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유통중인 두부의 82%가 GM(유전자변형)콩이 섞인 콩으로 제조된 것이 판명됐다.”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이같은 충격적인 자체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로 두부 매출액이 급감하자 발끈한 국내 최대 두부생산업체 풀무원은 즉각 소보원을 상대로 10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이 소송은 1심 판결조차 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잠재적 위해성’을 내포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유전자변형 농산물) 유통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1월 현재, 국내 GMO 대책은 어느 정도 진척됐을까.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 3월(감자는 2002년 3월)부터 유통되는 콩(대두)과 옥수수, 콩나물콩에 GMO가 3% 이상 혼입될 경우 GMO임을 의무 표시하는 ‘GMO 표시제’를 실시하고 7월부터는 GMO를 원료로 한 두부, 된장, 견과류 등 27개 가공식품에까지 표시제를 확대하기로 지난 4월 고시한 바 있다. 원료 자체나 가공식품에 GMO가 3% 이상 섞여 있으면 수입업자와 가공업자는 반드시 ‘유전자변형 농산물(식품)’임을 겉면에 표기해야 하는 것이다.
3% 이상 섞인 콩, 옥수수 대상
이같은 표시기준은 2000년 1월 UN에서 채택된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가 국가간 GMO 교역시 GMO의 ‘포함 가능성’을 표시토록 한 규정에 따른 것. 병충해와 제초제에 강한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수확량을 대폭 늘린 GMO의 인체 유해 여부가 아직 명확히 가려지진 않았지만 이미 GMO의 안전성 여부를 엄격히 심사중인 선진국의 선례를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세계 최고의 GMO 재배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콩생산량의 47%, 옥수수의 37%가 GMO인 것으로 알려졌다. 곡물 수입의 상당량을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의 경우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129만5000t의 콩을, 652만t의 옥수수를 수입(무역협회 자료)했지만 이제껏 한번도 GMO 여부를 따져본 적이 없다.
과연 GMO 표시제는 무리없이 정착될 수 있을까. 표시제의 주무부서는 농림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GMO 분석을 담당할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장비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간동아’가 민주당 박용호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농촌진흥청 국감자료에 따르면 현재 품질관리원의 GMO시료수거 직원은 120명, 분석인원은 4명(전국)에 불과하다. 당초 올 연말까지 분석인력 6명을 포함, 87명의 직원을 추가확보해줄 것을 행자부에 요청했지만 ‘작은 정부 구현’이란 방침에 밀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간 1000점으로 잡고 있는 품질관리원의 GMO검정능력을 단 4명의 전문인력이 전담해 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품질관리원 관계자는 “국내 수입콩과 옥수수 중 Non-GMO(GMO가 섞이지 않은 작물)의 거래비중이 높아 검사인력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향후 분석기술 개발 및 국내 GMO 유통상황 등을 고려해 표시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재 확보된 검정장비 46대(27종) 중 정량분석을 위한 최신장비인 PCR정량분석기의 세팅작업도 늦어져 표시제 실시 직후부터 GMO표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식품의 GMO성분 함유 여부를 검증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사정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아직 공인된 검사기법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현재 각국에서 쓰고 있는 검사법도 제각각이다. 기법이 다르므로 검사결과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GMO 표시제가 반드시 공인된 검사법 마련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식약청도 표시제에 앞서 나름대로 보다 ‘적합한’ 검사법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GMO식품과 Non-GMO식품을 명확히 구분 검증할 검사법이 현재로선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은 이같은 ‘원초적 허점’으로 인해 표시제가 가져올 ‘부담’은 소비자들에게도 떠넘겨질 전망이다. GMO 표시제 실시 후 표시를 아예 하지 않은 업자에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허위표시했을 경우엔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문제는 모든 가공식품을 일일이 검사하지 않는 이상 ‘엉터리 표시’를 가려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식약청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세업체가 많은 식품업계 특성상 값싼 GMO식품을 비싼 Non-GMO식품으로 속여 팔아 차익을 챙기려는 불법행위가 저질러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의 이 말은 표시제가 ‘GMO식품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를 법으로 강제해 제공하는 대신 실상 GMO의 위해성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식품 선택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모순을 시사한다.
현재 표시제를 앞두고 상당수 식품회사들은 자사 제품의 GMO 함유 여부조차 제대로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콩제품에 대해 ‘Non-GMO 선언’을 한 풀무원은 아예 지난해 일본의 소주생산업체이자 생명공학기업인 다카라주조 부설 바이오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유전자검사센터를 설립, 본격적인 GMO 분석업무를 서두르고 있다.
