 근거가 되는 정보원과 광고주가 중앙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 이익을 낸 지방언론의 수는 부산일보 등 6개 신문사에 불과하며, 나머지 언론사들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수백억여원까지 적자를 보이고 있다.

지방언론의 난립, 그로 인한 경영 악화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점에는 많은 지역 언론 종사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5공화국 시절처럼 1도 1사 원칙의 언론 패권주의는 아니더라도 지방 신문사 간 자율적인 통폐합을 통한 언론사 감축은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의 결과를 놓고 본다면 현재의 언론시장은 ‘위기 상황’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번 언론 위기는 IMF 한파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하반기부터 나돌기 시작한 언론사 구조조정 소문과 맞물리면서 언론 종사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증폭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광고 위주의 왜곡된 수익구조에서 초래됐다는 데 있다. 바꾸어 말해 언론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풀어내지 않는 한 한국의 언론위기는 늘 상존한다는 것이다.

인제대 김창룡 교수는 12월1일 기자협회가 ‘한국 언론의 대위기’라는 주제로 개최한 기자포럼에서 “현재 언론의 위기를 단순히 경영의 위기로 본다면 한국 언론의 미래는 없다”며 “근본적인 대안으로 언론개혁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00.12.28 265호 (p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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