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1

2017.01.11

경제

VR(가상현실) 주도권은 킬러 콘텐츠에 달렸다

앞서가는 구글·페이스북, 국내 이동통신사도 뒤늦게 발동…한국에선 교육 콘텐츠로 승부

  • 박현수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hyun-soo.park@kt.com

    입력2017-01-09 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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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골프 인구는 약 619만 명으로, 2008년 381만 명에 비해 62%가량 늘어났다. 그 배경에는 스크린골프장이 있다. 스크린골프의 가장 큰 장점은 야외 골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실제 골프장에서처럼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상현실’의 기본 개념이다.



    2020년 가상현실시장 규모 10배 성장

    가상현실이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현실과 유사한 상황을 재구성하고 인간의 감각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가상현실은 속성에 따라 VR, AR, MR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VR(Virtual Reality)는 100% 가상세계를 시청각적으로 눈앞에 구현해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통 VR 기기를 착용한다. AR(Augmented Reality)는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그 위에 추가적인 이미지나 정보를 덧입히는 기술로, 안경 형태의 스마트글라스 등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MR(Mixed Reality)는 현실 배경을 활용하고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융합해 가상 콘텐츠를 구현한, 즉 AR에 VR 기술을 융합한 개념으로 홀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가상현실을 주도하는 글로벌기업으로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가상현실 기기 및 플랫폼을 선점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2016년 8월 인텔이 가상현실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애플도 올해 가상현실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는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늘어나면서 시장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글로벌 가상현실시장 규모가 2016년 8조 원대 규모에서 2020년 80조 원으로 10배 이상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가상현실 기기 판매량으로 따지면 2016년 900만 개, 2020년에는 약 5.6배 성장한 5000만 개 정도로 예상된다.



    ICT 기업들의 가상현실 관련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먼저 구글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활용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자 제작 및 편집 툴을 제공하면서 VR 채널인 ‘360도 동영상 채널(#360Video)’도 운영 중이다. 2015년 7월 기준 28만 명이던 채널 구독자 수가 2016년 12월에는 약 7배 증가한 20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구글은 저가형 VR HMD 카드보드(Cardboard)를 개발해 활용도를 높였다.   

    페이스북은 2014년 VR 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23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에 인수해 가상현실 단말기 기술력을 확보했다. 17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유저에게 VR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가상현실 속 SNS 구현’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가상현실은 페이스북의 미래이며, 향후 가상현실 공간에서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MS는 윈도10과 연동되는 가상현실 기기 ‘MS 홀로렌즈’를 개발 중으로,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2014년 스웨덴 게임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모장(Mojang)사를 25억 달러에 인수했다. 마인크래프트는 핀란드,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학교 정규수업에 포함시킬 정도로 인기가 높으며, 모장은 마인크래프트로 연간 1억 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별로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체험형 영상 등 교육용 콘텐츠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구글 엑스퍼디션(Google Expedition)을 꼽을 수 있다. 구글은 멕시코 아즈텍 문명,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 등 세계 주요 유적을 체험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교사가 태블릿PC로 구글 엑스퍼디션 콘텐츠를 재생하면 학생들은 구글 카드보드를 통해 세계 유적을 직접 방문한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전 세계 123개국에 4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있으며, 학생 50만 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산학협력 생태계 구축해야 

    국내에서도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시장은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가상현실 기기 ‘삼성 기어 VR’를 출시해 하드웨어 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나 콘텐츠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선두기업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최근 국내 이동통신 3사를 중심으로 가상현실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KT는 세계 최초로 홀로그램 전용관인 ‘케이라이브(K-live)’를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사이언스쇼 인체박물관’ 등 디지털 체험학습과 홀로그램 뮤지컬이 펼쳐진다. 또한 KT GiGA VR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야구 경기장 내부 모습을 360도 동영상으로 제공했으며, 누구나 가상현실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 ‘The VR’도 모바일 IPTV를 통해 서비스 중이다. SK텔레콤은 자사가 보유한 ‘가상현실 409’ 기술과 EBS가 보유한 교육 콘텐츠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가상현실을 끊김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고화질 가상현실(VR) 생중계’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 단계에 있다. 롱텀에볼루션(LTE) 비디오 포털을 통해 ‘360도 가상현실’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LG 유플러스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자체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VR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현실시장은 2016년 1조3000억 원 규모에 달했고, 2020년에는 5조7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가상현실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형 ICT 기업과 비교하면 이들을 따라잡기에는 이미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글로벌 가상현실시장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며, 특히 ‘킬러 콘텐츠’의 등장이 그리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킬러 콘텐츠를 누가 확보하느냐에 따라 가상현실시장의 주도권도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계소비에서 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나라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발표한 ‘글로벌 교육열 순위’에서도 세계 1위일 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또한 ICT 기술을 접목한 e러닝, 모바일러닝 등을 활용하는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라 체험형 교육용 가상현실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교육용 가상현실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려면 먼저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제작 툴, 원천 기술 등을 확보하기 위해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 콘텐츠라는 것 자체가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만큼 대학 등 교육기관을 주축으로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의 협업이 요구된다. 2016년 여름 큰 화제가 됐던 ‘포켓몬 GO’ 같은 킬러 콘텐츠가 하루빨리 국내에서도 개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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