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4일 치르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추석 전후 정치인이나 입후보 예정자가 명절 인사를 이유로 금품 또는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 특별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6·4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2년 차에 처음 치르는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정권 중간 평가 성격도 띤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민심 향배를 가늠할 수 있어 여야 모두 지역 연고와 명망을 갖춘 인물을 물색 중이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이 실체를 드러내고 독자 세력화에 나서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를 깨뜨리며 선거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는 광역단체별로 출마가 거론되는 후보군과 현지 분위기, 선거 관전 포인트 등을 살펴봤다.
◆수도권
수도권은 내년 6·4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현역 광역단체장은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이다.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하고 인물 대결구도 측면에서 야당에 중량감 있는 후보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야권 강세를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하지만 여권이 국정안정을 바라는 민심을 파고들고, ‘안철수 신당’ 출현으로 야권 표가 분산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박원순 대항마 제3 인물 찾기 고심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서울은 박 시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재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여권에서 누가 대항마가 될지 관심사다. 박 시장의 각종 직무평가 여론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 응답이 40%대 후반으로 나오는 만큼 여권에서는 거물급을 차출해야 승산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단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야당의 전략인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를 찾고 있다. 야당이 박 시장을 앞세워 안정적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라 보고 강력한 바람을 일으킬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친박(친박근혜)계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이다. 두 장관은 “현재 직무에 충실할 뿐”이라는 반응이지만 여론 흐름과 ‘차출 명령’이 떨어지면 나설 가능성이 열려 있다.
홍정욱 전 의원과 이혜훈 당 최고위원, 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거론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선 ‘자천 정치인 후보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새누리당은 현재 교수 출신 등 2명의 유력 후보를 접촉 중인 것으로 ‘주간동아’ 취재 결과 확인됐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의 설명이다.
“박 시장이 전임시장의 시정(市政)은 부정한 채 반목과 균열을 조장하는 만큼 균형감과 경쟁력 있는 후보를 영입하려 한다. 수도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경제마인드를 가진 인물 2명을 접촉하고 있는데, 정치인은 아니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은 “60%대 후반인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와 과반에 이르는 새누리당의 지지도, 국정안정을 바라는 민심이 잘 결합하면 서울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박 시장과의 선거전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면 행정 경험이 많은 제3의 인물을 찾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후보로는 2011년 재·보궐선거(재보선) 당시 박원순 후보와 야권단일화 경선을 치른 박영선 의원, 이인영 의원이 거론되지만 박 시장의 재선 도전으로 분위기가 굳어가고 있다. 이는 사실상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이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하려는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이뤄질 경우, 안 의원 측이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안 의원 측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진보계열에선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출마설이 나온다. 노 대표 출마는 대법원 판결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만큼 사면·복권을 전제로 해야 한다.
경기
달아오르는 분위기 거물들의 각축장
남경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ibulus@donga.com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군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여러 번 공표했듯이 10월경 도지사직 3선 도전 여부와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정치권과 지역에서는 김 도지사가 차기 대권을 위해 사실상 3선을 포기하고 재보선을 통해 국회 입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3선 연임을 예상하는 이도 많다.
김 도지사를 제외하면 현재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인물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원유철 의원(평택갑), 정병국 의원(여주·양평·가평) 등이다. 남경필 5선 의원(수원병)은 여러 차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친박 실세인 유 장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기도청에 잠깐 근무한 것을 비롯해 관선 김포군수와 민선 김포시장을 지내 경기도와 인연이 깊다. 본인도 경기도지사 도전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의중과 정치권의 역학구도에 따른 변수가 많아 내년 선거전에 임박해서야 출마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정무부지사와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원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의 정 의원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물밑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수원지역 정가에 자주 얼굴을 보이는 것도 내년 도지사 도전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김진표 의원(수원정)과 원혜영 의원(부천 오정), 이석현 의원(안양 동안갑), 이종걸 의원(안양 만안)이 공개적으로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김영환 의원(안산 상록을)과 박기춘 의원(남양주을)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강으로 꼽히는 김진표, 원혜영 의원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김 의원은 최근에만 안산, 광명, 시흥, 고양, 화성, 구리, 부천 등의 당원협의회를 찾아 얼굴 도장을 찍었다. 본격 경선에 대비한 경기도정 정책으로 일자리 119도정, 교육도지사, 할 말은 하는 리더십, 사통팔달 경기도, 남북평화와 화해의 전진기지 등 5대 슬로건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은 조만간 자신의 정치역정과 철학을 담은 80쪽 분량의 책자를 출간해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문그룹을 중심으로 경기도정에 대한 정책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이석현 의원도 경기도 곳곳을 누비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김영환, 이종걸 의원은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물밑에서 여론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춘 사무총장은 재보선 관리에 신경 써야 해 아직까지 드러난 행보는 없지만,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바람몰이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출마 손익계산 속 조직 정비에 박차
