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전 차관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2년3개월간 근무하고 지난해 1월 여성부 초대 차관으로 부임했다. 신설 부처에다 전체 직원 100여명의 초미니 기구로 출범한 여성부의 살림살이는 불 보듯 뻔했다. 게다가 “여성부가 있으면 남성부도 있어야지”라는 주위의 빈정거림도 만만치 않았다. 이때 경제기획원, 재경원, OECD공사를 두루 거친 현차관의 부임은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예산 확보 등 경제부처의 협조가 필요한 일들이 참 많았다. 그때마다 차관님이 나섰고, 여성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도 여성인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여성부 조성은 공보관)

지난 4월 여성부, 기획예산처, 서울지방조달청이 모여 있는 반포청사에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말로만 모성보호법을 주장하지 말고 당장 직원들의 보육 문제부터 해결해 보자며 시작한 어린이집 건립은 건축 인허가부터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현 전 차관은 당시를 떠올리면서 “중앙에서는 굵직굵직한 정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막상 그 정책을 현장에 적용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나니 정책 실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했다.
부임 당시만 해도 “여성부에 웬 남성 할당이냐”며 눈총을 받았던 현 전 차관은 보육에 대한 국가지원, 남녀차별 금지, 성매매 방지, 호주제 공론화 등 여성정책의 틀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마침내 눈물의 환송을 받으며 청와대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