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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한 첫 번째 이유는 최근 신흥국(Emerging Market·EM) 통화가치가 동반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래프1 참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멕시코를 향해 미국으로의 마약 유입을 차단하지 않으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는 등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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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10% 보편 관세 시행과 함께 대중(對中) 관세율 60% 인상 방침까지 밝힘으로써 멕시코 외에 중국 위안화, 인도 루피화 가치도 하락하는 추세다. 1997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금융 혼란이 주변 국가로 전염돼 한국에서도 외환위기가 발생했듯이, EM 통화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의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물론 한국은 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는 선진국이기에 일부 신흥국 통화의 불안정이 미치는 악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만 방어에 확실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10월 19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150~200% 관세를 부과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를 존중하고 내가 미쳤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9월 18일 BBC와 인터뷰에서 “대만의 독립은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미국이 개입하거나 독립을 장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중국의 ‘전례 없는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제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한 만큼,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은 급격히 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이 대만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때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프2’는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측정한 중국-대만 전쟁에 따른 피해 규모로 국내총생산(GDP) 손실 비율을 나타낸다. 이에 따르면 대만은 GDP의 약 40%, 한국은 23.3%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16.7% 손실이 예상된다.
한국 피해가 전쟁 당사국 중국보다 더 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의 정보통신기술 산업 비율이 GDP의 약 26%를 차지해 TSMC, U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의 가동이 중단되면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2020년 말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생산 차질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가동 중단 사태로 이어진 것처럼, 대만의 반도체 생산설비 파괴는 한국산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생산 차질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 경제가 큰 피해를 보는 이유는 한국도 중국산 제품 보이콧에 동참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한국이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했던 것처럼, 만약 중국-대만 전쟁이 발발한다면 한국도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에 동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디플레이션도 변수
지금까지 살펴본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대한 경계감과 중국-대만 전쟁 발발 위험 부각이다. 물론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 행정부가 대만 보호를 공식적으로 밝히던 시절보다는 높아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대만 전쟁 발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에 관해서는 필자도 아는 부분이 많지 않지만 전쟁 발발 시 중국 경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적어도 90%는 될 듯하다. 다만 10%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은 대만 라이칭더 정부가 ‘대만 독립’ 노선을 확고하게 견지하는 데다, 중국 경제가 2년째 디플레이션(물가하락) 늪에 빠져든 탓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연금개혁으로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진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승부수였다는 일각의 주장이 중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개개인은 이 위험을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필자는 미국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금, 그리고 미국 외화예금 조합을 추천하고 싶다. 미국 리츠는 부동산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을 산업으로 손꼽히고, 금과 미국달러 예금은 안전자산이라는 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들 자산에 올인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자산의 일부만이라도 투자한다면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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