박희제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in07@donga.com
인천 정치권이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9월 6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핵심 당직자 워크숍, 여성·청년·대학생 발대식을 열어 지방선거 압승을 다짐했다. 바로 전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지지모임인 ‘인천내일포럼’ 초청으로 인천을 방문했다. 그는 종교계, 경제계 인사를 만난 뒤 재래시장과 복지시설을 돌며 하루 종일 선거운동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로 꼽히는 송영길 인천시장이 재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송 시장 흠집 내기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6월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학재 의원의 공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그는 당직자 워크숍에서 “인천은 발전할 수 있는 최고 여건과 환경을 갖췄지만 지난 3년간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정치꾼들 때문에 호기를 놓치고 말았다”며 송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9월 11일 ‘경인전철 지중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정책대결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송 시장과 경쟁할 여권의 인천시장 후보군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아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학재 의원이 시장 출마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가운데 5~6명이 물망에 올랐다. 박상은 의원과 구본철 전 의원은 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주변에 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박 의원은 인천시당위원장 후보로 나섰지만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중도사퇴한 뒤 “시장후보로 나설 인물이 시당위원장 경선에 참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인천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박 의원은 2002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안상수 전 시장에게 패배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하반기 국회의장을 노리지만, 시장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된다.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초선 때부터 꾸준히 시장직을 염두에 두고 활동을 벌여왔다. 지역 현안과 관련한 토론회를 여는 등 물밑 움직임도 활발하다. 18대 의원에 당선됐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구 전 의원은 최근 시장후보 출마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권 내 유력주자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만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14, 15대 의원을 지낸 이재명 전 의원이 외부 수혈인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대우그룹 출신으로, 대우그룹 기조실 사장을 지낸 이 전 의원은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4월 바이오시밀러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보유 주식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하겠다는 폭탄선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야권에선 송 시장이 재선 후 대권을 꿈꾸고 있다. 송 시장의 독주체제에 맞서 문병호 재선의원이 공천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신학용 3선 의원과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도 자천타천 후보군에 올랐다.
한편 인천 정가에선 안철수 신당이 큰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송 시장이 8.31%p 차로 승리한 만큼 안철수 신당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개연성이 높기 때문. 박영복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의 안철수 신당 공천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역 언론사가 최근 송 시장, 이학재 의원, 박 전 정무부시장의 3자 가상대결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34.2%, 34%, 16.8%로 나타났다.
◆충청권
선거 결과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지역 가운데 하나가 충청권이다. 역대 대선뿐 아니라 총선, 지방선거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많았다. 그만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새누리당 소속 염홍철 대전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 선거 구도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충남도지사 선거는 민선 도지사 가운데 처음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수성이냐, 새누리당의 탈환이냐가 관심사다.
대전
염홍철 불출마, 선거 구도 복잡
이기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doyoce@donga.com
내년 지방선거를 9개월쯤 앞둔 8월 27일 새누리당 염홍철 대전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포기한 채 불출마 선언을 하자 선거 구도가 복잡해졌다. 이 와중에 충청지역 정치권 좌장 격인 강창희 국회의장(중구)의 ‘강심’과 ‘염심’(염홍철 대전시장)이 특정 인물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는 염 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재선 전 의원이 9월 9일 처음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역대 대전시정은 무난하게 운영돼왔다고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그렇지만 관료 출신의 관리형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고 밝혀 당내 박성효 의원(대덕) 등 관료 출신 후보들을 경계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후보군으로 지목돼왔던 정용기 대덕구청장과 육동일 충남대 교수 등의 공식 출마가 예상된다.
변수 가운데 하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염 시장에게 패배한 뒤 국회에 입성한 박성효 의원의 선택. 같은 당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뒤 시장에 출마하리라는 전망과 국회의원 여당 과반수 유지의 필요성 때문에 당내에서 출마를 만류하리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런 와중에 노병찬 대전시 행정부시장의 ‘차세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1990년 초 대전시에서 문화체육국장 등 요직을 지내다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청와대 등에서 화려한 스펙을 쌓은 인물. 온화한 성품에 꼼꼼한 일처리를 자랑하는 그는 아직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공직과 언론, 지역 정치계에선 ‘신선한 카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는 “시민을 위해 주어진 행정부시장 일을 꾸준히 할 뿐, 다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권선택 전 의원(전 대전시 행정부시장)의 필연적 출마가 꾸준히 거론되는 가운데 이상민 의원도 좌고우면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부의장도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꾸준히 거론된다. 행정 관료 출신인 권 전 의원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애초부터 야권 시장후보로 거론돼왔다.
