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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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란 성장의 시기 느려도 좋으니 멈추지 마라”

김난도 서울대 교수

  • 입력2013-11-25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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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난도(50)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11월 11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 마련된 ‘열정樂서’ 무대에 올랐다. ‘열정樂서’는 2010년부터 이 시대 멘토들과 삼성그룹 임원들이 대학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토크 콘서트.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의 저자로 유명한 김 교수는 이날 ‘내:일을 준비하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김 교수는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7년부터 모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내 일(My Job)을 하자는 것이 오늘 강연 주제입니다. 내 일, 나만의 천직을 찾는 다섯 가지 전략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영어 M Y J O B의 첫 글자에 맞춰봤습니다.

    평생 일할 직장도 남 눈을 의식

    “젊음이란 성장의 시기 느려도 좋으니 멈추지 마라”
    첫 번째는 Mismatch, Good-bye, 즉 ‘미스매치여, 안녕’입니다. 주로 데이트 상대나 결혼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미스매치가 있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일자리 시장에서도 똑같이 미스매치 상황이 벌어집니다. 대한민국 청춘이 아픈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에는 청춘이 조국과 민족을 걱정했을지언정 자기 일자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자리가 많았고, 취직하면 경제와 함께 개인의 성장도 빨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적고 좋은 일자리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많은 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좋은 인재가 없다고 한다는 겁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직원을 뽑아놓고 보니 훌륭하지 않다고 하거나, 뽑은 지 얼마 안 돼 이직하거나 그만둔다고 불평합니다. 구직자와 회사 간에도 이런 미스매치가 있습니다.

    제 책에 ‘내:일’이라는 타이틀을 쓴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이 남의 눈을 굉장히 많이 의식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저는 소비를 전공했습니다. 명품을 쓰는 이유는 남의 눈을 크게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핸드백을 살 때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생 일할 직장을 구할 때도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은 문제죠. 과거 애널리스트들은 투자할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보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나, 앞으로 이 회사가 성장해서 주가가 오를 것인지만 봤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이 평생 일할 곳을 고르면서 왜 어떤 회사가 좋은지 한 번도 고민하지 않는지, 왜 지금 당장 좋아 보이는 회사에만 올인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스스로 애널리스트가 됐다고 생각해보세요. 방학 때마다 영어공부를 하고 공모전에 나가려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큼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게 좋을지 생각했으면 합니다. 물론 이런 미스매치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해결책도 필요하지만,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평생 몸을 담아야 할 회사에 대해 공부하고 애널리스트가 되라는 겁니다. 그래야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자신이 지원하는 회사 처지를 생각해 진정성을 담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Your Brand is Your Power, 즉 ‘당신의 브랜드가 힘’입니다. 저도 화가 나는 부분은 (회사가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스펙을 안 본다고 한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말씀드리면 스펙이 아닌 브랜드를 만들라는 겁니다. 스펙은 단점을 없애줍니다. 한 학생과 대화하면서 여름방학에 뭘 할 거냐고 물었더니 부족한 스펙을 위해 영어에 올인한다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네가 떨어진 건 영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족한 영어를 뛰어넘을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제가 다른 강연에서 오리가 되지 말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오리는 뛰고 걷고 날 수도 있기에 스펙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사장이라면 날거나 헤엄치는 동물을 써야 할 때 오리를 선택하겠습니까. 독수리를 쓰고, 돌고래를 쓰겠죠.

    특히 강하게 남아 있는 고3 마인드가 문제입니다. 배치표를 받고,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을 종합해 칸을 맞춥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갈 때는 단점이 적을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그 연장선에서 똑같이 생각하는 게 전형적인 고3 마인드이죠. 제가 대입 면접관으로 수시면접에 들어가 어떤 남학생을 봤는데, 정말 잘생겨서 눈에 확 띄었습니다. 제가 만약 그 학생을 외모만 보고 뽑는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징계를 받았을 겁니다. 대학은 일정 조건을 갖춰야 하니까요. 그런데 회사에서 제가 잘생긴 사람을 뽑은 뒤 여자들을 공략해 물건을 팔라고 하면 징계를 받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단점을 덮으려 하지 말고 장점을 키우라는 겁니다. 여러분은 첫 직장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 스펙을 중시하지만 저는 여러분의 첫 직장에 관심이 없습니다. 마지막 직장에 관심이 있습니다. 최고가 된 여러분이 마지막 직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가 궁금합니다.

