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포도주 건강학의 핵심은 성인병 전문의들 사이에 한때 유행했던 ‘프렌치 패러독스’에 담겨 있다. 프렌치 패러독스란 매 끼니가 40%의 지방질 음식으로 채워진 프랑스인들의 동맥경화 발생률이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낮다는 사실을 두고 생긴 말. 하지만 의학자들의 이런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프랑스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적포도주가 그들의 지방질을 녹인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 백포도주와는 달리 껍질과 씨까지 함께 발효시킨 적포도주 안에 풍부하게 함유된 ‘항산화 물질’이 인체 내에 지방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고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탁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포도주 열풍까지 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활성산소가 당뇨, 심장질환, 고혈압 등 성인병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단축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부에 주름이 지고 검버섯이 피는 노년의 징후나 눈이 침침해지는 노안의 진행에도 활성산소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 의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그나마 몸 안의 면역체계가 이들 과잉 활성산소의 공격을 방어해 주는 구실을 하지만, 면역체계의 힘만으로 활성산소의 공격을 받아내기는 역부족. 특히 영양 부족이나 운동 부족, 감염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면 활성산소에 대한 방어벽이 엉성해지면서 인체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이때 면역체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항산화 물질, 즉 항산화제다.
최근에는 항산화 물질이 ‘노화시계’를 늦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항산화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크 노화연구소의 사이먼 멜로프 박사팀은 일주일밖에 살 수 없게 유전자를 조작한 쥐에게 비타민 C와 E 등 항산화제를 투여한 결과, 쥐의 수명이 4배나 연장됐다고 의학전문지 ‘신경과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심장·폐·혈액연구소의 제이컵 모스코비츠 박사팀은 쥐를 대상으로 ‘MsrA’라는 항산화 효소를 분비케 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결과, 이 쥐들은 보통 쥐보다 수명이 40% 짧아졌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항산화 물질이 마치 쇠파이프에 녹이 슬듯 인체의 세포를 노화시키는 활성산소를 막아내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피부 미용에 좋고 혈액이 맑아지는 것은 그 속에 항산화 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늘, 양파, 고추냉이, 무, 브로콜리 등의 채소와 적포도주가 강력한 항산화제 구실을 한다. 적포도주는 하루 2~3잔 정도가 적당량. 또 녹차, 홍차 등의 차를 자주 마시면 노화 속도가 늦춰진다는 연구사례도 발표됐는데, 이는 그 속에 든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제 성분이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콩, 현미 등의 배아, 참깨, 율무 등의 식품류에도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한편 서양인들이 미네랄 워터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셀레니움이 미네랄 워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산화 음식을 섭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연 등 활성산소의 생성 자체를 억제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다.
최근 항산화 물질이 노화와 질병을 막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채소, 과일 위주의 식단만 고집하는 채식주의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다. 채식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체는 나름대로 자정능력을 갖고 있어 가끔 육류를 섭취한다고 해서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 육류를 섭취할 때는 마늘·양파 등과 녹색 채소를 많이 먹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