충남
민주당 수성이냐, 새누리당 탈환이냐
지명훈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hjee@donga.com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민선 도지사 가운데 첫 민주당 출신이다. 그래서 내년 충남도지사 선거는 민주당의 수성이냐, 새누리당의 탈환이냐가 관심사다. 민선 1~4기 충남도지사에는 지역 정당인 국민중심당 및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부여·청양)이 당선됐다. 내년 지방선거에 새누리당에서는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이명수 재선의원(아산)과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 홍문표 재선의원(홍성·예산),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의원과 3선 시장 경력을 가진 성무용 천안시장, 의원 출신인 전용학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에서는 안 도지사의 재출마가 굳어지는 형국이다. 나소열 서천군수도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민선 4기의 득표율을 기계적으로 분석하면 새누리당이 유리하다. 당시 득표율은 안 도지사 42.25%,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해춘 후보 17.79%,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 39.94%인데 선거 후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이후 선진통일당으로 당명 변경)이 합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진 선거 구도에 그 이전 구도의 표심이 그대로 반영된다고 보긴 어렵다. 여당 후보군이 가시화되지 않은 8월 하순 ‘대전일보’ 여론조사에서 안 도지사는 37.2% 지지율로 1위를 달리지만, 지난 선거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 도지사는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데다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차세대 리더라는 점이 강점이다. 여당 후보 가운데 이명수 의원은 국회의원 재선 경력에 젊고 행정 경험도 풍부해 유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안 도지사는 행정 경험이 부족하고 민선 5기 동안 이렇다 할 도정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일부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찍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홍문표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거치면서 도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어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공주 출신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인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은 정치권 일부에서 공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지만 지지세가 넓지 않다. 충남도지사 선거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사후 처리, 내포신도시 성공 건설, 공주·부여 백제역사문화도시 조성 등이 주요 이슈다. 충청권 맹주를 노리는 이완구 의원의 활약 여부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
유한식 vs 최민호 민심의 선택?
2012년 총선과 함께 치른 세종시장 선거는 2년 만에 리턴매치가 예상된다. 선진통일당으로 출마했던 유한식 시장이 선거 후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바꿔 지난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민호 전 충남부지사와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현직 시장인 만큼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새누리당 후보는 꽤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번에 재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이춘희 민주당 세종시당위원장(전 행정도시건설청장)의 지지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거에서 37.34% 지지율을 얻어 41.73%를 획득한 유 시장과 혼전을 벌이기도 했다. 세종시장 선거는 과거 ‘세종시 원안 지키기에 누가 더 기여했느냐’를 가리는 선거보다 세종시를 명실상부 최고 명품도시로 발전시킬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찾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점차 늘어나는 중앙부처 공무원과 외지 유입 주민이 전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충북
이시종 재출마…새누리당 안갯속
장기우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traw825@donga.com
민주당은 사실상 ‘확정’, 새누리당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현 시점에서 충북도지사 선거 구도와 대체적인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민주당은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재출마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때 청주 흥덕을이 선거구인 노영민(55) 의원의 이름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이 도지사는 취임 이후 큰 문제없이 충북도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눈에 띄는 당내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 도지사는 △청주·청원 통합 △오송 화장품 뷰티박람회 성공 개최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여러 성과를 바탕으로 재선 가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7월 1일 출범하는 ‘통합 청주시’를 탄생시키는 데 수훈갑으로 꼽히면서, 충북 유권자의 절반인 이 지역 표심을 잡을 경우 도지사 선거는 물론, 충북 전체에서도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안갯속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로는 이기용 충북도교육감, 한대수 전 청주시장, 서규용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등이다.
이 교육감은 지난해 충북도와 무상급식비 분담률을 놓고 마찰을 빚으면서 이 도지사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충북도지사에 관심 없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최근 각종 행사에 적극 참여해 출마 가능성이 상존한다. 반면, 한 전 시장은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겠다”며 도전 의사를 강하게 밝혔고, 9월 13일 청주에 정책사무실을 연 서 전 장관은 “충북 발전을 위해 사무실을 열었을 뿐이다. 선거와 연관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며 거리를 뒀다. 김 회장과 김 실장은 충북 출신의 성공한 기업인, 행정가이자 ‘새 얼굴’이라는 점에서 자천타천 후보로 오르내린다.
◆호남
여타 지역과 달리 호남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높은 곳. 그만큼 민주당 텃밭에서 안철수 신당이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가 관심사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거물급 인사가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향한다면 곳곳에서 격전이 펼쳐질 개연성이 높다.
광주
공문서 위조사건 민심의 향배는
이형주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peneye09@donga.com
강운태 광주시장이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그가 재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본다. 강 시장은 오랜 행정 경험에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던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 행정소송에서 다국적 투기자본에 승소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순조롭던 강 시장 재선 행보에 걸림돌이 생겼다.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신청서 국무총리 서명 위조사건이 그것이다. 강 시장의 재선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되던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오히려 ‘양날의 칼’이 돼 재선 가도를 위협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강 시장은 공문서 위조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났지만 지역에서는 그의 도덕적 책임론이 일고 있다.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파문 이후 경쟁자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졌다. 먼저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광산을)은 “박종길 문화체육부 제2차관이 자기 명의의 서울 목동사격장을 법인 명의로 변경하면서 서울시 공문서를 위조했다”고 폭로해 사퇴를 이끌어냈다.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광주시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던 문화체육부에 역공을 가한 것이다. 이 의원은 당원 늘리기에 나서는 등 활발한 선거 행보를 보인다. 강기정 3선 의원(북갑)과 민주당 시당위원장을 지낸 장병완 의원(남)도 경쟁력을 갖춘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내년 광주시장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는 안철수 신당 후보로 누가 출마할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가질지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안철수 신당 후보로는 안 의원의 정책 부문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자주 거론된다. 광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천정배 전 의원이 전남도지사 불출마를 선언하자 광주시장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한 윤장현 아이안과 원장도 출마를 시사하고 있다.
