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고가 기숙사를 ‘주간동아’에 공개했다. 언론매체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서울시내 첫 국제고로 문을 연 서울국제고(종로구 명륜동)는 현재 293명 학생 전원이 2인1실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 중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은 60여 명. 국제고 학생들의 24시를 들여다봤다.
“‘1박2일’(KBS 오락 프로그램) 아시죠? 기상시간이 되면 온 동네가 쩌렁쩌렁 울리게 ‘뱀이야∼’란 노래가 울려 퍼지잖아요. 저희 학교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기상을 알리는 음악이 시작되면 안 일어나고는 못 배기죠. 그나마 유행하는 팝송을 들으며 일어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2학년 서형석 군)
오전 6시 정각. 학교 건물 바로 뒤에 자리한 기숙사에 미국 록그룹 ‘Maroon 5’의 노래 ‘Make Me Wonder’가 울려 퍼진다. 베개로 귀를 틀어막는 학생, 여기저기 맞춰놓은 알람시계를 끄기 위해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는 학생, 룸메이트가 격렬하게 흔들어 깨워도 꼼짝 않고 자는 학생…. 서울국제고 학생들의 하루는 여느 고등학생들과 똑같이 잠과의 사투로 시작된다.
기상음악 선곡은 사감의 몫. 시험일에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시험이 끝난 날에는 ‘Don’t Worry, Be Happy’가 흘러나온다. 그러면서 사감은 영어 방송을 통해 “운명을 받아들여라”거나 “시험을 못 쳤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코멘트를 날리며 센스를 발휘한다. 가끔은 여학생이 ‘마음에 둔’ 남학생의 생일이라며 축하 코멘트를 신청하기도 한다. 물론 학내 이성교제는 금지돼 있다.
일어나면 아침운동이 기다리고 있다. 전문강사의 지도로 1학년은 태권도를, 2학년은 라인댄스를 배운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잠이 드는 학생이 많다 보니 반쯤 눈을 감은 채 세수도 하지 않고 운동장으로 달려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룰을 어기는 자, 살아남지 못하리니…”
신기륜 군은 “입학 후 3개월은 알람시계를 3개나 맞춰놓고도 일어나지 못해 애를 먹었다”며 “1학년 중엔 ‘어떻게 하면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느냐’며 고민 상담을 신청해오는 학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학생회 자치부장인 신군에게는 ‘민원’도 많다. 밤 11시30분인 점호 시간을 11시로 앞당겨달라거나 아침운동 시작시간을 5분 늦춰달라는 청탁이 대부분. 가끔은 교실과 가장 가까운 방으로 이사할 수 있게 ‘힘’을 써달라는 청탁이 들어오기도 한다. 기숙사에서 교실까지는 걸어서 5분, 뛰면 2∼3분에 도착할 수 있어 1층 기숙사 출입구와 가까운 방은 ‘로열 룸’으로 불린다.
운동을 끝낸 학생들은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학교 갈 준비를 한다. 2인1실로 생활하는 6평 남짓한 방에 화장실은 하나뿐. 7시50분까지 등교하려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불문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운동 직후 한 사람은 방으로 돌아와 20분 내로 샤워를 마친 뒤 식당으로 향하고, 룸메이트는 식당으로 직행해 아침식사를 한 뒤 방으로 돌아와 씻는 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두 사람이 한 공간을 가장 이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돼요. 방마다 자신들의 생활리듬에 맞춘 ‘화장실 사용법’이 정해져 있죠.”
1학년 김경회 군의 말이다.
등교 준비를 마친 뒤엔 재빠르게 방 전체를 훑으며 정리정돈을 한다. 화장실 세면대에 흩어진 머리카락, 뭉쳐진 이부자리는 감점 요소.
“수업을 받는 사이 사감 선생님이 방을 돌며 청소 상태를 점검해요. 출입문에 붙여진 ‘청소상태 점검표’에 하루 3개 이상 체크되면 벌점 1점을 받기 때문에 바빠도 방 청소는 필수예요.”
1학년 김세영 양의 말처럼 벌점 10점이 되면 ‘기숙사 일주일 퇴실’이란 강경 조치가 취해지므로 학생들은 비몽사몽간에 방을 치운다. 벌점 10점을 받은 학생들은 청소 봉사활동(30분 청소하면 0.5점의 상점이 주어진다)에 참여하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다.
‘점호 이후 방 밖 출입금지’ ‘다른 방 출입금지’란 규칙 때문에 학생들은 기숙사 안에서 휴대전화를 무전기처럼 사용한다. 문자메시지로 숙제나 준비물을 묻기도 하고, 전화로 조별 과제를 진행하기도 한다. 복도에서 만나 몇 시간씩 함께 과제를 논의하는 경우도 있다.
