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광도 초신성 중심부에서 갓 태어난 마그네타가 주변 물질 원반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미국 라스 쿰브레스 천문대(LCO) 제공
초신성은 별이 생애 마지막 단계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밝아지는 현상이다. 폭발 순간 태양보다 수억 배에서 수십억 배 밝아질 수 있다. 이 가운데 초광도 초신성은 일반 초신성보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더 밝고 오래 빛난다. 천문학계에서는 초광도 초신성 중심부에 에너지를 계속 공급하는 동력원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그 유력한 후보가 바로 마그네타다. 마그네타는 초신성 폭발 뒤 중심에 남은 핵이 지름 약 20㎞ 안팎의 초고밀도 중성자별로 압축된 천체다. 중소도시 크기에 불과하지만 지구 자기장의 약 300조 배에 달하는 초강력 자기장을 지닌다. 탄생 직후에는 초당 수백 회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자전할 수 있다. 이 막대한 회전 에너지는 주변의 전기를 띤 알갱이(대전 입자)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하고 폭발 파편에 에너지를 계속 밀어 넣어 초광도 초신성이 밝고 오래 빛나게 하는 엔진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LCO는 미국에 본부를 두고 전 세계 망원경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초신성 같은 시간변동 천체를 추적 관측하고 있다. 연구진은 ATLAS(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소행성 지구 충돌 최종 경보 시스템) 탐사로 발견한 약 10억 광년 거리의 초광도 초신성 SN 2024afav를 LCO의 전 세계 망원경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200일 넘게 추적 관측했다.
관측 결과 이 초신성은 폭발 후 약 50일 무렵 최고 밝기에 도달한 뒤에도 매끄럽게 식지 않고 밝기가 네 차례나 다시 솟아오르는 특이한 패턴을 보였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그 간격이 갈수록 짧아졌다는 점이다. 점점 더 빠른 리듬으로 반복된 이 밝기 변화를 연구진은 새가 짹짹거리듯 주파수가 점점 높아진다는 뜻에서 ‘처프(chirp·짹짹거림) 신호’라고 불렀다.
이는 빠르게 회전하는 마그네타가 주변 시공간을 함께 끌고 돌면서 렌즈-티링 세차 운동을 일으킨 결과로 풀이된다. 세차 운동은 팽이 축이 흔들리듯이 회전하는 물체의 축 방향이나 기울어진 원반의 축 방향이 조금씩 돌아가는 것을 가리킨다. 마그네타 주위를 도는 물질 원반이 이런 운동을 하면서 중심부에서 나오는 빛의 세기가 주기적으로 바뀐 것이다. 원반 물질이 더 안쪽으로 말려들수록 세차 운동 주기는 짧아지고, 지구에서 관측되는 깜빡임 리듬도 점점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처프 신호의 주기 변화를 바탕으로, SN 2024afav 중심의 마그네타가 약 4.2밀리초마다 한 바퀴를 돈다고 분석했다. 지름 약 16㎞의 갓 태어난 마그네타가 초당 약 240회 회전하면서 주변 입자와 폭발 파편에 에너지를 계속 공급한 셈이다.
이번 발견의 가장 큰 수확은 초광도 초신성이 그토록 밝게 빛나는 원인을 둘러싼 천문학계의 논쟁 해결에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두 가지 가설이 팽팽히 맞서왔다. 하나는 폭발한 별 주변에 쌓여 있던 별주변물질(CSM)과 초신성 파편이 거세게 충돌하며 막대한 빛을 낸다는 ‘외부 충돌설’이고, 다른 하나는 폭발 뒤 중심에 남은 마그네타가 에너지를 계속 밀어 넣는다는 ‘내부 엔진설’이다. 이번 연구는 SN 2024afav의 독특한 밝기 변화를 통해 마그네타가 초광도 초신성의 막대한 밝기를 떠받치는 엔진으로 작용한다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우주 폭발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마그네타는 은하 안에서 갑작스러운 자기장 폭발을 일으키며 수 밀리초 동안 강한 전파를 내뿜는 빠른 전파 폭발(FRB)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혀왔다. 또 아주 무거운 별이 붕괴하거나 중성자별끼리 충돌할 때 나타나는 감마선 폭발(GRB)의 중심 엔진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마그네타의 탄생을 관측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우주 폭발 현상들의 공통된 물리적 고리를 시사한다.나아가 이번 관측 데이터는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시공간 끌림 효과와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점에서도 더욱 주목된다. 연구에 참여한 조지프 파라 UC샌타바버라·LCO 박사후연구원은 UC버클리 뉴스 페이지를 통해 “처음에는 뉴턴 역학으로 설명되는 흔들림과 마그네타 자기장에 의한 다른 세차 운동도 검토했지만, 관측된 밝기 변화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은 렌즈-티링 세차 운동뿐이었다”며 “초신성의 역학을 설명하는 데 일반상대성이론이 필요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거대 항성이 죽음을 맞이할 때 어떤 운명을 걷게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아주 무거운 별이 생을 마감할 때 어떤 조건에서는 곧바로 블랙홀로 붕괴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마그네타를 남기는지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번 연구로 초광도 초신성은 별의 죽음과 그 뒤에 남겨진 극한 천체의 성질을 동시에 파헤칠 수 있는 중요한 관측의 창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