전남
이낙연 vs 주승용 벌써부터 접전
정승호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hjung@donga.com
내년 전남도지사 선거전은 민주당 이낙연 4선 의원(함평·영광·담양·장성)과 주승용 3선 의원(여수을)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히고 선거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3선인 박준영 전남지사가 내년에 출마하지 못하기 때문에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인 두 의원이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두 의원은 상대 진영인 전남 동부와 서부를 넘나들며 민심 접촉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강연과 방송 출연은 물론,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적극 활용해 지역 현안을 챙기며 밑바닥 표심도 다지고 있다.
여기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출마설도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박 전 원내대표는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출마와 관련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신당이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안철수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전남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인 편이다. 현재 이석형 전 함평군수와 김효석 전 의원이 주목받는다. 이 전 군수는 조만간 전남도지사 출마 여부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 또한 안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신당이 뜰 경우 도지사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한편 ‘전남일보’가 7월 실시한 차기 전남도지사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는 이낙연 의원 21.9%, 주승용 의원 19.6%로 오차범위(±3.7%) 내인 2.3%p 격차를 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양강 구도 속에서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11.5%, 김효석 전 의원은 6.7% 지지율을 보였다.
전북
민주당 4파전에 安風이 불까
강영희 새전북신문 정치부 기자 kang@sjbnews.com
전북도지사 선거 역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 아성을 어느 정도 공략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공천권을 거머쥐려고 송하진 전주시장과 김춘진 의원(고창·부안), 유성엽 의원(정읍)이 조직 확장과 세몰이에 나섰다. 여기에 3선 출마 여부에 대한 발표 시기를 연말로 미룬 김완주 도지사가 출마하기로 결정할 경우, 민주당 내 후보 경선은 4파전 이상으로 치열해진다. 김 도지사는 아직까지 명확한 견해 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최측근인 김승수 전 정무부지사의 전주시장 선거 출마를 지원하고 본인은 출마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김 도지사가 어떤 후보를 간접적으로라도 지원할지가 관심사다.
송하진 시장은 전주시장을 역임하고 도백 자리에 오른 김완주 도지사의 뒤를 잇겠다는 포부다. 일찌감치 시장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군 조직을 넓혀가고 있다. 3선인 김 의원은 성실함을 앞세워 다양한 그룹과 접촉, 전북 발전 로드맵을 그려 나가고 있다. 정읍시장을 지내고 무소속으로 호남에서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유 의원은 행정 경험과 추진력을 내세운다. 전북에서 ‘안풍’(안철수 바람)이 심상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대선후보를 지낸 거물급 정동영 상임고문 출마설이 돌지만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전제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조배숙 전 의원과 유종일 KDI(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채수찬 전 의원 등이다. 중도 성향 경제전문가인 강봉균 전 의원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안철수 신당 후보로 거론된다. 장세환 전 의원은 출마 의사를 접었다. 조 전 의원은 여성 도지사론을 내세우며 3선의 경험을 살려 안철수 신당 지지세력 결집에 밑거름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 교수와 채 전 의원은 안 의원이 선호하는 전문가 그룹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신당 후보군으로 자주 거론된다.
새누리당에선 정운천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전희재 중앙당 제2사무부총장이 후보다. 전주 완산을 총선에 출마했던 정 전 장관과 전북 부지사를 지낸 전 부총장 간 경선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전북 11개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가 관심사다.
◆부산·울산·경남
부산, 울산, 경남을 아우르는 ‘동남권’은 이른바 새누리당 텃밭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단 한 차례만 야권단일 무소속 후보였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보수진영을 꺾었을 뿐이다. 허남식 부산시장과 박맹우 울산시장은 세 번 연임해 출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경선전이 불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 역시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부산
새누리 텃밭 심상찮은 변화의 바람
조용휘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ilent@donga.com
민심 가늠자가 될 추석을 전후해 영남권 최대 승부처인 부산시장 선거 구도에 변화 바람이 감지된다.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김정훈 의원(남갑)이 지난달 초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조경태 의원(사하을)도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현재 김세연 의원(금정)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는 형국이다. 김 의원은 ‘국제신문’이 8월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 가운데 17.3%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굳힌 서병수 의원(해운대·기장갑)은 9.4%로 2위, 박민식 의원은 5.5%로 그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같은 달 30~31일 부산M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군 가운데 20.2%로 1위를 차지했다. 서병수 의원은 16.3%,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13.5%로 3위에 올랐다.
김 의원이 아직 출마를 결심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시장 적합도 지지율 1위’에 연거푸 오른 것은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의원직 중도 사임이 부담이긴 하다. 사상에서 3선을 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의 부상도 눈에 띈다. 유기준 의원(서), 이진복 의원(동래), 박민식 의원(북·강서갑)의 약진도 주요 변수다. 새누리당 처지에선 경선도 경선이지만, 중앙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무성 의원(영도)의 의중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19대 총선 당시의 지지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부산MBC 여론조사에서 조경태 의원이 민주당 후보 가운데 22.8%로 1위를 차지했고, 김영춘 전 최고위원이 8.3%, 박재호 시당위원장이 5.5%로 뒤를 이었다. ‘국제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김성식 전 안철수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범야권 후보군에선 16.2%로 1위를 차지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조 의원이 각각 13.4%와 11.6% 지지율로 그 뒤를 이었다.
