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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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신고만 하면 ‘NO’ 법원 심판 있어야!

상속포기의 효력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ykpark079@hanmail.net

    입력2017-02-08 09: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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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받을 때 재산보다 채무가 많으면 상속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민법은 ‘상속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제1019조 1항).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하는 경우(제1026조 1호),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3월 내 하지 않은 경우(동조 2호),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한 후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 등을 하는 경우(동조 3호)에는 상속인에게 법정단순승인을 인정해 상속채무까지 모두 상속한다’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후 가정법원에서 이를 수리하는 심판이 나오기 전 상속재산을 처분했다면 상속포기의 효력이 인정될까. 지난 연말 이와 관련된 의미 있는 재판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 민사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29일 피상속인(망인)의 채권자(원고)가 상속인인 A씨(망인의 처)를 상대로 망인의 채무상속을 원인으로 한 대여금 청구소송 상고심(2013다73520)에서 A씨의 상속포기를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원심은 망인이 2011년 12월 27일 사망하자 A씨를 포함한 상속인들이 2012년 1월 26일 수원지방법원에 망인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내용의 상속포기 신고를 한 사실, 해당 법원이 3월 14일 그 신고 사항을 수리하는 심판을 한 사실, A씨는 망인이 생전에 소유했던 화물차량 6대를 운송회사 대표 B씨로 하여금 매도하거나 폐차하게 하고 2월 6일 그 대금 2730만 원을 수령한 사실 등을 인정했다.

    원심 법원은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이상 그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이 있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했더라도 민법 제1026조 1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A씨가 B씨에게 위 화물차량들을 폐차하거나 매도하게 하여 그 대금을 수령한 시점이 A씨가 상속포기 신고를 한 이후이므로, 법원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해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04다20401). 이는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 존재를 명확히 해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 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취지 아래 대법원은 “A씨가 상속포기 신고를 한 후 B씨로 하여금 위 화물차량들을 폐차하거나 매도하게 하여 그 대금을 수령함으로써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은 A씨의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하는 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이므로 민법 제1026조 1호에 따라 상속인인 A씨가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상속재산을 처분한 시점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이후라는 사정만으로 민법 제1026조 1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



    이 재판은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만 하고 법원의 상속포기 심판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재산을 처분해 망인의 채무까지 상속받게 된 경우다. 따라서 상속인은 상속포기를 하려면 상속포기 기간 3월 내 법적 절차를 지켜 가정법원에 신고하고 그에 따른 심판 결과를 통지받아야 상속포기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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