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대선 이후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기업 규제 완화, 감세, 재정지출 확대 정책 등이 기업 수익 증가로 이어져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서다. 이에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한때 사상 처음으로 6000 선을 넘기도 했다. 가상자산도 상승세다. 대선 전 7만 달러(약 9740만 원)를 밑돌던 비트코인은 11월 21일 역사적 신고점인 9만7000달러(약 1억3561만 원)를 돌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 미국 주식이 고평가돼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지적된다. 트럼프 당선 후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문남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을 11월 18일 만나 트럼프 취임 후 미국 경제와 투자 환경, 투자전략에 관해 물었다.
문남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박해윤 기자]
내년 S&P500 6600 전망
트럼프 당선 후 뉴욕 3대 지수가 모두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하든 미국 증시는 우상향했을 것이다. 올해 모든 사람이 미국 물가와 통화정책, 대선 결과에만 집중했지만 미국 증시는 이미 지난해 10월 말 저점을 형성한 후 꾸준히 상승해왔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하는 미국 경기순환은 경기 확장과 저점 진입 시점을 조금 늦게 공개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경기 확장에 들어가면 정확하게 흐름을 맞춘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0년 4월 경기 저점이 형성됐고 5월 이후 확장 국면에 들어가 올해 10월 기준으로 54개월째 진행 중이다. 경기가 좋으니까 기업 실적이 올라갔고, 그것이 미국 증시 상승의 밑바탕이 됐다. 게다가 9월부터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금리인하에 들어가 자본비용도 줄어들게 돼 이제부터 미국 기업 실적은 기대치보다 훨씬 더 잘 나올 것이다.”
최근 S&P500 지수가 올해 말 6100, 2025년 말 7000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나 역시 올해 초 ‘2024년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보지 못한 지수를 경험하는 한 해이며, 경기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미국은 1980년 이후 경기 확장에 들어가면 일반적으로 7년 1개월 정도 지속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를 현 구간에 적용하면 미국 증시는 2027년 6월까지 계속 올라갈 수 있다. 올해 S&P500 지수의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9.7%인데 지수가 6000 선까지 올랐다. EPS가 내년에는 14.9%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지수에 반영하면 6600 선까지는 쉽게 도달할 여지가 있고 오버슈팅도 가능하다. 현재 미국 증시는 경기 확장과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고 금리인하로 금융 환경이 조성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공지능(AI), 메타버스라는 신산업이 태동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강세가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증시는 2027년까지 계속 상승하는 것인가.
“내년부터 연도별로 보면 새 행정부가 들어서는 집권 1년 차에는 연말까지 계속 오를 것이다. 다만 집권 2년 차인 2026년 에는 중간선거가 있는데, 과거에도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미국 증시가 좋지 않아서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2027년은 미국 경기 확장 국면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시점인데, 그때 S&P500 지수는 훨씬 더 많이 올라갈 것이다. 나는 8500 정도 보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경기가 꺾이면서 증시 역시 하락장으로 접어들 여지가 있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미국 주식 중심으로 달러 자산 위주의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무엇이 오를까.
“기존에 미국 증시를 주도했던 지수, 섹터, 종목이 계속 상승을 이끌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잡히면서 실질 정책금리가 플러스로 바뀌었기 때문에 성장주 콘셉트의 섹터와 종목은 계속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섹터로 따지면 정보기술(IT), 커뮤니케이션, 경기소비재이고, 종목으로 본다면 거대 기술기업인 M7(아마존, 애플, 알파벳, 메타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이다. 또 트럼프가 집권함에 따라 전통 제조업, 규제 완화 산업, 전략산업 등에도 수혜가 있을 것이다.”
트럼프 2.0 시대에도 M7이 주인공인가.
“현재 가장 눈여겨봐야 할 산업은 AI다.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시작된 AI 산업은 아직 학습용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결국엔 추론형으로 진화할 것이다. 플랫폼도 현 서버용에서 에지 디바이스용, 그러니까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자동차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1차 반도체인 GPU(그래픽처리장치) AI 가속기를 넘어 2차 반도체(AI 반도체)인 ASIC(주문형 반도체), FPGA(GPU와 ASIC의 중간 역할 수행), 3차 반도체인 PIM(지능형 반도체)을 거쳐 최종 단계인 뉴로모픽(인간 뇌를 그대로 본뜬 반도체)까지 성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ASIC는 테슬라·구글(알파벳)·애플, FPGA는 AMD·인텔, 뉴로모픽은 IBM이 앞서고 있다. 이처럼 2차 반도체로 넘어가면 모두 미국 기업이 주도하기에 M7에 들어가는 모든 기업의 주식은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무조건 매수하는 것이 맞다. 경기, 기업 실적, 수급, 정책, AI 혁명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2027년 6월 미국 경기 확장이 끝나기 전까지는 기존에 주도했던 지수, 섹터, 종목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
변동성 커질 때마다 M7 주식 매수해야
투자 측면에서 미국은 ‘온리원’인가.
“그렇다. 내년에 투자 국가를 선택하는 기준은 경제 체력이 뒷받침되는지, 금리인하 같은 통화완화 정책을 쓰는지, 신산업을 가졌는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경제 체력만 보면 인도·베트남·대만, 통화완화는 유럽·한국·멕시코 정도가 해당된다. 그리고 3가지를 모두 갖춘 나라가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에 투자해야 된다고 얘기하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의 질주는 어떻게 보나.
“가상자산은 이제 하나의 자산으로 정착했다. 미국 공화당 내에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는 데다, 비트코인의 경우 올해 반감기와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승인을 거치면서 공급이 줄고 수요는 늘어나 가격이 계속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집권 기간 내내 꾸준히 가격이 상승한 대표적인 자산이 비트코인이다. 이번에도 동일하게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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