야권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각각 후보를 낸다면, 새누리당은 편안한 선거전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오 전 장관도 출마에 소극적이라 유력 인사를 총출동시키려던 민주당 구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밖에서는 신정택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거론된다. 관계에서는 백운현 부산시 정무특보, 이영활 부산시 경제부시장 이름도 오르내린다.
울산
자천타천 예비후보들 치열한 물밑 싸움
정재락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raks@donga.com
울산에서는 여권 예비후보들이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지만, 아직 뚜렷한 주자가 없는 상태다. 새누리당에서 현재까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김두겸 남구청장뿐이다. 울산시의원과 남구의회 의장을 거쳐 2006년부터 남구청장을 연임하는 그는 ‘행정 전문가’임을 자처한다. 자천타천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로는 정갑윤 4선 의원, 김기현 3선 의원, 강길부 의원 등이다. 정 의원은 추석 이후 출마를 선언할 예정. 친박인 정 의원은 “중앙정치권에서 비중 있는 인사가 울산시장이 돼야 지역발전을 앞당긴다”는 논리를 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강 의원은 사실상 출마를 결심한 상태. 그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 시장에게 고배를 마신 후 두 차례나 시장후보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울산과 관련한 예산을 가장 많이 따온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의 도시개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책위원장 출신인 김 의원은 아직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그의 ‘무게’를 감안하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김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박맹우 울산시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의원 가운데 한 명이 시장후보가 되면 그 지역구 보궐선거에 박 시장이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하지만 박 시장은 “3번 시장으로 뽑아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일축한다. 야권에서는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울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심규명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 재선의원 출신인 조승수 전 진보신당 대표, 울산 동구청장을 역임한 김창현 전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경남
홍준표 vs 박완수 2강 리턴매치
강정훈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anman@donga.com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군으로는 홍준표 도지사와 박완수 창원시장, 이학렬 고성군수(61·3선), 김학송 전 의원이 거명된다. 권민호 거제시장, 이홍기 거창군수 등 초선 기초단체장들도 ‘패기’를 무기로 경선전에 뛰어들 개연성이 있다. 공창석, 조윤명 전 경남부지사도 잠재 후보군이다. 최근엔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 등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홍 도지사와 박 시장의 ‘2강(强)’ 리턴매치가 관심사다. 최근 ‘국제신문’ 여론조사에서는 홍 도지사가 박 시장을 상당히 앞섰다. 반면 박 시장 측은 “자체 조사 결과는 비슷한 지지세”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보궐선거 경선에서는 홍 도지사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고, 재선 도전을 공언한 상태. 최근에는 현장을 자주 방문하며 주민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박 시장은 홍 도지사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참모진을 정비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연말쯤 자신의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수도 “내년 초 결단을 내리겠다”는 처지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정현태 남해군수,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거론된다. 강병기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위원장도 물망에 오른다. 그러나 민주당 김두관 전 도지사의 중도 사임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데다, 야권 전체의 결집력마저 약화돼 새누리당의 ‘독주’가 예상된다. 내년 경남도지사 선거전은 △진주의료원 폐업 △경남도청 마산 이전 △공공기관 서부권 이전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모두 홍 도지사가 만든 이슈다.
◆대구·경북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대구·경북지역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공천 경쟁이 달아올랐다. 역대 선거 사상 가장 많은 후보가 입에 오르내린다. 후보가 많은 이유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민의 공감대가 확산된 데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75%)로 당선된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3선 도전 성공 여부도 관심사다.
대구
3선 피로감 김범일 낙관 어려워
장영훈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ang@donga.com
재선인 김범일 대구시장은 최근 “더 좋은 인물이 나선다면 언제든 내려놓겠다. 연말까지 열심히 일한 후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시장이 3선에 도전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8년간 그려온 대구 미래 발전의 밑그림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대구시 관계자는 “김 시장이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다양한 행보를 보이는 한편, 서울 정치권과도 꾸준히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김 시장의 3선 당선을 낙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 지역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고, 3선에 따른 피로감도 감지되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남은 임기 동안 지역 사업을 정부 국정과제와 연결해 좋은 모델을 제시하겠다. 국가산업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 테크노폴리스 등이 성과를 내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과 치열한 ‘공천 경합’을 벌일 후보로는 10여 명이 거론된다. 선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물밑 움직임은 한창이다.
