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자 위조 성적표·수험표 불법 거래 활개

불법 행위로 형사처벌 대상… 개인정보 노출돼 범죄 악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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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4-11-2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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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수능 성적 발표 일에는 주문량이 많아 밤새워 위조 성적표를 제작했다. 올해도 가짜 수능 성적표 제작 주문을 5건 받아 이미 결제까지 완료한 상태다.”

    수능 성적표를 위조해준다는 문서 위조 업자가 11월 18일 수험생으로 위장해 연락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업자는 “수능 성적표를 수정하려면 성적표 원본을 스캔해 보내고 수정할 내용을 작성해달라”면서 “수능 성적 발표 일에는 주문량이 많아 당일에 위조 성적표를 받게 될지 장담할 수 없으니 성적 발표 당일 성적표를 받으면 바로 스캔해 보내달라”고 말했다.

    20만~30만 원에 성적표 위조

    10월 18일 기자가 수능 성적표를 위조해준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 이용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임경진 기자]

    10월 18일 기자가 수능 성적표를 위조해준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 이용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임경진 기자]

    11월 14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뒤 “수능 성적표를 위조해준다”거나 “수능 수험표를 구한다”는 게시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수능 성적표를 위조하거나 수능 수험표를 판매·구매하는 행위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성적표와 수험표에는 사진, 이름,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만큼 범죄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수능 다음 날인 11월 15일 기자가 X(옛 트위터)에 ‘수능 성적표 위조’ ‘수능 성적표 제작’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수능 성적표를 위조해준다는 SNS 계정이 다수 나타났다. 수능 성적표 위조 업자들은 성적표 주문 제작 건당 20만~30만 원을 불렀다. 한 업자는 “당일 제작, 당일 배송”이라며 “위조된 성적표는 원본과 똑같이 제작돼 티가 안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능 성적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관리해 성적표 위조만으로 대학에 거짓 성적을 제출할 수 없다. 수험생이 지원한 대학에 교육부가 수험생의 수능 성적을 알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위조 성적표는 주로 부모를 속이거나 재수학원에 제출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재수학원에서는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반을 나누고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수강료 할인 등 장학 혜택을 제공한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재수학원 제출용으로 수능 성적표를 위조한다는 얘기를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는데, 성적을 위조해 들어온 학생은 어차피 학원 커리큘럼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며 “학원에서도 학생에게 개인정보 이용·수집·제공 동의서를 받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수능 성적을 확인하기 때문에 위조 성적표로 학원을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조된 수능 성적표를 판매하는 행위와 구매하는 행위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판매자는 형법 제225조에 따른 공문서위조 혐의로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구매자에게도 위조공문서 행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

    입시철 수험생 대상 피싱 늘어

    수능 수험표를 거래하는 행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수능이 끝나면 유통업계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행사를 연다. 수험표를 보여주고 수험생임을 인증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식이다. 이 혜택을 받으려고 매년 수능이 끝나면 수능 수험표를 사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11월 15일에도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 “패딩을 사려고 하는데 수능 수험표가 있으면 할인해준다고 한다”며 수능 수험표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1만 원을 주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수능 수험표는 교육부에서 발부한 공문서로, 수험표에 다른 사람 사진을 부착해 사용하는 것은 공문서 위조 행위에 해당한다. 구매한 수험표로 수험생 행세를 해 할인 혜택을 받거나 경품에 응모하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구매자가 수험표를 위조해 사용할 것을 알면서도 수험표를 판매하는 경우 판매자에게도 사기 방조죄 적용이 가능하다.

    수능 수험표에는 사진, 이름,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게재돼 있어 수험표를 대여·매매했다가 사이버 범죄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년 수능이 끝난 뒤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피싱 범죄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수험생 대상 특별 할인, 경품 응모 행사에 당첨됐다며 수험생에게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악성 URL(인터넷 주소)을 전송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험표에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지 않다고 해도 이름,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범죄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고 수험표에 붙은 사진은 딥페이크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며 “수험표를 찍어서 SNS에 올리거나 타인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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