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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이스타항공 취항 때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당시 한국에 LCC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같은 시기에 출항한 기존 LCC와 경쟁도 치열했기 때문. 하지만 1년 후 모든 걱정은 ‘기우’로 드러났다. 2009년 1월 LCC 전체의 시장점유율은 9.72%에 그쳤지만 2010년 34.1%로 4배 가까이 뛰면서 LCC 시장 자체가 확대됐다. ‘LCC 바람’을 타고 이스타항공도 성장했다. 이스타항공은 2010년 LCC 이용객의 김포-제주 구간 수송률이 38%에 달해 국내 LCC 중 탑승률 1위에 올랐으며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만족도 1위로 선정됐다. 이 회장은 “고효율-저비용 정책이 소비자에게 통했고, ‘저가항공=위험하다’는 공식을 극복한 덕분”으로 분석했다.
“이전에 소비자들은 LCC라고 하면 ‘프로펠러 비행기’를 떠올리고 ‘기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판단했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최신형인 보잉사의 737-NG(Next-Generation)기를 채택했습니다. 저렴할 뿐 아니라 고객의 ‘안전’까지 책임지겠다는 거죠.”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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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타임머신 등으로 꾸민 기내 모습.
이스타항공의 모기업은 플랜트 및 산업체 설비 회사인 (주)KIC와 감속기 부문 국내 1위인 (주)삼양감속기다. 각각의 기업이 모두 업계 1위의 중견기업. 다만 소비자가 직접 사고 쓰는 상품을 제조하지 않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경쟁 LCC인 제주항공(애경),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등의 모기업이 모두 대형 항공사거나 대기업인 것과 차별된다. 이 회장은 “이스타항공은 중소기업으로 항공계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회사”라며 웃었다. 최근 대기업의 SSM(Super Supermarket·기업형 슈퍼마켓)이나 롯데마트 ‘통큰치킨’ 등이 시장을 장악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역시 대기업이 주도하는 항공산업에서 중소기업 이스타항공은 꿋꿋이 살아남아 시장의 경쟁을 유도하고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 그 혜택은 선택권이 넓어진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는 “중소기업의 대표주자로 자부한다.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시장에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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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판다’는 슬로건에 맞게 기내 이벤트도 다양하다.
이 회장은 “국제선 LCC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LCC 업계가 해외 진출에 주춤하다간 해외 LCC에 시장을 모두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선에서 3분의 1가량은 LCC가 점유했지만 국제선에서 국내 LCC 수송률은 2%도 채 안 된다. 그 빈틈을 에어아시아, 이지젯 등 해외 LCC가 메워가고 있다. 그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턴항공, 동남아시아의 에어아시아, 유럽연합(EU)의 이지젯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항공사 자리’는 이미 LCC가 장악하는 등 LCC는 세계적 트렌드”라며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LCC가 성장하지 않으면 항공시장은 해외 LCC가 잠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한·중·일 항공시장의 확장에 대비해 하루빨리 한·중·일 대표 LCC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2025년 세계 비행기 수요의 50%가 아시아에서 발생하고 그중 70%는 한·중·일에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중·일 LCC 협동은 더욱 시급하다는 것. 이 회장은 “게다가 최근 중국 경제성장으로 중국 젊은이들의 여행 욕구가 늘어났다”며 “국내 LCC에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국제선 노선권만 확대되면 세계적인 항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항공시장 확장에 대비해 이스타항공은 2009년 중국 내 유일한 LCC인 춘추항공(Spring Airline)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현재는 모 일본 항공사와 협의 중이다. 이 회장은 “한·중·일 대표 LCC가 힘을 모아 적은 항공기 수로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경쟁력도 키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회장이 2008년 출간한 자서전 제목은 ‘텐 배거(ten-bagger)’다. ‘배거’란 야구에서 ‘루타’라는 뜻으로, 텐 배거는 ‘10루타’를 의미한다. 월가에서 텐 배거는 상징적으로 ‘투자자에게 10배, 1000%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대박 종목’을 뜻한다. 이 회장은 “한계 따위는 걷어치우고 10배, 100배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불가능을 점치고 주저앉기보다는 아무도 넘지 못한 벽을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르는 ‘작은 거인’ 이스타항공. 꿈의 ‘10루타’를 향한 이스타항공의 도전에는 거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