국회의원 중에는 새누리당 서상기 3선 의원(북을)과 조원진 재선의원(달서병)이 조심스럽게 지역 여론을 살피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출마를 고려했다가 포기한 서 의원은 선거 구도 등을 보고 공식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조 의원은 안팎으로 “대구가 바뀌려면 관료 출신이 아닌, 경제인이나 정치인이 시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단체장 중에는 이재만 동구청장과 곽대훈 달서구청장, 윤순영 중구청장 등 3명이 거론된다. 이 구청장은 업무 추진력에서 높은 점수를, 곽 구청장은 행정 관료 출신으로서 행정을 무리 없이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에서 유일한 여성 단체장인 윤 구청장은 문화, 관광 등 특색 있는 정책 추진력 덕에 후보군에 꾸준히 오르내린다. 이들은 모두 지역 발전에만 전념하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
야권 인사는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이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수성갑에 출마해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과 맞붙어 40.4%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의원(52.7%)과 12.3%p 차였다. 그는 내년 초 입국 예정으로, 현재 미국 연수 중이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의 경우 대구 정치 변화를 위해선 정당 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선다면 또 다른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김관용 높은 벽에 누가 도전하나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3선 도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지역 여론과 선거 양상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강하게 나서는 예비후보도 아직 보이지 않는 편이다. 김 도지사가 꾸준히 쌓아놓은 높은 벽에 도전장을 내밀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 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75%라는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높은 득표율은 탄탄한 지지세로 이어졌고 강한 정책 추진력으로 뒷받침됐다. 김 지사의 약점이라면 고령(내년 73세)인 점. 그러나 50, 60대 단체장보다 더 많이 현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 나이는 걸림돌이 아니라는 분위기도 있다. 새누리당 공천 기준에 나이를 적용하면 모르지만 현재로선 공천에 별다른 변수가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비후보들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내년 선거보다 그 차기 선거를 목표로 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지만 15, 16, 17대 의원을 지낸 권오을 전 의원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학술 및 정치포럼 등을 열며 지역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만 출마 여부는 신중히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과 이철우 의원(김천)의 이름도 오르내리지만, 이들은 김 도지사의 불출마를 전제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도전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두 의원은 “김 도지사가 도정 수행을 잘하는 만큼 선거 출마는 그 이후 고려할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도지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박승호 포항시장과 남유진 구미시장은 기초단체장 3선 도전에 나설 계획을 세운 상태다. 그동안 벌여온 사업과 현안을 잘 챙겨 지역 발전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이다.
경북지역은 2000년 이후 각종 선거에서 새누리당 득표율이 높았다. 야당은 후보난을 겪고 있고, 무소속 진영 또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가 거의 없다.
◆강원·제주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강원 지역구 9석을 모두 새누리당에게 내주는 참패를 당한 만큼 ‘내년 도지사 선거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다. 새누리당 역시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에 연거푸 패한 만큼 ‘도지사 탈환’ 의지가 강하다. 제주는 김태환, 신구범 전 도지사와 우근민 도지사 3명을 ‘제주판 3김’으로 보고, 이들의 공동 불출마를 요구하는 세대교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원
도지사까지 새누리당 싹쓸이할까
이인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imlee@donga.com
201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선 출마에 뜻이 없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이를 ‘출마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일단 도지사로서의 책무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정도로 받아들였다.
지금도 최 도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최 도지사의 측근들은 출마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최 도지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를 둘러싼 정치 환경이 출마를 종용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는 최 도지사 외에 후보로 거론조차 되는 인물이 없다. 민주당 내에 강원 출신 인물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최 도지사의 아성이 그만큼 견고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강원 지역구 9석을 모두 새누리당에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도지사 선거까지 새누리당에 패한다면 민주당 처지에선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궁지에 몰린 민주당으로선 필승 카드로 꼽히는 최 도지사의 출마 외에 대안이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에 비해 새누리당은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가 많다.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최흥집 강원랜드 대표와 이광준 춘천시장은 출마가 확실시된다. 여기에 최명희 강릉시장과 육동한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출마설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이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갖춘 최 도지사와 맞대결을 벌일 경우 확실한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새누리당 내에서는 현역의원 징발설까지 나온다. 한기호 재선의원(철원·화천·양구·인제), 황영철 의원(홍천·횡성), 권성동 의원(강릉) 등 3명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이 의원 신분을 포기한 채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전장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보궐선거에서 이계진 전 의원, 엄기영 전 MBC 사장 등 거물급 인사를 내세우고도 민주당 이광재, 최문순 후보에게 잇달아 패했다. 내년 선거에서도 패한다면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도당 관계자는 “총선을 싹쓸이했지만 도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패한다면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승리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 필승 카드로 어떤 인물을 내세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제주
세대교체론 바람은 불어오나
임재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y788@donga.com
제주는 ‘세대교체론’이 화두다. 가장 강력한 후보인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견제하려고 후보군이 세대교체를 들고 나와 판을 흔드는 양상이다. 우 도지사를 비롯해 김태환 전 도지사, 신구범 전 도지사 등 3명이 1991년부터 관선, 민선 도지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20년 동안 제주를 좌지우지했다. 우 도지사를 견제하는 후보군은 이들 3명이 제주 사회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하면서 ‘제주판 3김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 같은 세대교체론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인 김 전 도지사가 불을 지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잠재적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주목받던 김 전 도지사는 8월 30일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제주 사회의 세대교체, 사회통합, 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해 3명이 공동으로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희범 제주도당위원장(전 한겨레신문 대표)이 이에 즉각 반응했다. 고 위원장은 “새로운 리더십이 제주 미래를 끌고 갈 때가 왔다”며 세대교체가 시대적 소명이라고 주장했다.