㈜넥스젠, ㈜코젠바이오텍, ㈜바이오니아 등 몇몇 민간기업도 이같은 식품회사들의 유전자 분석 수요 급증에 대비, 100만원대의 GMO 탐지 키트를 개발해놓은 상태다.
“이미 시중에 유통중인 수입콩과 옥수수, 그리고 이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 300여종에 대해 자체 성분검사를 해본 결과 이중 65∼75% 가량에서 GMO 성분이 검출됐다.” 익명을 요구한 모 업체 관계자의 귀띔이다.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정확한 검사결과 공개를 꺼리고 있는 이 업체의 검사대상은 콘칩류, 두유, 된장, 쌈장, 옥수수 수프 등 국민 다소비식품들이다.
이런 탐지 키트가 가공식품에 대한 GMO 검출 분석시 양적 분석(정량분석)보다 성분분석(정성분석)에 치우쳐 검사결과에 일부 오류가 생길 순 있지만 극소량의 GMO성분 유무 판별 정도는 정확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식약청도 인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미 상당한 양의 GMO식품이 우리 먹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GMO 문제의 또 다른 딜레마는 엄청난 수확량으로 농가소득을 올려주고 식량난을 덜 수 있다고 알려진 GMO나 GMO식품이 식량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취지는 좋다 하더라도 일단 GMO 표시제가 실시됐을 경우 현격하게 벌어질 GMO식품과 Non-GMO식품간 가격 차이는 식탁 위의 ‘빈부 격차’를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GMO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인 식량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GMO식품의 안전성 논쟁에 앞서 소비자가 왜 원하지도 않는 GMO식품들을 먹어야 하는지의 관점에서 GMO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GMO식품 반대 생명운동연대’ 권영근(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 집행위원장은 “GMO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아직 미약한 만큼 표시제 실시 후 조직적인 불매운동 등을 통해 GMO식품 반대운동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GMO 논란이 커지면 소비자의 혼란도 그만큼 커진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슈퍼벼 등 GMO 개발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취재과정에서 농림부의 한 관계자가 ‘준비 덜 된 표시제’를 지적하는 기자에게 던진 반문이다. 그러나 과연 누가 GMO식품들이 동식물이나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있을까. 환상과 기대로 가득찬 생명공학의 폐단은 이미 소비자의 입속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이같은 충격적인 자체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로 두부 매출액이 급감하자 발끈한 국내 최대 두부생산업체 풀무원은 즉각 소보원을 상대로 10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이 소송은 1심 판결조차 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잠재적 위해성’을 내포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유전자변형 농산물) 유통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1월 현재, 국내 GMO 대책은 어느 정도 진척됐을까.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 3월(감자는 2002년 3월)부터 유통되는 콩(대두)과 옥수수, 콩나물콩에 GMO가 3% 이상 혼입될 경우 GMO임을 의무 표시하는 ‘GMO 표시제’를 실시하고 7월부터는 GMO를 원료로 한 두부, 된장, 견과류 등 27개 가공식품에까지 표시제를 확대하기로 지난 4월 고시한 바 있다. 원료 자체나 가공식품에 GMO가 3% 이상 섞여 있으면 수입업자와 가공업자는 반드시 ‘유전자변형 농산물(식품)’임을 겉면에 표기해야 하는 것이다.
3% 이상 섞인 콩, 옥수수 대상
이같은 표시기준은 2000년 1월 UN에서 채택된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가 국가간 GMO 교역시 GMO의 ‘포함 가능성’을 표시토록 한 규정에 따른 것. 병충해와 제초제에 강한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수확량을 대폭 늘린 GMO의 인체 유해 여부가 아직 명확히 가려지진 않았지만 이미 GMO의 안전성 여부를 엄격히 심사중인 선진국의 선례를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세계 최고의 GMO 재배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콩생산량의 47%, 옥수수의 37%가 GMO인 것으로 알려졌다. 곡물 수입의 상당량을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의 경우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129만5000t의 콩을, 652만t의 옥수수를 수입(무역협회 자료)했지만 이제껏 한번도 GMO 여부를 따져본 적이 없다.
