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이런 이력 탓에 민익두가(家)는 서울시 민속자료 15호로 지정되어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지만, 집주인(민익두의 후손은 이 집을 팔고 미국으로 이민)이 보살피지 않아 인사동 주변 양아치나 노숙자들의 거처로 이용되는 등 훼손이 심해 자칫하면 민속자료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집을 활용한다 해도 국밥집이나 하면 어울릴 정도로 그 격이 낮아졌던 것.
그러나 지금 이곳에 가면 새집이 들어선 듯, 놀랄 만큼 고아한 풍모의 한옥이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주변의 조악한 건물들 사이에서 유독 번듯한 모습으로 고고하게 자리잡은 이 집이 바로 고급 사교클럽으로 새로 태어난 ‘민가다헌’(閔家茶軒)이다. 낮에는 주로 전통차와 간단한 식사를, 저녁에는 와인과 정식을 즐길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자 파티 장소로 변모한 것. 2월5일 개관할 예정이다.

‘민가다헌’은 개인사업을 하던 이종원씨와 ㈜와인나라의 우종익 대표가 공동 출자해 운영한다. 이종원 공동대표는 “이 집을 처음 보는 순간 너무 반해 한옥의 미를 살리면서도 고급 사교클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유럽의 성이나 저택들이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등으로 재활용되는 것처럼 우리도 문화재의 관광상품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월드컵 경기를 통해 외국인들이 손꼽는 명소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이대표의 소망.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집을 전통찻집으로만 제한하려는 서울시 방침 때문에 ‘민가다헌’과 종로구청 사이에 행정소송이 진행중이라는 사실. 슬기로운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