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트럼프 관련 인사 영입 잰걸음

현대차 호세 무뇨스·성 김, LG 조 헤이긴 등 對美 전문가 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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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11-2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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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나 그룹 싱크탱크 수장 등 중역에 대미(對美) 전문가를 적극 기용하며 ‘트럼프 리스크’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 대응 인사

    호세 무뇨스 현대차 신임 최고경영자(CEO)와 성 김 현대차 사장, 조 헤이긴 LG 워싱턴사무소 공동사무소장(왼쪽부터). [현대차, 미국 백악관 제공]

    호세 무뇨스 현대차 신임 최고경영자(CEO)와 성 김 현대차 사장, 조 헤이긴 LG 워싱턴사무소 공동사무소장(왼쪽부터). [현대차, 미국 백악관 제공]

    현대차는 11월 15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CEO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발표했다.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CEO로 선임한 것이다. 무뇨스 CEO는 자동차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그는 원자핵공학 박사로 본래 에너지 분야에 몸담았으나, 통근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친구로부터 딜러를 소개받으며 삶의 궤적이 바뀌었다. 당시 무뇨스 CEO가 만났던 딜러가 현재 그의 아내다. 이후 무뇨스 CEO는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도요타 유럽법인과 닛산 미국법인 등을 거쳐 2019년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현대차에 합류했다. 그는 현대차의 북미 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글로벌 COO로 임명됐고, 내년 1월부터 CEO로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현대차 인사를 두고 트럼프 2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임명한 것 역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했다. 성 김 사장은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다. 김 사장은 2011년 한국계 최초로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되는 등 부시·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서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왔다. 그는 미국 국무부에서 은퇴한 후 올해 1월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과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과·능력주의, 글로벌 최고 인재 등용이라는 인사 기조에 최적화된 인재라는 측면에서 외국인 CEO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장은)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고 덧붙였다.

    LG그룹 역시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을 영입하고 있다. LG그룹은 2022년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워싱턴사무소 공동사무소장으로 최근 영입했다. 1981년 조지 H.W. 부시 당시 미국 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이후 백악관에서 4명의 대통령과 일했다. 특히 헤이긴 소장은 트럼프 1기 당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한 인물로 유명하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함에 따라 그룹 내에서 헤이긴 소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계열사 LG화학 역시 11월 14일 북미 전문가로 알려진 고윤주 전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를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 전무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고 신임 CSSO는 외무고시 29회로 오래 기간 외교부에서 일한 미국 전문가다. 특히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년 외교부 북미국장을 지냈고, 2021년 주미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맡았다.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국내 경제인 대화’에 참석했다(가운데). 당시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비롯해 대기업 총수 20여 명이 참석했다. [채널A 캡처]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국내 경제인 대화’에 참석했다(가운데). 당시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비롯해 대기업 총수 20여 명이 참석했다. [채널A 캡처]

    “북미시장 중요성 커진 점 작용”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재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제품은 60% ‘폭탄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이외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와 과학법(칩스법) 등 국내 기업 다수가 수혜를 보고 있는 정책 및 법안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미국시장에 대거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 입장에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 CNBC는 “미국 로비업체들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기업들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시장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 역시 주요 기업의 인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회장 체제에 들어서고부터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온 만큼 이번 인사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트럼프 2기에 대한 대응도 있겠지만, 북미시장 중요성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점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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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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