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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정책 만드는 ‘새교육공동체’

제1기 임기 종료 앞두고 재탕식 개혁안 급조…2기 구성 개편 논의 활발

헌 정책 만드는 ‘새교육공동체’

헌 정책 만드는 ‘새교육공동체’
자립형 사립고교, 자율학교의 확대, 대안학교의 다양화, 외국인학교에 대한 규제 완화(내국인의 외국인학교 입학 허용), 대학위원회 신설,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교원전문대학원 신설….

7월11일 새교육공동체(이하 새교위)의 대통령 보고 후 각종 교육개혁안이 발표되자 교육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존재조차 잊힌 새교위가 제1기(98년 7월24일~2000년 7월23일) 임기종료를 앞두고 민감한 안들을 쏟아낸 저의가 무엇이냐는 분위기다. 연일 교육 관련 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새교위 안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한만중 정책기획국장은 “새교위 1기가 종료됐다는 것은 국민의 정부 상반기 교육개혁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1기 활동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지 실현의지도 없는 정책을 나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교육계 인사도 “새교위가 발표한 정책이란 게 이미 나온 것의 재탕에 불과하다. 자율학교는 97년 이미 3년간의 시범실시 기간을 갖고 추진돼온 것이고 자립형 사립학교는 교육개발원이 2002년 시행을 위해 준비 중인 사안이다. 그런데 왜 지금 시점에서 새교위 이름으로 이 안들이 제안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실제 1기 새교위 위원으로 활동한 Y씨는 정책보고서 작성 경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11일 청와대에 보고되기 전날에서야 정책보고서라는 것을 보았다. 전위원이 참석한 회의였는데 이미 책자로 인쇄된 것을 놓고 인준 비슷한 것을 했다. 어차피 보고서대로 실행할 것도 아니고 그냥 보고용이니까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만들어진 교육개혁추진단이 ‘새교육공동체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한 지 2년. 하지만 1기는 위상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채 시행착오만 거듭하다 말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심지어 청와대 보고용으로 작성된 이번 정책보고서에 대해서도 ‘궁여지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실적이랄 게 없다 보니 이것저것 안을 끌어다가 급조했다는 혹평이다.

8월 중 2기 구성을 계획하고 있는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지난 2년 동안 교육관료나 교육현장, 교육시민운동 세력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항상 ‘뒷북치는 새교위’로 전락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시점에서 새교위의 태생적 한계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새교위는 지금까지의 개혁을 점검 평가하고 그것을 현장에 착근시키며, 널리 홍보하는 기능을 한다.” 새교위의 기능에 대해 물으면 관계자들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똑같은 답변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막상 이 목표대로 추진하다 보니 현실적인 장애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 새교위 위원은 “새교위가 현장 중심으로 활동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며 “첫째 교육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교육개혁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 둘째 새교위가 개혁적 인사로 구성될 것”을 꼽았다.

그러나 둘 다 실패로 끝났다. 이해찬 장관 시절 서슬 퍼렇게 진행되던 교육개혁이 흐지부지되면서 새교위가 앞장 서서 홍보할 개혁안 자체가 실종된 것이다. 여기에 대부분 대학총장과 교수, 각 전문직 종사자로 구성된(보수적 색채를 띤) 위원회는 진보적인 교육시민운동세력과 손잡고 개혁을 추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문민정부의 교육개혁안을 승계한 국민의 정부는 ‘착근’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새교위가 현장을 다니며 개혁전도사가 돼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원들은 ‘전도사’보다 정책을 생산하는 ‘브레인’ 역할을 선호했다. 게다가 “도대체 새교위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외부의 질책도 이들에게 부담이 됐다. 뭔가 화제를 일으킬 한 건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었다.

이들은 한편으로 문민정부 시절의 교육개혁위원회를 그리워했고, 실제로 닮아갔다. 교개위는 개혁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실천은 교육부로 넘기면 그만이어서, 막강한 위상에 비해 부담은 훨씬 작았기 때문이다. 새교위 내부에서 “교육부의 시녀 노릇이나 할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아래로부터의 의견수렴 기능보다는 위로부터의 정책제안 기능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새교위의 활동 가운데 박수를 받은 것은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새교육공동체 시민모임과 교사로 구성된 교육정책 리포터 제도 정도였다.

손발이 없는 새교위는 ‘관변단체’ 의혹을 무릅쓰고 새교육공동체 시민모임이라는 하부조직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던 교육시민단체가 그래도 논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 아래 속속 모임에 가입하면서 1년 사이 전국적으로 100개의 모임이 결성되는 등 활기를 띠었다. 여기에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513명의 교육정책 리포터의 활약도 커서 교육시민운동의 한 축이 됐다. 그러나 새교위가 정책제안 기능만을 강조하게 되면 두 조직 모두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새교위 2기 구성을 앞두고 교육계 안팎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뜻에서 새교위 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새교위의 정진곤 상임위원(한양대 교수·교육학)은 “정책보고서와는 별도로 새교위 활동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새로운 역할이 부여될 것”이라고 말한 뒤 “지난 1, 2년간 교육계의 화두는 학교붕괴와 지식기반사회 구축이었다. 이렇게 교육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한 데 따른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교육부가 인적자원개발부로 바뀌는 데 맞춰 새교위의 위상도 바뀐다는 것을 암시한다.

전교조는 새로운 새교위의 역할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 임기 내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기반구축을 새교위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전교조나 교원단체, 교육개혁 시민운동 연대와 같은 시민단체, 재계, 노동계 등에서 골고루 추천된 인사들로 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밑으로부터 교육개혁을 공론화하고 위로부터 교육개혁을 입안하기 위해 아예 새교위(명칭을 바꾸어)를 대통령자문기구가 아닌 국회 기구로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를 통해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가적 차원의 교육개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일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이 안 역시 적극 검토 중이다.

“지금 같은 새교위라면 차리라 해체하는 게 낫다”는 노골적인 비난 속에서 과연 새로 태어나는 새교위가 아래로부터의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주체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2000.07.27 244호 (p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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