일찌감치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방훈(59) 전 제주시장이 뒤를 받았다. 김 전 시장은 “이제 원로로서 젊은 세대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조언하는 구실을 했으면 한다”며 정치적 퇴진을 촉구했다. 우 도지사는 ‘동반 불출마’ ‘세대교체론’ 등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소속인 우 도지사의 새누리당 입당설이 선거 구도에 메가톤급 변수로 등장했다. 청와대와 교감을 나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한 치 앞도 모르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우 도지사 측 관계자는 “입당은 워낙 민감하고 중차대한 문제라 본인이 직접 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우 도지사 입당이 현실로 드러나면 내년 제주도지사 선거전은 당초 새누리당, 민주당, 무소속 등 3자 구도에서 새누리당, 민주당 양자 구도로 변할 개연성이 높다. 정책 쟁점은 지난 선거에서 우 도지사가 공약한 ‘행정체제개편’ 이행 여부에 초점이 모아진다. 우 지사는 행정시장(제주시, 서귀포시)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개편안을 추진하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그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2년 차에 처음 치르는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정권 중간 평가 성격도 띤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민심 향배를 가늠할 수 있어 여야 모두 지역 연고와 명망을 갖춘 인물을 물색 중이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이 실체를 드러내고 독자 세력화에 나서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를 깨뜨리며 선거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는 광역단체별로 출마가 거론되는 후보군과 현지 분위기, 선거 관전 포인트 등을 살펴봤다.
◆수도권
수도권은 내년 6·4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현역 광역단체장은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이다.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하고 인물 대결구도 측면에서 야당에 중량감 있는 후보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야권 강세를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하지만 여권이 국정안정을 바라는 민심을 파고들고, ‘안철수 신당’ 출현으로 야권 표가 분산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박원순 대항마 제3 인물 찾기 고심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서울은 박 시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재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여권에서 누가 대항마가 될지 관심사다. 박 시장의 각종 직무평가 여론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 응답이 40%대 후반으로 나오는 만큼 여권에서는 거물급을 차출해야 승산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단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야당의 전략인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를 찾고 있다. 야당이 박 시장을 앞세워 안정적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라 보고 강력한 바람을 일으킬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친박(친박근혜)계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이다. 두 장관은 “현재 직무에 충실할 뿐”이라는 반응이지만 여론 흐름과 ‘차출 명령’이 떨어지면 나설 가능성이 열려 있다.
홍정욱 전 의원과 이혜훈 당 최고위원, 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거론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선 ‘자천 정치인 후보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새누리당은 현재 교수 출신 등 2명의 유력 후보를 접촉 중인 것으로 ‘주간동아’ 취재 결과 확인됐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의 설명이다.
“박 시장이 전임시장의 시정(市政)은 부정한 채 반목과 균열을 조장하는 만큼 균형감과 경쟁력 있는 후보를 영입하려 한다. 수도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경제마인드를 가진 인물 2명을 접촉하고 있는데, 정치인은 아니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은 “60%대 후반인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와 과반에 이르는 새누리당의 지지도, 국정안정을 바라는 민심이 잘 결합하면 서울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박 시장과의 선거전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면 행정 경험이 많은 제3의 인물을 찾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후보로는 2011년 재·보궐선거(재보선) 당시 박원순 후보와 야권단일화 경선을 치른 박영선 의원, 이인영 의원이 거론되지만 박 시장의 재선 도전으로 분위기가 굳어가고 있다. 이는 사실상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이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하려는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이뤄질 경우, 안 의원 측이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안 의원 측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진보계열에선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출마설이 나온다. 노 대표 출마는 대법원 판결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만큼 사면·복권을 전제로 해야 한다.
경기
달아오르는 분위기 거물들의 각축장
남경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ibulus@donga.com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군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여러 번 공표했듯이 10월경 도지사직 3선 도전 여부와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정치권과 지역에서는 김 도지사가 차기 대권을 위해 사실상 3선을 포기하고 재보선을 통해 국회 입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3선 연임을 예상하는 이도 많다.