공부 방법이 다른 룸메이트와 지내면 분쟁도 생기게 마련. 책을 ‘중얼’거리며 읽으면서 공부하는 학생과 조용히 집중해 공부하는 스타일의 룸메이트는 떨어져서 공부하는 선에서 분쟁을 끝냈다. 교대로 한 명이 기숙사 로비에서 공부하는 것.‘기숙사 음식물 반입금지’ 규칙도 있다. 그래서 심야 자율학습 시간이면 밀려드는 배고픔을 물과 사탕, 커피믹스만으로 달래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오후 9시부터 30분간 간식시간이 있다. 학부모가 돌아가며 피자나 케이크 등 간식을 준비한다. 며칠 전에는 여학생이 사감을 찾았다. 마침 생일을 맞은 아버지가 ‘간식 당번’으로 학교에 온다며 케이크를 사달라고 한 것. 그래서 그날 간식시간엔 딸과 딸 친구들이 아버지 생일파티를 열어줬다.
기숙사 생활 3개월이면 ‘생활의 달인’
기숙사 생활 2년차인 2학년 학생들은 후배들에게 기숙사 생활의 달인이 되는 비법을 전수해준다고 신군은 말한다.
첫 번째 비법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빨래팀 구성’이다. 친한 친구 두세 명과 팀을 짜 당번을 정해두고 한 명씩 돌아가며 빨래를 하는 방법. 이렇게 하면 세탁비(1회 세탁기 사용료 1000원+세제비 200원)는 물론 세탁에 드는 시간과 노동력을 줄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1학년 학생들이 가장 애먹는 화장실 청소법. 매일 화장실 청소를 5분 안에 손쉽게 끝내려면 △아침마다 샤워 후 솔로 바닥을 문질러 찌든 때를 제거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락스와 물을 3:97 비율로 섞어 바닥에 뿌린 뒤 10분쯤 지나면 물을 뿌려주는 ‘대청소’를 병행한다.
점호가 끝난 심야시간에 쏟아지는 잠을 떨쳐내고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면 신문이 필요하다. 바퀴가 달린 여행용 가방을 책상 삼고, 차가운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 ‘나만의 독서실’을 만드는 것이다. 2학년 정유진 양은 “특히 무더운 여름날 밤이면 통풍이 잘되고 시원한 기숙사 복도에 앉아 공부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한 학기에 한 번 방과 룸메이트가 바뀌는 ‘이삿날’을 위해 평소 꾸준히 소지품을 정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사를 하다가 우연히 전 사람이 놓고 간 팬티를 발견해 기숙사 전 층을 돌며 주인을 찾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1박2일’(KBS 오락 프로그램) 아시죠? 기상시간이 되면 온 동네가 쩌렁쩌렁 울리게 ‘뱀이야∼’란 노래가 울려 퍼지잖아요. 저희 학교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기상을 알리는 음악이 시작되면 안 일어나고는 못 배기죠. 그나마 유행하는 팝송을 들으며 일어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2학년 서형석 군)
오전 6시 정각. 학교 건물 바로 뒤에 자리한 기숙사에 미국 록그룹 ‘Maroon 5’의 노래 ‘Make Me Wonder’가 울려 퍼진다. 베개로 귀를 틀어막는 학생, 여기저기 맞춰놓은 알람시계를 끄기 위해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는 학생, 룸메이트가 격렬하게 흔들어 깨워도 꼼짝 않고 자는 학생…. 서울국제고 학생들의 하루는 여느 고등학생들과 똑같이 잠과의 사투로 시작된다.
기상음악 선곡은 사감의 몫. 시험일에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시험이 끝난 날에는 ‘Don’t Worry, Be Happy’가 흘러나온다. 그러면서 사감은 영어 방송을 통해 “운명을 받아들여라”거나 “시험을 못 쳤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코멘트를 날리며 센스를 발휘한다. 가끔은 여학생이 ‘마음에 둔’ 남학생의 생일이라며 축하 코멘트를 신청하기도 한다. 물론 학내 이성교제는 금지돼 있다.
일어나면 아침운동이 기다리고 있다. 전문강사의 지도로 1학년은 태권도를, 2학년은 라인댄스를 배운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잠이 드는 학생이 많다 보니 반쯤 눈을 감은 채 세수도 하지 않고 운동장으로 달려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룰을 어기는 자, 살아남지 못하리니…”
신기륜 군은 “입학 후 3개월은 알람시계를 3개나 맞춰놓고도 일어나지 못해 애를 먹었다”며 “1학년 중엔 ‘어떻게 하면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느냐’며 고민 상담을 신청해오는 학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학생회 자치부장인 신군에게는 ‘민원’도 많다. 밤 11시30분인 점호 시간을 11시로 앞당겨달라거나 아침운동 시작시간을 5분 늦춰달라는 청탁이 대부분. 가끔은 교실과 가장 가까운 방으로 이사할 수 있게 ‘힘’을 써달라는 청탁이 들어오기도 한다. 기숙사에서 교실까지는 걸어서 5분, 뛰면 2∼3분에 도착할 수 있어 1층 기숙사 출입구와 가까운 방은 ‘로열 룸’으로 불린다.
