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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백일몽이었나, 닷컴열풍

비도덕적 행위 응징 강화하라

애정과 관심 과잉이 시장 왜곡 불러… ‘모험 정신’ 초심으로 돌아가면 미래는 있다

비도덕적 행위 응징 강화하라

비도덕적 행위 응징 강화하라
조금 역설적인 얘기를 하기 위해 연초로 돌아가본다. 인터넷과 벤처이기만 하면 바로 ‘천국행’일 것 같은 부화뇌동이 온 나라를 휩쓸고, 남녀노소 구분없이 ‘코스닥’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 때가 분명 있었다.

정부는 벤처기업 지정에 대한 제반 규정을 선심 쓰듯 널리 알렸고 기업들은 진정한 벤처정신과는 무관하게 몇몇 필요조건들만 충족시킴으로써 수많은 혜택을 부여받았다. 많은 기업들이 그 깊이 없는 ‘벤처의 조건’에 턱걸이를 하려 별의별 노력을 다 기울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게 시작한 한 해였는데 최근 벤처의 탈을 쓴 대형 금융사건들이 연이어 터져나와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번엔 아예 모든 벤처를 도매금으로 싸잡아 신종 범죄집단 정도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부터 잘못되었던가.

결과만 말하자면, 벤처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애정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의 무분별한 경쟁적 보도 행태에도 책임이 있지만 무엇보다 벤처에 대한 정부의 말단적인 물량지원책이 더 큰 문제였다.

사실 벤처 지원이란 명목 하에 주어지는 갖가지 혜택들은 자본시장을 왜곡한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벤처 지원책과 더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 그리고 더 세밀한 기준의 필요성을 낳아 신생 벤처들을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일관되지 못하고 중심도 없이 흔들렸던 과잉 관심이 가져온 결과를 보라. 최근까지 수많은 벤처가 몰락했고 훨씬 더 많은 수의 닷컴기업들이 ‘열풍’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투자는 위축되고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려는 건전한 벤처들은 ‘유탄’을 맞고 싹도 틔워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서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미 왜곡된 시장에서 불거지는 비도덕적인 수익 늘리기 행위에 대한 응징을 대폭 강화하라는 것이다. 평상시엔 불법을 자행하도록 직무유기에 가까울 정도로 방만하다가 사건이 터지고서야 갑자기 대책을 내놓는 미봉책으로는 안 된다.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아예 주식시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증권감독원(SEC)처럼 제도적인 체계가 잡혀 있어야 기업을 운영할 맛이 나는 법이다. 정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과 강력한 응징이 공존하는 한 도덕적 해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대주주가 금고에서 멋대로 불법대출을 하고도 나중에 그 돈을 갚으면 면죄부를 얻는다는 상식 이하의 법 해석이 성립되는 이런 토양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벤처문화가 정립될 수 있을까.

벤처는 그야말로 ‘start-up company’다. 막 시작하는 회사란 뜻이다. ‘모험 정신’을 추구하며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기업을 변질시킬 뿐이다.

요컨대, 단기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시각이나 지나칠 만큼 과도한 관심으로 벤처를 바라보는 일은 둘 다 옳지 못하다. 단기 차익을 염두에 두고 벤처를 해보겠다는 생각도 금물이지만 한두 번에 그치는 정부의 지원이나 요란한 육성책도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거시경제 차원에서 제대로 정해진 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모든 메커니즘이 굳건하고 올바른 원칙 하에 움직여 나가는 건강한 경제환경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

이젠 정부도, 벤처 스스로도, 국민도 정말 ‘벤처’를 벗자. 벤처에 대해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것도, 비난의 화살을 집중하는 것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벤처 아닌 그 어떤 기업이라도 장기 비전과 원칙 하에 제대로 경영되기만 한다면 그 누가 미래를 어두울 것이라 의심하겠는가.



주간동아 2000.12.28 265호 (p24~24)

  • < 허진호/ ㈜아이월드네트워킹 대표hur@iworl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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