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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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 어린이용품에 가습기 살균제·내분비계 교란물질 범벅

전문가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해야”… 정부, KC인증 없는 제품 직구 금지 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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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5-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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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아기 옷을 몇 개 샀는데 몸에 발진이 올라오기에 안 입혔거든요. 이번에 다 버렸습니다. 검사 안 한 물건 가운데 더 심한 게 많을 것 같아서 아예 애플리케이션(앱)도 지웠네요.”

    “올해 여름휴가 때 가져가려고 테무에서 아이들 스노쿨링 장비를 사놨는데, 너무 찝찝해서 못 쓸 것 같아요.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몸에 직접 닿는 물건을 이렇게 위험하게 만든다는 게 화나고 속상할 따름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어린이 제품에 1급 발암물질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테무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제품과 관련해 온라인 육아카페(맘카페)에 올라온 반응들이다. 최근 서울시와 관세청이 알리·테무에서 판매하는 일부 어린이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표 참조). 직구 제품은 일반 수입품과 달리 국내로 들여올 때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획득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 때문에 제품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안전성 검사에선 전체 71개 어린이 제품 가운데 29개(41%)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서울시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 확보 대책’ 일환으로 지난달 말부터 매주 알리·테무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제품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5월 둘째 주 기준 10개 제품 가운데 4개에서 기준치를 넘는 유해물질이 나오며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어린이용 슬리퍼와 운동화를 꾸밀 때 사용하는 신발 장식품에선 기준치의 최대 348배에 이르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생식 기능, 신체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 어린이 제품에 사용이 엄격히 제한(0.1% 이하)돼 있다. 어린이 장난감 종류인 슬라임 제품에선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기준치 39배 수준의 붕소가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호흡기에 강한 자극을 주고 폐 섬유화를 유발해 어린이 제품에 사용이 금지돼 있다. 붕소는 피부염, 두통,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관세청 검사에선 252개 어린이 제품 중 15%인 38개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 38개 가운데 27개에서 기준치의 82배에 달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고 6개에서 기준치 대비 최대 3026배의 카드뮴, 5개에서 270배의 납이 나왔다. 카드뮴은 강한 독성을 지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납은 신장, 중추신경계, 생식계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신발, 학용품, 장난감류에선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액세서리와 가방류에선 중금속(카드뮴, 납)이 주로 검출됐다.

    일반 수입품도 법 어겨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어린이 제품이 유해물질 온상이 된 이유는 안전성 검사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직구 제품은 KC인증 대상이 아니다. KC인증이란 분야별 품질 기준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 혹은 판매될 제품이 그 기준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전기용품, 생활용품, 어린이용품의 안전성이 주된 평가 요소다. 과거 해외직구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땐 직구 제품에 대한 KC인증 면제가 별다른 문제점을 노출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국내에서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테무의 인기가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산 직구 제품이 유입되고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은 KC인증 대상이어도 법을 어기고 국내에 반입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불법 제품 21만여 점을 적발했는데, 그중 98.9%가 중국산이었다. KC인증 정보를 누락했거나, KC인증을 획득한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에 인증 정보를 허위로 표시한 제품이 대다수였다. KC인증 대상인 일반 수입품조차 안전성이 위태로운 상황이라 직구 제품은 그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유해물질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알리·테무와 ‘자율 제품안전 협약’을 체결했으나 말 그대로 자율 규제라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정위가 소비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제품 정보를 수집해 알리·테무 측에 전달하면 각 사가 제공받은 정보를 입점 판매자에게 알려 위해 제품 유통 및 판매를 중단시킨다는 것인데, 실제 판매 중단으로 이어질 지 미지수라서다. 서울시의 1차 안전성 검사 결과 발표 후 알리 측이 “유해물질 제품을 즉시 삭제하겠다”고 했지만 판매가 계속된 전례도 있다. 당시 알리 측은 “오픈마켓 특성상 판매 제품 수가 많아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5월 13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자율 제품안전 협약식’에서 퀸 선 테무 한국법인 웨일코코리아 대표이사(왼쪽),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5월 13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자율 제품안전 협약식’에서 퀸 선 테무 한국법인 웨일코코리아 대표이사(왼쪽),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표기 의무 강화가 급선무”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소비자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에 안전성 관련 표기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일반 수입품일 땐 KC인증 대상이지만 직구 제품이라 그를 피해가는 만큼 관련 사실을 제품 판매 시 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5월 15일 전화 통화에서 “중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을 경우 부당광고로 해석하는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폭넓게 적용하는 게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KC인증을 의무화할 순 없어도 ‘소비자 스스로 KC인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제품 설명에 고지하도록 하는 건 기존 법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대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5월 15일 전화 통화에서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 등이 있음에도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구제가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우리는 플랫폼만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국회에서 검토 중인 온라인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플랫폼 사업자 측에 위해 제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좀 더 강하게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KC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은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 화재 같은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 등 80종이 그 대상이다.



    이슬아 기자

    이슬아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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