운동을 끝낸 학생들은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학교 갈 준비를 한다. 2인1실로 생활하는 6평 남짓한 방에 화장실은 하나뿐. 7시50분까지 등교하려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불문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운동 직후 한 사람은 방으로 돌아와 20분 내로 샤워를 마친 뒤 식당으로 향하고, 룸메이트는 식당으로 직행해 아침식사를 한 뒤 방으로 돌아와 씻는 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두 사람이 한 공간을 가장 이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돼요. 방마다 자신들의 생활리듬에 맞춘 ‘화장실 사용법’이 정해져 있죠.”
1학년 김경회 군의 말이다.
등교 준비를 마친 뒤엔 재빠르게 방 전체를 훑으며 정리정돈을 한다. 화장실 세면대에 흩어진 머리카락, 뭉쳐진 이부자리는 감점 요소.
“수업을 받는 사이 사감 선생님이 방을 돌며 청소 상태를 점검해요. 출입문에 붙여진 ‘청소상태 점검표’에 하루 3개 이상 체크되면 벌점 1점을 받기 때문에 바빠도 방 청소는 필수예요.”
1학년 김세영 양의 말처럼 벌점 10점이 되면 ‘기숙사 일주일 퇴실’이란 강경 조치가 취해지므로 학생들은 비몽사몽간에 방을 치운다. 벌점 10점을 받은 학생들은 청소 봉사활동(30분 청소하면 0.5점의 상점이 주어진다)에 참여하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다.
‘점호 이후 방 밖 출입금지’ ‘다른 방 출입금지’란 규칙 때문에 학생들은 기숙사 안에서 휴대전화를 무전기처럼 사용한다. 문자메시지로 숙제나 준비물을 묻기도 하고, 전화로 조별 과제를 진행하기도 한다. 복도에서 만나 몇 시간씩 함께 과제를 논의하는 경우도 있다.
공부 방법이 다른 룸메이트와 지내면 분쟁도 생기게 마련. 책을 ‘중얼’거리며 읽으면서 공부하는 학생과 조용히 집중해 공부하는 스타일의 룸메이트는 떨어져서 공부하는 선에서 분쟁을 끝냈다. 교대로 한 명이 기숙사 로비에서 공부하는 것.‘기숙사 음식물 반입금지’ 규칙도 있다. 그래서 심야 자율학습 시간이면 밀려드는 배고픔을 물과 사탕, 커피믹스만으로 달래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오후 9시부터 30분간 간식시간이 있다. 학부모가 돌아가며 피자나 케이크 등 간식을 준비한다. 며칠 전에는 여학생이 사감을 찾았다. 마침 생일을 맞은 아버지가 ‘간식 당번’으로 학교에 온다며 케이크를 사달라고 한 것. 그래서 그날 간식시간엔 딸과 딸 친구들이 아버지 생일파티를 열어줬다.
기숙사 생활 3개월이면 ‘생활의 달인’
기숙사 생활 2년차인 2학년 학생들은 후배들에게 기숙사 생활의 달인이 되는 비법을 전수해준다고 신군은 말한다.
첫 번째 비법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빨래팀 구성’이다. 친한 친구 두세 명과 팀을 짜 당번을 정해두고 한 명씩 돌아가며 빨래를 하는 방법. 이렇게 하면 세탁비(1회 세탁기 사용료 1000원+세제비 200원)는 물론 세탁에 드는 시간과 노동력을 줄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1학년 학생들이 가장 애먹는 화장실 청소법. 매일 화장실 청소를 5분 안에 손쉽게 끝내려면 △아침마다 샤워 후 솔로 바닥을 문질러 찌든 때를 제거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락스와 물을 3:97 비율로 섞어 바닥에 뿌린 뒤 10분쯤 지나면 물을 뿌려주는 ‘대청소’를 병행한다.
점호가 끝난 심야시간에 쏟아지는 잠을 떨쳐내고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면 신문이 필요하다. 바퀴가 달린 여행용 가방을 책상 삼고, 차가운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 ‘나만의 독서실’을 만드는 것이다. 2학년 정유진 양은 “특히 무더운 여름날 밤이면 통풍이 잘되고 시원한 기숙사 복도에 앉아 공부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한 학기에 한 번 방과 룸메이트가 바뀌는 ‘이삿날’을 위해 평소 꾸준히 소지품을 정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사를 하다가 우연히 전 사람이 놓고 간 팬티를 발견해 기숙사 전 층을 돌며 주인을 찾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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