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 비이재명(비명)계 의원이 3월 20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이 서울 강북을 공천에 탈락하기까지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대응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취재진에게 “혹시 강북을 선거 결과가 궁금하지 않느냐”며 “가감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박용진 후보가 30.08%, 조수진 후보가 69.93%였고 가감산을 하면 19.4% 대 80.6%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당대표가 경선 득표율까지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강북을 경선 결과를 발표한 민주당 박범계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은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비명계 모두 같은 상황”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서울 강북을 2차 경선 발표 직전인 3월 1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뉴스1]
박 의원의 경선 탈락에 대해 당내에서는 “예상대로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비명계 후보가 경선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이른바 ‘비명횡사’ 현상이 이어졌던 만큼 박 의원의 경선 탈락 역시 놀랍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명계 모두가 박용진”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3월 20일 기자에게 “지금 비명계는 ‘자기 모르게 짜인 판에 들어가 죽었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박 의원 스스로가 판을 키워놓은 것일 뿐이지, 나머지도 다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 김상의 의원은 민주당 의원 단체 메신저 방에 “의원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용진 의원을 기어이 탈락시켰다”며 “민주당을 완벽한 이재명 당으로 만드는 것이 이번 총선의 목표냐”고 비판했다.
박 의원 역시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3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패배가 뻔한 경선, 결론이 정해진 경선임을 알고 받아들였기에 새삼 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지난 한 달 동안 가끔 나 몰래 ‘트루먼쇼’를 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며 “영화 시나리오처럼 모두가 나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하위 10% 의원 통보 △공천 승계 예외 적용 △전국 권리당원의 강북을 경선 투표 참여 등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강북을 경선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졌다는 지적이 많다. 박 의원은 의원 평가 하위 10%에 포함된 탓에 ‘경선 득표 30% 감산’ 페널티를 안은 채 경쟁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하위 10% 통보를 받은 이유를 알려달라며 당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고 한다. 반면 경쟁 상대였던 조 변호사는 여성 신인 후보에게 주어지는 25% 가점을 받았다. 박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64.2% 이상 득표율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앞서 박 의원이 정 전 의원과 경선에서 권리당원 51.79%, 국민 51.62% 득표율을 얻었던 만큼 당 안팎에서 “사실상 결과가 정해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가 경선 직후 득표율을 언급한 배경 역시 관련 논란을 종식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李 “차점자 우승 경우 없어”
강북을 경선이지만 전국 권리당원 투표(70%)를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30%)보다 높게 반영한 점도 통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뽑는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지나치게 적게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앞서 전략경선을 치른 서대문갑 역시 경선에서 전국 권리당원 투표를 70% 반영했고, 그 결과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로 불리는 김동아 변호사가 역전승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당초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 전 의원의 공천이 취소됐으면 차점자인 자신에게 공천이 승계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남 순천·광양·구례·곡성갑 경선 과정에서 이중투표 의혹 등으로 손훈모 예비후보의 공천이 취소되자 경쟁자였던 김문수 후보가 공천된 사례를 언급했지만 당의 해석은 달랐다. 민주당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3월 17일 “그곳은 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강북을은 후보가 확정된 상황에서 후보의 문제점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하며 재경선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 역시 전날 “어떤 경기에서든 승부가 났는데 1등이 문제가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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