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유럽 빅리그들이 파이널 레이스에 접어들었다. 치열한 순위 싸움에 팀마다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불안한 성적 탓에 유난히 추운 봄을 보내는 유럽 리그 감독들은 누구이고, 위기의 주된 원인은 무엇인지 분석해봤다.
맨체스터 - 유나이티드 에릭 텐하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가 됐다. 지난 10년간 내로라하는 명장들을 모셔와 천문학적 이적료를 쏟아부었음에도 돌아오는 건 실망스러운 성적뿐이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감독 6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거쳐갔다. 교체 때마다 새 감독 요구에 따라 선수들을 영입했는데, 강팀의 면모는 도리어 퇴색해갔다. 이런 가운데 에릭 텐하흐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최후 보루 같은 존재였다. 자신만의 축구 철학이 확고한 데다, 네덜란드 AFC 아약스를 이끌고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과를 올린 이력 덕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22년 여름 부임한 텐하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탈락에 이어, 현재 순위(3월 19일 기준 6위)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과 거리가 멀다. 잦은 전술 변경 탓에 혼란스러운 경기력도 도마에 올랐다. 부상 선수가 많기는 했으나, 텐하흐호(號) 선수 영입이 대부분 실패하면서 감독도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아직 FA컵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있긴 하지만, 구단 지분 구조가 바뀐 상황에서 다가오는 여름 감독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첼시 -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구단 수뇌부의 섣부른 감독 교체가 첼시에는 비극이었다. 2022년 첼시를 인수한 미국 사업가 토드 볼리는 야구, 농구처럼 미국에서 인기 높은 스포츠에 능통하지만 축구에는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첼시를 인수한 뒤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지나치게 많이 개입했다. 볼리 구단주는 2022~2023시즌 초반 첼시에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안긴 토마스 투헬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 7개월 뒤 다음 감독 그레이엄 포터 역시 성적 부진으로 경질했다. 남은 시즌을 임시 감독 체제로 버틴 첼시는 새 감독 찾기에 나섰고, 그렇게 영입한 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다. 포체티노는 토트넘 홋스퍼와 파리 생제르맹을 이끌며 그 나름 성과를 냈지만, 전술 색채가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었고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첼시가 10명 넘는 선수를 영입하면서 팀과 선수진 파악에 포체티노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현 순위는 리그 11위다. 부상자가 늘면서 자연스레 선수단 수가 정리되고 조직력이 강화된 후반기에 약간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가 유력하다. 첼시 구단 수뇌부는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 1선발부터 5선발까지 개인 성적이 좋은 선수를 배치하면 자연스레 승률이 높아지는 야구를 축구와 혼동한 듯하다.
뉴캐슬 - 유나이티드 에디 하우
2022~2023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큰 변화를 맞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대 자본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빅클럽으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슈퍼스타를 잇달아 영입한 뉴캐슬은 구단 순위를 높일 꿈에 한껏 부풀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구단 수뇌부는 기존 선수진과 2021~2022시즌 강등 위기에 부임해 팀을 구한 에디 하우 감독에게 계속 기회를 줬다. 갑작스러운 변화보다 느리지만 조금씩 구단을 바꿔나가겠다는 취지였다. 과거와 달리 구단주가 축구단에 사유 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구조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우는 지난 시즌 뉴캐슬을 이끌고 2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하며 믿음을 결과로 증명했다. 그런데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리그와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면서 뉴캐슬 성적이 급락해 위기가 찾아왔다. 부상 선수가 늘어난 데다, 후반기 선수 보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10위 언저리에 머문다면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 진출이 불가능하다. 하우의 지도력이 갈피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올여름 구단이 중대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최고 명문 클럽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인 만큼 영향력도 크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2014년 여름 처음 유벤투스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하자마자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5시즌 연속 리그 정상을 유지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두 차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도 큰 성과다. 알레그리는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잠시 축구계를 떠났다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복귀했다. 문제는 그가 복귀한 후 시작됐다. 2년 동안 축구계가 빠르게 바뀐 것이다. 최근 축구 풍토에서 알레그리 특유의 ‘실리적 수비 축구’가 통하지 않게 됐다. 팬들의 마음은 답답했지만, 그의 전략·전술이 여전히 인정받은 것은 우승 트로피 때문이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면서 알레그리의 수비 축구는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순위는 리그 7위(승점 10점 삭감 징계가 없었다면 3위)에 그쳤고, 이번 시즌은 리그 2위를 달렸으나 최근 8경기 1승으로 3위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알레그리 감독이 로커룸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구단 디렉터의 발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AC밀란 - 스테파노 피올리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은 2003년 2부 리그 살레르니타나를 시작으로 모데나, 파르마, 그로세토, 피아첸차, 사수올로, 키에보베로나, 팔레르모, 볼로냐, 라치오,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ACF 피오렌티나 등 이탈리아 세리에A 여러 팀을 거쳤지만 어디서도 2년 반을 넘기지 못했다. 2019년 10월 그가 마르코 잠파올로 후임으로 선임될 때만 해도 다음 감독을 찾기 전 징검다리 역할로 여겨졌다. 피올리는 새로운 지도력으로 팀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이며 2년 계약 연장에 성공하더니, 2021~2022시즌 리그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11년 만에 우승을 안겼음에도 최근 피올리 자리가 위태롭다는 관측이 많다. 그의 리더십과 팀 경기력이 ‘좋을 때’와 ‘무기력할 때’ 큰 편차를 보여서다. 좋은 성적을 냈지만 그 이상 성과를 꾸준히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시즌 후반기 상승세로 여론이 다소 호의적으로 바뀌는 추세이긴 하다. 