과연 GMO 표시제는 무리없이 정착될 수 있을까. 표시제의 주무부서는 농림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GMO 분석을 담당할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장비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간동아’가 민주당 박용호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농촌진흥청 국감자료에 따르면 현재 품질관리원의 GMO시료수거 직원은 120명, 분석인원은 4명(전국)에 불과하다. 당초 올 연말까지 분석인력 6명을 포함, 87명의 직원을 추가확보해줄 것을 행자부에 요청했지만 ‘작은 정부 구현’이란 방침에 밀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간 1000점으로 잡고 있는 품질관리원의 GMO검정능력을 단 4명의 전문인력이 전담해 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품질관리원 관계자는 “국내 수입콩과 옥수수 중 Non-GMO(GMO가 섞이지 않은 작물)의 거래비중이 높아 검사인력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향후 분석기술 개발 및 국내 GMO 유통상황 등을 고려해 표시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재 확보된 검정장비 46대(27종) 중 정량분석을 위한 최신장비인 PCR정량분석기의 세팅작업도 늦어져 표시제 실시 직후부터 GMO표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식품의 GMO성분 함유 여부를 검증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사정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아직 공인된 검사기법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현재 각국에서 쓰고 있는 검사법도 제각각이다. 기법이 다르므로 검사결과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GMO 표시제가 반드시 공인된 검사법 마련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식약청도 표시제에 앞서 나름대로 보다 ‘적합한’ 검사법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GMO식품과 Non-GMO식품을 명확히 구분 검증할 검사법이 현재로선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은 이같은 ‘원초적 허점’으로 인해 표시제가 가져올 ‘부담’은 소비자들에게도 떠넘겨질 전망이다. GMO 표시제 실시 후 표시를 아예 하지 않은 업자에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허위표시했을 경우엔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문제는 모든 가공식품을 일일이 검사하지 않는 이상 ‘엉터리 표시’를 가려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식약청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세업체가 많은 식품업계 특성상 값싼 GMO식품을 비싼 Non-GMO식품으로 속여 팔아 차익을 챙기려는 불법행위가 저질러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의 이 말은 표시제가 ‘GMO식품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를 법으로 강제해 제공하는 대신 실상 GMO의 위해성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식품 선택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모순을 시사한다.
현재 표시제를 앞두고 상당수 식품회사들은 자사 제품의 GMO 함유 여부조차 제대로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콩제품에 대해 ‘Non-GMO 선언’을 한 풀무원은 아예 지난해 일본의 소주생산업체이자 생명공학기업인 다카라주조 부설 바이오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유전자검사센터를 설립, 본격적인 GMO 분석업무를 서두르고 있다.
㈜넥스젠, ㈜코젠바이오텍, ㈜바이오니아 등 몇몇 민간기업도 이같은 식품회사들의 유전자 분석 수요 급증에 대비, 100만원대의 GMO 탐지 키트를 개발해놓은 상태다.
“이미 시중에 유통중인 수입콩과 옥수수, 그리고 이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 300여종에 대해 자체 성분검사를 해본 결과 이중 65∼75% 가량에서 GMO 성분이 검출됐다.” 익명을 요구한 모 업체 관계자의 귀띔이다.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정확한 검사결과 공개를 꺼리고 있는 이 업체의 검사대상은 콘칩류, 두유, 된장, 쌈장, 옥수수 수프 등 국민 다소비식품들이다.
이런 탐지 키트가 가공식품에 대한 GMO 검출 분석시 양적 분석(정량분석)보다 성분분석(정성분석)에 치우쳐 검사결과에 일부 오류가 생길 순 있지만 극소량의 GMO성분 유무 판별 정도는 정확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식약청도 인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미 상당한 양의 GMO식품이 우리 먹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GMO 문제의 또 다른 딜레마는 엄청난 수확량으로 농가소득을 올려주고 식량난을 덜 수 있다고 알려진 GMO나 GMO식품이 식량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취지는 좋다 하더라도 일단 GMO 표시제가 실시됐을 경우 현격하게 벌어질 GMO식품과 Non-GMO식품간 가격 차이는 식탁 위의 ‘빈부 격차’를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GMO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인 식량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GMO식품의 안전성 논쟁에 앞서 소비자가 왜 원하지도 않는 GMO식품들을 먹어야 하는지의 관점에서 GMO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GMO식품 반대 생명운동연대’ 권영근(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 집행위원장은 “GMO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아직 미약한 만큼 표시제 실시 후 조직적인 불매운동 등을 통해 GMO식품 반대운동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GMO 논란이 커지면 소비자의 혼란도 그만큼 커진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슈퍼벼 등 GMO 개발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취재과정에서 농림부의 한 관계자가 ‘준비 덜 된 표시제’를 지적하는 기자에게 던진 반문이다. 그러나 과연 누가 GMO식품들이 동식물이나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있을까. 환상과 기대로 가득찬 생명공학의 폐단은 이미 소비자의 입속을 넘나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