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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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갑질 피해 의혹’ 광주 여성 소방관 사망… 李 대통령 “최대치 문책”

해외여행 때 술 심부름, 노래방 단둘이 동행 정황 문자 기록… 경찰·국조실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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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6-06-18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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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1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광주소방본부 부조리 조직문화 타파와 고(故) 소방공무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숨진 소방공무원의 약혼자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6월 11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광주소방본부 부조리 조직문화 타파와 고(故) 소방공무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숨진 소방공무원의 약혼자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회식이 있는 날이면 불안해했습니다. 술을 즐기지 않던 사람이 술자리 때문에 괴로워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20대 여성 공무원 A 씨의 약혼자가 6월 11일 A 씨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상기된 목소리로 전한 말이다.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음에도 광주소방본부가 사망 원인을 애인과의 불화로 돌리고 유족의 감찰 요구까지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무조정실이 관련 조사에 나섰다.

    사망 원인 ‘애인과의 불화’로 축소 의혹

    A 씨의 유족은 상사가 해외여행을 앞둔 A 씨에게 술과 커피 등을 사 올 것을 요구해 캐리어 2개를 들고 여행을 가거나, 회식 자리에 강제로 참석시킨 뒤 A 씨에게만 차량을 가져오게 하는 등 직장 내 갑질이 반복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유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창에는 A 씨가 지인들에게 “안보팀 셋이서 팀 회식했는데 나 10번 토함” “나 여행 간다니까 팀장이 커피랑 술 심부름 시킴. 술 사 오래. 돈 준다고” “나 진짜 (술) 많이 마셨어. 죽을 것 같아. 너무 힘들다” “나 팀장님이랑 둘이 노래방 가야 될 것 같아” 등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록이 남아 있었다.

    광주소방본부는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진 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에게) 다 연락을 해봤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회식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이 그런 일이 없다고 얘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창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 위원장은 6월 16일 기자와 통화에서 “고인의 동료들이 유족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면서 옆에서 이를 말리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전달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조사 과정에서도 몇몇 동료가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얘기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A 씨가 숨진 뒤 광주소방본부가 작성한 사망면직서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는 A 씨가 생전 직장 내 상담센터를 이용한 기록을 인용해 ‘남자 친구와의 관계 불안, 어려움 호소’라는 내용을 사망 원인으로 적었다. 약혼자 B 씨는 “그 공문 때문에 내가 상주로 선 장례식장에서조차 ‘남자 친구 때문에 죽었다’는 허무맹랑하고 기막힌 소리를 들어야 했다”며 “이는 여자 친구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유가족을 향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이창석 소방노조 위원장은 “광주소방본부장이 A 씨의 상담 일지에 남자 친구와의 관계 불안 외 다른 내용은 없었다고 했는데, 상담사를 고용하는 주체가 소방본부이다 보니 소방공무원들은 상담 내용이 윗선에 보고될까 두려워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문제를 상담사에게 얘기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A 씨의 상담 일지가 외부에 공개된 것 자체도 문제”라고 말했다. 고영국 광주소방안전본부장은 6월 15일 광주시의회에서 A 씨의 상담 일지 노출 문제와 관련해 채은지 광주시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자 “개인정보라고 할 수 있는 상담 일지 문제는 행정 부주의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실수라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5개월간 유족 감찰 요구 묵살

    A 씨의 유족은 지난해 12월 광주소방본부를 찾아 조직 내 과도한 음주 문화 감찰과 사망면직서에 사망 원인이 애인과의 갈등으로 기재된 것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다. 광주소방본부는 재조사하겠다는 내부 보고를 올렸지만 이후 5개월이 넘게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올해 5월 유족이 소방노조와 함께 소방청을 찾은 뒤에야 감찰이 시작됐다. 광주소방본부 측은 감찰과 재조사가 즉각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감찰 요청이 있었지만 정식 민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A 씨 사망사건 관련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회식 음주 강요 등 소방관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물론, 감찰 조사 요청 묵살 경위까지 철저히 조사해 음주 강요, 감찰 조사 요구 묵살이 사실로 드러나면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에 민사 손해배상 후 구상 청구까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문책을 해 다시는 이 나라에서 회식 음주 강요 같은 직장 내 악성 갑질이나 부정부패 은폐 및 묵살은 꿈도 꿀 수 없도록 하겠다”고 썼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무조정실 감찰반이 6월 12일 광산소방서에서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광주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도 16일 A 씨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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