    다음은 Joy of Learning, 즉 ‘삶은 배움의 연속’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미국 대학생과 비교하면 공부 양이 적습니다. 이해합니다. 중고생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그래서 대한민국 중고생은 대학 가면 놀겠다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물론 대학도 학교니까 공부를 하긴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인생이 예전처럼 50~60대에 끝나는 게 아니라 80~90대까지 이어지는 요즘 같은 때는 더 그렇습니다.

    학벌과 스펙으로 버틸 수 없는 시대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좋은 학벌과 좋은 스펙만으로 평생을 버틸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물론 배움은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생활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를 사귀면서 그의 좋은 점, 싫은 점을 적고 스스로 실천하면 자신의 성격을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많이 적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한 번 여쭤보세요. 지금 하시는 일이 전공을 살린 거냐고. 아마도 그런 분은 매우 드물 겁니다. 확률적으로 선택한 전공으로 자기 평생의 일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 계속 배우세요.

    네 번째는 Over the Global Border, 즉 ‘글로벌로 나아가자’입니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영어도 굉장히 잘하고 외국에도 많이 나갑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으로만 가서 지식을 갖추고 한국에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안 될까요. 우리나라에 있는 걸 해외에 가서 적용해볼 수도 있습니다. 시야를 넓게 가지면 할 일이 많을 겁니다. 작은 나라인 데다 자원이 없고 인구는 많은 상황에서 한국이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통을 우리 젊은이들이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은 Business for Happiness, 즉 ‘돈을 위해 일하지 마라’입니다. 행복을 위해 일하라는 겁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과 성장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가장 행복한 일이 뭘까요. 답은 성장할 수 있는 일입니다. 게이머들은 성장코드가 있는 게임을 할 때 재미를 느낀다고 합니다. 남성이 좋아하는 마라톤,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점수와 기록이 있습니다. 남학생은 로봇 좋아하죠? 그중에서도 변신하고 합체하는 로봇을 좋아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10명이 정해지고 1명씩 떨어질 때 인기가 많아집니다. 여기서 본질은 탈락이 아니라, 응원하는 참가자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재미를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분이 성장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은 에스컬레이터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고교생 때는 좋은 대학이라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10대 기업에 들어간 사람의 3년 이내 이직률이 가장 높은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어떤 에스컬레이터가 자신을 성공으로 데려다줄 것인지가 아니라, 옆 계단을 이용해 나 자신을 얼마나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그만큼 에스컬레이터 위가 아니라 계단에 서 있는 것이 다른 길을 찾거나 가기에 더 유리합니다.

    돈보다 자신의 성장 위해 일해야

    “젊음이란 성장의 시기 느려도 좋으니 멈추지 마라”

    김난도 교수는 강연에서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일하라”고 강조했다.

    제 이야기의 핵심은 성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돈과 생계를 위해 일하지 말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일하세요.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는 고교 때부터 국가대표 생활을 했는데, 돈을 벌려고 행사에 나가고 아이들을 가르쳤다면 지금처럼 큰돈을 벌 수 있었을까요? 그는 그런 기회를 포기하고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세계적인 선수가 되니 예전의 푼돈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큰돈을 벌게 됐죠. 이것이 제가 여러분에게 진정 돈을 원한다면 돈을 위해 일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젊은 시절은 돈을 벌 때가 아니라 성장을 할 때입니다. 언젠가 여러분이 독수리가 됐을 때 벌 수 있는 돈의 액수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내게 나무를 벨 8시간을 준다면 그중 6시간은 도끼를 가는 데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늘 급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보다 빨리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더 빨리 끝내는 게 중요하죠.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똑같은 실험을 반복하면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인생에선 다르게 생각합니다.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오늘을 바꾸세요. 그래야 내일이 달라집니다. 게임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여러분이 성장하는 시간을 뺏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성장하는 데 중요한 것은 인생에서 성숙해지는 일인데, 게임이나 골프를 즐기고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의 성장 기쁨을 대리만족하면 정작 중요한 자신의 성장을 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성장한다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느린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멈추는 것을 걱정하세요. 성공은 최선의 나 자신이 되는 것이며, 최선의 나 자신이 되려면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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