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제2의 김기춘?](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5/05/26/201505260500005_1.jpg)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
정치권의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데 이견을 달 국민은 없다. 문제는 과거 그것이 정치권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돼왔다는 점이다. 특히 야당 탄압 수단으로 쓰이다 결국 흐지부지되곤 했다는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 일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을까.
황 후보자는 대표적 공안통이다. 대검찰청 공안 3·1과장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지검) 공안 2부장을 거쳤다. 현직 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내 미스터 국보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경력을 살려 장관 재직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것은 잘 알려진 바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마도 이런 투철한 반공의식을 높이 샀을 것이다. 참고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시는 ‘반공’이었다.
김기춘 아바타에 머물지 않으려면
황 후보자는 검찰 공안통 선배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복심 또는 아바타로도 유명하다. 한때 ‘김기춘 키즈’였던 이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 핵심에 포진함으로써 ‘신7인회’가 뜨고 있다는 말도 있다. 황 후보자는 경상도 출신 법조인으로 청와대와 정부 핵심에 포진한 ‘신7인회’에 제일 먼저 입성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황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면 명실상부한 실세로 등극하는 셈이다. 김 전 실장의 복심이기에 사실상 그의 빈자리를 대신할 개연성도 높다. 제2의 김기춘이 되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기춘대원군’으로 불렸다. 총리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상 부통령 구실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황 후보자는 아예 공식 직함으로 총리를 부여받기 때문에 이런 논란의 여지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김 전 실장보다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이다.
부패와의 전쟁은 이완구 전 총리로부터 시작됐지만 황교안 총리로 마무리될 것이다. 본인과 박 대통령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김 전 실장이나 이 전 총리보다 더 잘해낼 수 있는 권력구도도 만들어졌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여야 불문, 측근 불문하고 엄정한 수사와 조사로 부패를 뿌리 뽑는다면 그는 국민적 영웅이 되는 것은 물론 유력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야당에만 칼을 들이댄다면 공안통치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다시금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란을 유발하고 검찰개혁 요구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또는 이번에도 흐지부지한 채 마무리한다면, 이 또한 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당연히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는 일도 난망하다. 이 모든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그의 몫이다.
황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는 어떨까. 청와대는 이렇게 설명한다.
“조용하고 단호한 업무스타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현실적 난관 극복 적임자다.”
언제나 청와대 인선 배경 설명은 긍정평가 일변도이지만, 이번에는 단호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됐을 당시 검찰 내부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로 검찰개혁 요구가 빗발치는 와중에 검찰 출신이 장관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성격이 온화하고 합리적이라는 인물평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평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공방 과정에서 부정적 평가를 상당수 유발했다. 무엇보다 유례없는 법무부 감찰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 거셌다. 그 결과 너무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공안통 검사는 운명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보수정권 시절 정부 여당은 공안수사를 정치적 수단으로 자주 활용해왔고, 야당은 매사 공안통치라고 반발하는 식으로 정치적 역공을 펴곤 한 탓이다. 아무리 중립적으로 수사해도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처지일 뿐 아니라 실제로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이런 과거사가 엄존한다. 그래서 검찰 내에서는 대형 정치부패 사건을 다루는 특수통과 더불어 공안통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말도 없지 않다.
야당에겐 거북하고 힘겨운 상대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제2의 김기춘?](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5/05/26/201505260500005_2.jpg)
지난해 11월 25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1회 국무회의에 앞서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요약하면 황 후보자는 ‘단호한 공안통, 반(半)행정가, 반정치가’다. 그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가능성과 한계점을 모두 암시하는 이런 특징이 향후 국정수행 과정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총리 이전과 이후 본인의 변신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또한 예단하기 어렵지만 총리가 된 후 그의 행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하고는 확연히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야심만만! 본색도도! 총리 지명 과정에서 반행정가, 반정치인 이미지의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꺾은 여세를 몰아 본격적으로 본인의 색깔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것이다. 기존 반행정가, 반정치인에서 본격 정치인으로 한 클릭 옮겨갈 것이란 뜻이다.
본격 정치인으로서 그가 야권 대권주자를 지향할 여지는 없다. 오히려 공안통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또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자신의 성과를 기반으로 야당,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친노(친노무현)계의 이념적 성향을 공격함으로써 보수세력 내에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부패척결을 얹는다면 국민적 지지는 물론, 호남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한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으로서는 가장 상대하기 거북할 뿐 아니라 힘겨운 총리를 맞았다고 봐야 한다. 어쩌면 박 대통령은 이 전 총리 낙마 직후부터 김 전 실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황교안 총리’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