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를 믿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기간에 미국 태양광 기업 주가가 상승했다. GETTYIMAGES
이유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5만 원) 위로 뛰었기 때문이다. 중동발(發)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투기 자금까지 가세했다.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중동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그 불이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 주유소 가격판에 고스란히 찍힌다. 이 구조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주유소 풍경 앞에서 조용히 웃는 섹터가 있다. 바로 태양광이다.
트럼프 4년, 태양광 전성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관해 거침없이 말한다. “사기다.” 화석연료가 기후를 바꾼다는 과학자들 주장은 꾸며낸 이야기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이 믿음을 행동으로도 보여줬다. 2017년 1기 집권 당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그것도 모자라 2기 집권 첫해인 2025년 조 바이든 대통령 때 복귀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또 탈퇴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까지 탈퇴했다.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석유와 가스 시추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을 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부분만큼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태양광 투자는 피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언제나 태양광산업의 가장 강력한 수호자였다. 먼저 트럼프 1기 시절을 살펴보자.
인페이즈에너지(ENPH)는 가정용 태양광 마이크로인버터를 만드는 회사다. 트럼프 행정부 1기가 시작된 2017년 1월 주가는 1달러대였다. 임기가 끝난 2021년 초 주가는 220달러를 넘었다. 4년 동안 약 200배가 오른 것이다. 선런(RUN)은 미국 주거용 태양광 서비스 기업 가운데 가장 크다. 2017년 1월 5달러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2021년 1월 100달러를 돌파한다. 임기 동안 20배 가까이 올랐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대통령이 집권한 4년간 태양광 기업 주가가 수십 배, 수백 배 올랐다. 이것이 현실이다.
‘기후 대통령’ 바이든이 집권한 4년은 어땠을까. 그는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역사상 최대 규모 친환경 에너지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에 정부 지원 수천억 달러가 흘러들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태양광 기업들이 잘나가야 할 시기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인페이즈에너지는 바이든 임기 4년간 주가가 반토막 났다. 선런은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정치인 발언보다 정책 결과 중시해야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트럼프 1기 시절 태양광 기업 주가는 집권 후반기에 집중적으로 상승했다. 이는 2018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한 시기와 겹친다.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은 2019년 2월 그린뉴딜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태양광 기업 주가를 자극했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가져간다면 같은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다. 이는 차기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져 태양광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지금은 미국-이란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태양광 수호신 본능을 일깨우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유가는 모든 계산을 바꿔놓는다.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비용이 매달 지불하는 기름값보다 싸질 때, 주유소에서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태양광 패널을 주문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트럼프가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외치는 그 순간에도 사람들은 태양광 견적서를 뽑아보고 있다. 최근 태양광은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필수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여기에 아이러니가 하나 더 있다. 트럼프는 에너지 자립을 가장 원하는 대통령이다. 이를 확실하게 실현하는 수단이 무엇인가. 태양광과 풍력이다. 중동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폭등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땅과 하늘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그의 정책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다르다. 시장은 무엇을 더 중시하겠는가.
투자자가 저질러서는 안 되는 실수가 있다. 정치인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태양광은 싫다”고 선언할 때 인페이즈에너지 주가가 200배 올랐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기후위기를 막겠다”고 외칠 때 선런 주가가 80% 폭락했다. 역사는 이미 답을 알려줬다. 정치인 발언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이 진짜 변수다. 유가가 오를 때 태양광이 살아나고, 유가가 안정될 때 태양광은 숨을 죽인다. 미국-이란 전쟁이 유가를 끌어올리는 한, 태양광의 경제성은 날마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조금이 없어도 시장은 움직인다. 1기 때도 그랬다. 2기 때도 다를 이유가 없다.
주유소 앞에서 한숨을 쉬는 사람들과 그 소리를 들으며 태양광 기업의 주가 차트를 꺼내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는 소비자다. 후자는 투자자다. 트럼프가 협약을 탈퇴할 때마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숫자를 먼저 봤던 투자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음에 올 것이 무엇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