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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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 유럽 경제, 아베노믹스 해법이 필요하다

[홍춘욱의 투자노트] 日 엔화 약세로 경제 하강 흐름 반전… 금리인상 신중해야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경영학 박사

    입력2022-02-1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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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이 미국의 금리인상 선택을 따를 이유는 없다. [GettyImages]

    유럽이 미국의 금리인상 선택을 따를 이유는 없다. [GettyImages]

    지난 글에서 유럽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결정적 실책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 경제가 살아나는 데 필요한 정책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 장기 불황으로 제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정보통신 등 신성장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소비심리마저 위축된 나라는 어떤 정책을 써야 할까.

    유럽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일본 모습이 떠오른다. 1990년 자산시장 붕괴 이후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다 ‘잃어버린 30년’을 보내고 있는 나라 일본과 유럽은 많은 면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둘 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이 높은 데다, 정보통신산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이며, 막대한 국가부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유럽 정책당국은 수년 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시행했던 일련의 정책 패키지(‘아베노믹스’)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 시행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혁신 성장산업을 육성해가는 이른바 ‘세 개의 화살’ 정책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얀베 유키오, 2020, ‘일본 경제 30년사’, 238쪽).

    공급 충격 인플레이션 발생한 유럽

    시장 참가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정책 시행 영향으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2012년 초 76.96엔에서 2019년 말 109.10엔까지 상승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닛케이225 지수는 같은 기간 8802에서 2만2366까지 급등한 바 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 경제 성과가 다시 부진해진 데다 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지만, 경제 하강 흐름을 반전시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미 유럽도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는데, 여기서 양적완화 규모를 더 늘리라는 것인가”라고 질문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대답부터 하자면, 양적완화를 하지 않고도 충분히 아베노믹스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유럽은 강력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경기 활황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라면 아베노믹스를 벤치마킹해 유로화 약세를 유도할 이유가 없지만, 안타깝게도 유럽이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전형적인 ‘공급 충격’ 인플레이션이다. 즉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의 1월 소비자물가를 5.1%까지 뛰어오르게 만든 것이다(그래프 참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긴장 고조로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기후 여건 악화로 식료품 가격이 폭등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은행처럼 공급 충격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에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내수경기 위축을 피할 수 없지만 공급 충격 이외 요인으로 유발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3월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사실상 확정한 이유도 공급 이외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급한 금리인상이 불러온 남유럽 재정위기

    반면 유럽이나 기타 선진국이 미국의 선택을 굳이 따를 이유는 없다. 금리를 인상한다고 식료품이나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때 유럽이 금리를 동결하는 순간 유로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이는 2012년 말 일본의 아베노믹스 시행 효과를 비슷하게 누리는 이점을 지닌다.

    그러나 이 같은 희망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2월 3일 열린 유럽중앙은행의 정례 금리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반면,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물가상승률이 중기 물가 목표인 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적절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힘으로써 유로화 가치 급등을 유발했기 때문이다(이데일리, 2월 4일, ‘파운드·유로 강세에 밀린 달러… 환율 나흘 만에 하락하나’). 물론 2011년 성급한 금리인상이 불러온 참혹한 경험(남유럽 재정위기)을 기억하고 있기에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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