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7

..

‘꿈의 전기차 배터리’ 개발 기대감 높인 삼성전기

세계 최초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 성공… 2026년부터 양산

  • reporterImage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4-09-25 10:40:03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가 세계 최초로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쓰이는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업계 최고 수준인 에너지 밀도 200Wh/L급의 산화물계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고객사와 시제품을 평가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워치·버즈 등에 우선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 소재 및 양산 관련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삼성전기에서 개발한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단계에 돌입하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기에서 개발한 소형 전고체 배터리.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에서 개발한 소형 전고체 배터리. [삼성전기 제공]

    다양한 형태로 제작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는 음극과 양극을 오가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를 사용해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할 수 있으며 특히 초소형 크기로도 구현할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내부에  얇은 판을 말아 만들어 초소형으로 제작하면 판이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발생할 수 있고, 충전 시 내부 부피 팽창으로 여분의 추가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초소형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충전 시 부피 변화가 작아 여유 공간이 필요 없으며, 리튬이온전지에서 필요한 분리막도 들어가지 않아 초소형화에 용이하다. 그렇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개발 난도가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해질이 고체로 바뀌면서 계면 저항과 이온 전도도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배터리 셀 제조과정에서는 기존보다 훨씬 높은 압력과 온도의 제조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생산 비용 측면에서는 액체 전해질보다 훨씬 비싼 고체 전해질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비교. [자료 | 삼성  SDI]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비교. [자료 | 삼성 SDI]

    삼성전기는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핵심 기술인 적층세라믹콘센서(Multilayer Ceramic Capacitors·MLCC) 제조 기술을 활용해 전고체 배터리 초소형화에 성공했다. 전자기기에서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댐’의 역할을 하는 MLCC는 반도체와 함께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산업의 ‘쌀’로 불린다. MLCC는 스마트 디바이스뿐 아니라 전기차, AI 기기에도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600층까지 적층한 고용량 MLCC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MLCC 기술의 핵심은 얇은 세라믹과 금속을 번갈아 최대한 많이 쌓아 전기를 많이 축적하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 또한 MLCC와 유사하게 전극과 고체 전해질을 얇게 번갈아 층층이 쌓아 올린 후 절단하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기의 MLCC 노하우가 적용됐다.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인 고체 전해질은 황화물계, 폴리머계, 산화물계 등 다양하다. 삼성전기가 산화물계 소형 전고체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삼성전기의 소형 전고체 배터리에 쓰인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에 들어가는 황화물계보다 이온 전도성이 낮고 화학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생산 난이도가 낮다.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출력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해 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가 적용된다. 삼성전기는 이를 위해 최근 3년간 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한 해외 특허 40여 건을 확보해 사업화를 대비했다.

    전장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시간 더 필요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는 성능의 핵심지표가 높은 출력, 즉 이온 전도도다. 현재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 업체에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 3사 또한 모두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완성차 업체 3곳에 프로토타입 샘플을 제출해 평가를 진행 중이며 2027년 양산할 계획이다. SK온은 내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9년 상용화에 나선다.



    한여진 기자

    한여진 기자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업계 최초 8세대 V낸드 차량용 SSD 개발

    모건스탠리 ‘반도체 겨울’ 보고서 놓고 투자업계 갑론을박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