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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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발 유상봉 더 큰 몸통에 로비했나

‘함바 게이트’ 경찰 넘어 현 정권 겨냥 … 돈 오간 정관계 인사들 좌불안석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11-01-17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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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발 유상봉 더 큰 몸통에 로비했나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와 관련해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1월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동부지방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건설현장 식당인 이른바 ‘함바집’ 비리 사건이 정치권과 경찰을 뒤흔드는 게이트로 비화한 가운데 사건의 핵심인 유상봉(65) 씨의 ‘화려한’ 로비 행태와 인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치 5년 전 정계와 법조계를 흔든 ‘윤상림 게이트’의 재현을 보는 듯하다. 사법고시 출신이면서 경찰 내에서도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전직 경찰청장을 땀나도록 ‘청탁 전선’에 뛰어들게 한 유씨. 그의 이런 자신감 어린 행적과 그 배경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검찰 수사를 통해 유씨가 접촉했다고 밝힌 인물은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장·차관급 인사, 국회의원 등 그야말로 전방위군에 속한다. 현재까지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그의 행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강 전 정창은 유씨에게서 청탁 대가 등으로 1억 원을 받고, 검찰이 유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무렵 해외 도피를 주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경급 이상 41명 “나도 접촉”

    검찰 수사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은 유씨의 사업 청탁, 그리고 인맥 쌓기에 폭넓게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경찰청이 1월 12일 유씨를 한 번이라도 접촉한 적이 있다고 밝힌 41명의 총경급 이상 간부 역시 대부분 강 전 청장으로부터 유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강 전 청장을 ‘후광’ 삼아 대담하게 대규모 건설 현장 함바집 운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현장소장, 건설사 간부 등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종종 부탁을 면전에서 거절당하더라도 오히려 “(강희락) 청장을 만나러 가는데 부탁할 게 없느냐”는 식으로 재차 인연을 만들 여지를 남겨두는 기지를 발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의 ‘발걸음’은 전·현직 장·차관 및 공기업 인사, 현역 국회의원, 지역자치단체장 등으로도 뻗어나간다. 함바집 비리 수사를 통해 유씨와 자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거나 돈이 오간 정황이 드러나 일단 수사선상에 오른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자신의 고향(목포)인 호남 및 사업의 주 무대였던 부산·경남 인맥뿐 아니라 현 정권과 밀접한 인사들까지 퍼져 있다.

    검찰 수사에서 동생과 유씨가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난 전직 장관 L씨, 2008년경 유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온 전직 공기업 사장 J씨, 그리고 유씨에게서 후원금을 받은 현역 C 국회의원은 유씨와 동향인 호남 출신. 반면 유씨가 검찰에서 수천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장수만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강원랜드 사장은 유씨와 지역적 연결고리가 없는 현 정부 인사다. 사업 무대인 부산에서도 허남식 부산시장 등 지역 출신 유력인사들에게 과감히 손을 뻗었다.

    전직 대통령 친인척 덕에 경찰 장악?

    마당발 유상봉 더 큰 몸통에 로비했나

    조현오 경찰청장(왼쪽)은 1월 12일 본청 수뇌부와 전국 부속기관장, 지방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지휘부 회의’를 열고 전국 총경 이상 간부들의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 접촉 여부 자진신고’ 취합 내용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유씨가 전방위 로비력을 갈고닦을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일까. 유씨의 행보를 오래전부터 지켜봤다는 호남지역 건설업자 A씨는 “예상치도 못한 사람이 (유씨를) 키워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A씨는 “이 때문에 유씨를 두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보다 위력 있는 손’이라는 얘기도 나온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말.

    “유씨는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인 B씨의 사실상 전주(錢主)였다. 이건 팩트다. 그 양반 모임에 유씨가 동석한 것을 본 사람이 많다. 그가 B씨의 스폰서라는 건 십수 년 전 정치권이나 건설 바닥에 있던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강남 신사동 부근의 △△△실비집에서 그런 모임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씨는 그 기회를 아주 잘 이용했다고 한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확실하게 ‘뒷바라지’하는 스타일이라 금세 인맥이 넓어졌다고 하더라.”

    A씨는 특히 유씨가 이 친인척을 거쳐 경찰과 방대하게 접촉했다고 했다. A씨는 “B씨는 과거 경찰 인사를 좌지우지한다고 소문이 날 만큼 경찰과의 접촉이 빈번했다”며 “그 혜택을 유씨도 자연스럽게 봤다”라고 말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유씨의 경찰 인맥은 유난히 도드라진다. 인맥 중심에 강 전 청장을 세우고, 사업적으로 필요한 지역 혹은 강 전 청장이 거쳤던 지역 경찰서장들에게 다가갔다.

    건설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유씨가 강 전 청장처럼 주요 보직에 있는 인사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관리를 했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 지역의 전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함바식당 업계 쪽 사람들에 따르면, 유씨가 경찰 조직을 훤히 꿰뚫고 있다고 한다. 말을 들어보면 십중팔구 ‘경찰 누구누구는 내가 키웠다’는 식인데, 잘은 모르더라도 해당 인물 대부분이 굉장히 주요 보직을 거친 경찰이었다”고 전했다.

    1998년 무렵 서울 중부경찰서 서장 시절에 유씨를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진 강 전 청장도 유씨의 장기 인맥관리 대상이었던 셈이다. DJ 정부 때 경찰청 고위 간부를 지낸 C씨의 말.

    “총경급 서장들도 지역에 따라 급수가 나뉜다. 소위 1, 2, 3급 지역이라 하는데, 그중에서도 당시 서울 중부경찰서 서장 자리는 경무관 승진이 보장되는 자리였다. 이런 보직에 앉아 있는 사람을 외부에서 가만둘 리 없다.”

    탄탄하게 관리한 경찰 인맥 덕이었는지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 고발 사건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1990년대 말부터 함바집 운영권 장사를 하면서 계약 위반건 등으로 서울 송파, 성남 중원경찰서 등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대부분 처벌 없이 마무리됐다.

    다만 2005년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2단지 아파트 재건축조합장 이모 씨에게 함바집 운영권을 얻을 수 있게 협조해달라는 명목으로 1억5000만 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다. 유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조합장 이씨의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유씨가 뇌물 제공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씨가 처음부터 경찰 수사에 협조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음은 판결문 가운데 일부.

    “유씨의 진술은 최초 경찰 조사 때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을 만나게 된 경위와 만난 장소, 청탁 내용, 돈 전달 경위, 돈 마련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모순점을 찾기 어렵다.”

    “유씨가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다는 진술로 오히려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인맥을 활용하고 새로이 발굴하는 과정에선 철저히 자신을 노출하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자신을 ‘유상준’ ‘유상균’이라고 달리 소개하며 위장했던 것. A씨는 “자신의 사무실에 심지어 명함 제조기까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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