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회에서나 기후, 지대, 잔디 등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있었다. 6월12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있다.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 경기장’이다. 10개 경기장 중 6개가 1000m 고지대에 있어 다른 구장보다 체력 소모가 심하다.
남아공의 공용어 중 하나인 ‘줄루어’로 ‘축하하다’는 뜻인 자블라니는 아디다스가 제작했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12월에 낸 보도자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어떤 날씨나 환경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슈팅과 완벽한 그립감(발에 착 달라붙는 느낌)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보이기는커녕 자블라니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자블라니는 팀가이스트(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등 역대 월드컵 공인구보다 완벽하게 구(球)에 가까운 공이다. 평면조각을 이어붙이는 기존의 제작 방법 대신 곡선 형태의 입체조각을 연결해 만들었기 때문. 그러다 보니 공기저항이 줄어 공의 속도가 빨라지고 비거리도 늘어나 선수들이 낙하지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m 높이에서 떨어뜨린 자블라니는 다른 공들보다 3cm가량 더 튀어 오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그만큼 반발력이 커 바운드된 자블라니를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졌다.
김영광 골키퍼 “공중 볼이 무서워”
한국 대표팀 수비진은 “바운드된 공이 생각보다 높게 튀어 오르고, 전방으로 띄운 공도 예측보다 멀리 뻗어나간다”며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골키퍼 김영광은 “공이 휘어져오다 갑자기 직선으로 흔들리며 날아오는데, 공중 볼이 무섭다고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 대표팀이 1월1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가대표 25명 전원이 자블라니의 탄성과 반발력에 민감하다고 반응했고, 이 중 22명(복수 응답)이 낙하지점을 잡기 어렵다고 답했다.
자블라니가 공인구로 처음 사용되는 국제대회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1월10~31일)에서도 골키퍼들의 실책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와 평가전을 치렀던 잠비아의 골키퍼 케네디 음위네는 카메룬전에서 상대방이 길게 찬 공의 낙하지점을 놓쳐 골을 허용하는 등 적응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자블라니는 기존 축구공과 달리 공기저항이 적어 직선으로 나가는 슈팅은 힘을 덜 들여도 쭉 뻗어나가지만, 공기저항을 역이용하는 회전킥은 힘을 더 주고 차야 원하는 방향으로 곡선을 그릴 수 있다.
고지대 운동장 역시 한국 대표팀을 괴롭히고 있다. 대표팀은 6월17일 해발 1753m인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본선 2차전을 치른다. 16강 이후 경기도 고지대에서 치를 수 있다. 두 팀의 객관적인 전력 외에도 고지대 적응 여부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표팀은 1월10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의 또 다른 고지대 경기장인 란드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대 4로 완패했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는 밀도가 낮고 기압이 낮아 들이마실 수 있는 산소의 양이 적다. 이는 체력 소모가 많은 경기에서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의 정동식 박사는 “고지대에서는 산소 섭취 능력이 5% 줄어들고, 이는 지구력의 5% 감소로 이어진다. 그만큼 스피드와 지구력에 부담을 느껴 몸이 무거워질 수 있다”면서 “반면 공기저항은 적어, 공이 가볍고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즉, 자블라니가 고지대로 가면 위력이 배가된다. 공기저항을 덜 타는 자블라니가 공기저항이 적은 고지대에 있으니 비거리가 더욱 길어지고 변화무쌍해지는 것이다. 실제 감아 차는 킥은 회전이 풀려 생각보다 멀리 뻗어나갔고, 골키퍼들은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공을 막아내느라 힘겨워하고 있다. 대표팀 골키퍼인 이운재는 잠비아전에서 막을 수 있을 만한 슈팅을 놓쳐 실점하기도 했다.
체력 보강 절대적으로 필요
이런 생소한 공인구와 고지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결국 연습을 많이 하고, 실전을 수차례 치르는 수밖에 없다. 이운재 등 대표팀 골키퍼들은 훈련 뒤에 공을 하나씩 방으로 가져가 침대 위에서도 끼고 만지며 친숙해지려고 노력한다. 고지대에 적응하기 위해 3주의 전지훈련 기간 중 2주를 남아공에 할애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선수로 뛴 허정무 감독이 당시 고지대 적응에 힘겨워했던 자신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이번 고지대 전지훈련에 담겨 있다. 월드컵 경기 직전 캠프로 활용하는 오스트리아 노이스티프트도 해발 1200m의 고지대다. 또 대표팀은 훈련에 앞서 영국 리버풀 존 무어 칼리지 운동생리학과 교수를 초빙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고지대 적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표팀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30% 증가하면 고지대에서도 평소와 같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며 “고지대 훈련의 가장 큰 목적이 적혈구 수치의 증가”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블라니와 고지대 경기장에 적응하는 문제는 어느 팀에나 마찬가지다. 잠비아와의 평가전과 남아공 프로팀 플래티넘 스타스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적응에 애를 먹었던 것과 달리, 이후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는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 설문조사에서도 25명의 대표선수 중 12명이 “한두 경기만 치르면 자블라니에 적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멕시코 월드컵이 열렸던 24년 전과는 달리 고지대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기법이 나오는 데다, 이미 고지대에서 여러 차례 전지훈련을 해 예전보다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BS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은 “자블라니보다는 체력이 더 큰 문제다. 고지대에서 치러지는 아르헨티나전은 우리가 1대 1 능력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특히 많이 뛰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체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아프리카의 무른 잔디와 기후도 어느 정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남아공의 공용어 중 하나인 ‘줄루어’로 ‘축하하다’는 뜻인 자블라니는 아디다스가 제작했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12월에 낸 보도자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어떤 날씨나 환경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슈팅과 완벽한 그립감(발에 착 달라붙는 느낌)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보이기는커녕 자블라니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자블라니는 팀가이스트(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등 역대 월드컵 공인구보다 완벽하게 구(球)에 가까운 공이다. 평면조각을 이어붙이는 기존의 제작 방법 대신 곡선 형태의 입체조각을 연결해 만들었기 때문. 그러다 보니 공기저항이 줄어 공의 속도가 빨라지고 비거리도 늘어나 선수들이 낙하지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m 높이에서 떨어뜨린 자블라니는 다른 공들보다 3cm가량 더 튀어 오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그만큼 반발력이 커 바운드된 자블라니를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졌다.
