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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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폰 발달의 끝은 어디인가?

  • 디지털 경제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입력2004-11-04 1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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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 최고의 히트상품은 누가 뭐래도 휴대전화다. 그리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되고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장 규모로 보나 제품의 개발속도와 기술집약성, 하이테크놀러지의 활용 면으로 보나 대적할 상품이 없다. 이미 결합된 기술만 해도 단순히 전화를 걸고 받는 기능을 넘어선 지 오래다. 표면적으로는 전자수첩 등 정보 저장 및 검색 기능을 비롯해 음성인식이 가능해지더니 초소형 PC의 영역을 일부 차지하다 MP3와 결합되어 오디오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이제는 휴대전화 디바이스가 카메라 시장과 만만치 않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익숙하게 폰카를 쓰고 이제는 ‘디카폰’이라 부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일면 낯설고 얼토당토않은, 혹은 참으로 획기적인 조합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학자 맥루한에 따르면 인간문명의 역사는 말과 소리로 의사소통하던 구술시대에서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 이후 텍스트 시대가 되었다가, 전기·전자적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영상과 이미지가 오감을 자극하는 메시지의 홍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류사가 이 작은 ‘폰’ 안에 다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실시간 음성통화로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된 전화가 케이블을 끊고 작아져서 휴대용이 됨으로써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지구를 떠도는 사람들)의 시대를 열더니, 어느새 텍스트로 정보를 처리하는 문자전송 기능으로 구어와 문어를 뒤섞어버렸다. 아니나다를까, 이미지와 영상을 찍고 보는 만인의 ‘전자눈’이 되어버렸다.

    사진의 철학을 주창한 빌렘 플루서는, 이미지 복제기계인 사진장치는 거꾸로 인간을 도구화하고 인간을 프로그래밍된 마술적 환각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네트워크 세대이자 모바일 세대에 속하는 우리는 어쩌면 이미 매력적인 유희도구인 디카폰에 저항할 수 없는 추종자가 된 것은 아닐까.

    바로 보고, 바로 찍어, 바로 저장하고 전송하는 디카폰의 역동성은 사람이 지닌 잠재적 관음증과 나르시시즘을 극대화한다. 끊임없이 출시되는 최신 상품은 ‘효리폰’ ‘상우폰’ 등 스타 이미지와 연결되고 있을 뿐 아니라 폰카를 통한 ‘얼짱’들의 등장으로 쌍방향적으로 순환하는 얼굴과 몸의 스타신화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새 시장 확대와 기술 주도도 좋지만 플루서의 지적처럼 스타-상품-이미지-자신의 상품화의 메커니즘에서 우리는 ‘자유’를 고민해야 한다.



    어느새 500만 화소급으로 최고급 카메라와 별 차이 없는 성능을 선보이며, 모 CF처럼 색채의 화가 고흐마저 주눅들게 만든 디카폰의 세계. 자신의 눈보다도 단춧구멍 같은 디카폰 렌즈와 작디작은 액정 격자창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 세상을 확인하려 하는 이 시대에 ‘디카폰의 철학’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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