피올리의 거취는 유로파 리그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독이 든 성배’ 맨유 감독직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릭 텐하흐 감독. [뉴시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가 됐다. 지난 10년간 내로라하는 명장들을 모셔와 천문학적 이적료를 쏟아부었음에도 돌아오는 건 실망스러운 성적뿐이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감독 6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거쳐갔다. 교체 때마다 새 감독 요구에 따라 선수들을 영입했는데, 강팀의 면모는 도리어 퇴색해갔다. 이런 가운데 에릭 텐하흐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최후 보루 같은 존재였다. 자신만의 축구 철학이 확고한 데다, 네덜란드 AFC 아약스를 이끌고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과를 올린 이력 덕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22년 여름 부임한 텐하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탈락에 이어, 현재 순위(3월 19일 기준 6위)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과 거리가 멀다. 잦은 전술 변경 탓에 혼란스러운 경기력도 도마에 올랐다. 부상 선수가 많기는 했으나, 텐하흐호(號) 선수 영입이 대부분 실패하면서 감독도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아직 FA컵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있긴 하지만, 구단 지분 구조가 바뀐 상황에서 다가오는 여름 감독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EPL 첼시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뉴시스]
구단 수뇌부의 섣부른 감독 교체가 첼시에는 비극이었다. 2022년 첼시를 인수한 미국 사업가 토드 볼리는 야구, 농구처럼 미국에서 인기 높은 스포츠에 능통하지만 축구에는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첼시를 인수한 뒤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지나치게 많이 개입했다. 볼리 구단주는 2022~2023시즌 초반 첼시에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안긴 토마스 투헬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 7개월 뒤 다음 감독 그레이엄 포터 역시 성적 부진으로 경질했다. 남은 시즌을 임시 감독 체제로 버틴 첼시는 새 감독 찾기에 나섰고, 그렇게 영입한 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다. 포체티노는 토트넘 홋스퍼와 파리 생제르맹을 이끌며 그 나름 성과를 냈지만, 전술 색채가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었고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첼시가 10명 넘는 선수를 영입하면서 팀과 선수진 파악에 포체티노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현 순위는 리그 11위다. 부상자가 늘면서 자연스레 선수단 수가 정리되고 조직력이 강화된 후반기에 약간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가 유력하다. 첼시 구단 수뇌부는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 1선발부터 5선발까지 개인 성적이 좋은 선수를 배치하면 자연스레 승률이 높아지는 야구를 축구와 혼동한 듯하다.
뉴캐슬 - 유나이티드 에디 하우
2022~2023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큰 변화를 맞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대 자본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빅클럽으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슈퍼스타를 잇달아 영입한 뉴캐슬은 구단 순위를 높일 꿈에 한껏 부풀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구단 수뇌부는 기존 선수진과 2021~2022시즌 강등 위기에 부임해 팀을 구한 에디 하우 감독에게 계속 기회를 줬다. 갑작스러운 변화보다 느리지만 조금씩 구단을 바꿔나가겠다는 취지였다. 과거와 달리 구단주가 축구단에 사유 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구조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우는 지난 시즌 뉴캐슬을 이끌고 2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하며 믿음을 결과로 증명했다. 그런데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리그와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면서 뉴캐슬 성적이 급락해 위기가 찾아왔다. 부상 선수가 늘어난 데다, 후반기 선수 보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10위 언저리에 머문다면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 진출이 불가능하다. 하우의 지도력이 갈피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올여름 구단이 중대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알레그리, 로커룸 통제력 상실”
유벤투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최고 명문 클럽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인 만큼 영향력도 크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2014년 여름 처음 유벤투스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하자마자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5시즌 연속 리그 정상을 유지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두 차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도 큰 성과다. 알레그리는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잠시 축구계를 떠났다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복귀했다. 문제는 그가 복귀한 후 시작됐다. 2년 동안 축구계가 빠르게 바뀐 것이다. 최근 축구 풍토에서 알레그리 특유의 ‘실리적 수비 축구’가 통하지 않게 됐다. 팬들의 마음은 답답했지만, 그의 전략·전술이 여전히 인정받은 것은 우승 트로피 때문이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면서 알레그리의 수비 축구는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순위는 리그 7위(승점 10점 삭감 징계가 없었다면 3위)에 그쳤고, 이번 시즌은 리그 2위를 달렸으나 최근 8경기 1승으로 3위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알레그리 감독이 로커룸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구단 디렉터의 발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AC밀란 - 스테파노 피올리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은 2003년 2부 리그 살레르니타나를 시작으로 모데나, 파르마, 그로세토, 피아첸차, 사수올로, 키에보베로나, 팔레르모, 볼로냐, 라치오,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ACF 피오렌티나 등 이탈리아 세리에A 여러 팀을 거쳤지만 어디서도 2년 반을 넘기지 못했다. 2019년 10월 그가 마르코 잠파올로 후임으로 선임될 때만 해도 다음 감독을 찾기 전 징검다리 역할로 여겨졌다. 피올리는 새로운 지도력으로 팀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이며 2년 계약 연장에 성공하더니, 2021~2022시즌 리그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11년 만에 우승을 안겼음에도 최근 피올리 자리가 위태롭다는 관측이 많다. 그의 리더십과 팀 경기력이 ‘좋을 때’와 ‘무기력할 때’ 큰 편차를 보여서다. 좋은 성적을 냈지만 그 이상 성과를 꾸준히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시즌 후반기 상승세로 여론이 다소 호의적으로 바뀌는 추세이긴 하다. 피올리의 거취는 유로파 리그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