김영광 골키퍼 “공중 볼이 무서워”
한국 대표팀 수비진은 “바운드된 공이 생각보다 높게 튀어 오르고, 전방으로 띄운 공도 예측보다 멀리 뻗어나간다”며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골키퍼 김영광은 “공이 휘어져오다 갑자기 직선으로 흔들리며 날아오는데, 공중 볼이 무섭다고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 대표팀이 1월1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가대표 25명 전원이 자블라니의 탄성과 반발력에 민감하다고 반응했고, 이 중 22명(복수 응답)이 낙하지점을 잡기 어렵다고 답했다.
자블라니가 공인구로 처음 사용되는 국제대회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1월10~31일)에서도 골키퍼들의 실책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와 평가전을 치렀던 잠비아의 골키퍼 케네디 음위네는 카메룬전에서 상대방이 길게 찬 공의 낙하지점을 놓쳐 골을 허용하는 등 적응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자블라니는 기존 축구공과 달리 공기저항이 적어 직선으로 나가는 슈팅은 힘을 덜 들여도 쭉 뻗어나가지만, 공기저항을 역이용하는 회전킥은 힘을 더 주고 차야 원하는 방향으로 곡선을 그릴 수 있다.
고지대 운동장 역시 한국 대표팀을 괴롭히고 있다. 대표팀은 6월17일 해발 1753m인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본선 2차전을 치른다. 16강 이후 경기도 고지대에서 치를 수 있다. 두 팀의 객관적인 전력 외에도 고지대 적응 여부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표팀은 1월10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의 또 다른 고지대 경기장인 란드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대 4로 완패했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는 밀도가 낮고 기압이 낮아 들이마실 수 있는 산소의 양이 적다. 이는 체력 소모가 많은 경기에서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의 정동식 박사는 “고지대에서는 산소 섭취 능력이 5% 줄어들고, 이는 지구력의 5% 감소로 이어진다. 그만큼 스피드와 지구력에 부담을 느껴 몸이 무거워질 수 있다”면서 “반면 공기저항은 적어, 공이 가볍고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즉, 자블라니가 고지대로 가면 위력이 배가된다. 공기저항을 덜 타는 자블라니가 공기저항이 적은 고지대에 있으니 비거리가 더욱 길어지고 변화무쌍해지는 것이다. 실제 감아 차는 킥은 회전이 풀려 생각보다 멀리 뻗어나갔고, 골키퍼들은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공을 막아내느라 힘겨워하고 있다. 대표팀 골키퍼인 이운재는 잠비아전에서 막을 수 있을 만한 슈팅을 놓쳐 실점하기도 했다.
체력 보강 절대적으로 필요
이런 생소한 공인구와 고지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결국 연습을 많이 하고, 실전을 수차례 치르는 수밖에 없다. 이운재 등 대표팀 골키퍼들은 훈련 뒤에 공을 하나씩 방으로 가져가 침대 위에서도 끼고 만지며 친숙해지려고 노력한다. 고지대에 적응하기 위해 3주의 전지훈련 기간 중 2주를 남아공에 할애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선수로 뛴 허정무 감독이 당시 고지대 적응에 힘겨워했던 자신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이번 고지대 전지훈련에 담겨 있다. 월드컵 경기 직전 캠프로 활용하는 오스트리아 노이스티프트도 해발 1200m의 고지대다. 또 대표팀은 훈련에 앞서 영국 리버풀 존 무어 칼리지 운동생리학과 교수를 초빙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고지대 적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표팀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30% 증가하면 고지대에서도 평소와 같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며 “고지대 훈련의 가장 큰 목적이 적혈구 수치의 증가”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블라니와 고지대 경기장에 적응하는 문제는 어느 팀에나 마찬가지다. 잠비아와의 평가전과 남아공 프로팀 플래티넘 스타스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적응에 애를 먹었던 것과 달리, 이후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는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 설문조사에서도 25명의 대표선수 중 12명이 “한두 경기만 치르면 자블라니에 적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멕시코 월드컵이 열렸던 24년 전과는 달리 고지대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기법이 나오는 데다, 이미 고지대에서 여러 차례 전지훈련을 해 예전보다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BS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은 “자블라니보다는 체력이 더 큰 문제다. 고지대에서 치러지는 아르헨티나전은 우리가 1대 1 능력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특히 많이 뛰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체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아프리카의 무른 잔디와 기후도 어느 정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