김 도지사를 제외하면 현재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인물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원유철 의원(평택갑), 정병국 의원(여주·양평·가평) 등이다. 남경필 5선 의원(수원병)은 여러 차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친박 실세인 유 장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기도청에 잠깐 근무한 것을 비롯해 관선 김포군수와 민선 김포시장을 지내 경기도와 인연이 깊다. 본인도 경기도지사 도전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의중과 정치권의 역학구도에 따른 변수가 많아 내년 선거전에 임박해서야 출마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정무부지사와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원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의 정 의원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물밑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수원지역 정가에 자주 얼굴을 보이는 것도 내년 도지사 도전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김진표 의원(수원정)과 원혜영 의원(부천 오정), 이석현 의원(안양 동안갑), 이종걸 의원(안양 만안)이 공개적으로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김영환 의원(안산 상록을)과 박기춘 의원(남양주을)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강으로 꼽히는 김진표, 원혜영 의원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김 의원은 최근에만 안산, 광명, 시흥, 고양, 화성, 구리, 부천 등의 당원협의회를 찾아 얼굴 도장을 찍었다. 본격 경선에 대비한 경기도정 정책으로 일자리 119도정, 교육도지사, 할 말은 하는 리더십, 사통팔달 경기도, 남북평화와 화해의 전진기지 등 5대 슬로건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은 조만간 자신의 정치역정과 철학을 담은 80쪽 분량의 책자를 출간해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문그룹을 중심으로 경기도정에 대한 정책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이석현 의원도 경기도 곳곳을 누비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김영환, 이종걸 의원은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물밑에서 여론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춘 사무총장은 재보선 관리에 신경 써야 해 아직까지 드러난 행보는 없지만,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바람몰이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출마 손익계산 속 조직 정비에 박차
박희제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in07@donga.com
인천 정치권이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9월 6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핵심 당직자 워크숍, 여성·청년·대학생 발대식을 열어 지방선거 압승을 다짐했다. 바로 전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지지모임인 ‘인천내일포럼’ 초청으로 인천을 방문했다. 그는 종교계, 경제계 인사를 만난 뒤 재래시장과 복지시설을 돌며 하루 종일 선거운동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로 꼽히는 송영길 인천시장이 재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송 시장 흠집 내기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6월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학재 의원의 공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그는 당직자 워크숍에서 “인천은 발전할 수 있는 최고 여건과 환경을 갖췄지만 지난 3년간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정치꾼들 때문에 호기를 놓치고 말았다”며 송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9월 11일 ‘경인전철 지중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정책대결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송 시장과 경쟁할 여권의 인천시장 후보군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아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학재 의원이 시장 출마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가운데 5~6명이 물망에 올랐다. 박상은 의원과 구본철 전 의원은 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주변에 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박 의원은 인천시당위원장 후보로 나섰지만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중도사퇴한 뒤 “시장후보로 나설 인물이 시당위원장 경선에 참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인천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박 의원은 2002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안상수 전 시장에게 패배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하반기 국회의장을 노리지만, 시장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된다.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초선 때부터 꾸준히 시장직을 염두에 두고 활동을 벌여왔다. 지역 현안과 관련한 토론회를 여는 등 물밑 움직임도 활발하다. 18대 의원에 당선됐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구 전 의원은 최근 시장후보 출마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권 내 유력주자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만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14, 15대 의원을 지낸 이재명 전 의원이 외부 수혈인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대우그룹 출신으로, 대우그룹 기조실 사장을 지낸 이 전 의원은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4월 바이오시밀러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보유 주식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하겠다는 폭탄선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야권에선 송 시장이 재선 후 대권을 꿈꾸고 있다. 송 시장의 독주체제에 맞서 문병호 재선의원이 공천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신학용 3선 의원과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도 자천타천 후보군에 올랐다.
한편 인천 정가에선 안철수 신당이 큰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송 시장이 8.31%p 차로 승리한 만큼 안철수 신당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개연성이 높기 때문. 박영복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의 안철수 신당 공천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역 언론사가 최근 송 시장, 이학재 의원, 박 전 정무부시장의 3자 가상대결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34.2%, 34%, 16.8%로 나타났다.
◆충청권
선거 결과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지역 가운데 하나가 충청권이다. 역대 대선뿐 아니라 총선, 지방선거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많았다. 그만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새누리당 소속 염홍철 대전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 선거 구도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충남도지사 선거는 민선 도지사 가운데 처음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수성이냐, 새누리당의 탈환이냐가 관심사다.
대전
염홍철 불출마, 선거 구도 복잡
이기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doyoce@donga.com
내년 지방선거를 9개월쯤 앞둔 8월 27일 새누리당 염홍철 대전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포기한 채 불출마 선언을 하자 선거 구도가 복잡해졌다. 이 와중에 충청지역 정치권 좌장 격인 강창희 국회의장(중구)의 ‘강심’과 ‘염심’(염홍철 대전시장)이 특정 인물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는 염 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재선 전 의원이 9월 9일 처음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역대 대전시정은 무난하게 운영돼왔다고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그렇지만 관료 출신의 관리형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고 밝혀 당내 박성효 의원(대덕) 등 관료 출신 후보들을 경계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후보군으로 지목돼왔던 정용기 대덕구청장과 육동일 충남대 교수 등의 공식 출마가 예상된다.
변수 가운데 하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염 시장에게 패배한 뒤 국회에 입성한 박성효 의원의 선택. 같은 당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뒤 시장에 출마하리라는 전망과 국회의원 여당 과반수 유지의 필요성 때문에 당내에서 출마를 만류하리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런 와중에 노병찬 대전시 행정부시장의 ‘차세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1990년 초 대전시에서 문화체육국장 등 요직을 지내다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청와대 등에서 화려한 스펙을 쌓은 인물. 온화한 성품에 꼼꼼한 일처리를 자랑하는 그는 아직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공직과 언론, 지역 정치계에선 ‘신선한 카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는 “시민을 위해 주어진 행정부시장 일을 꾸준히 할 뿐, 다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권선택 전 의원(전 대전시 행정부시장)의 필연적 출마가 꾸준히 거론되는 가운데 이상민 의원도 좌고우면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부의장도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꾸준히 거론된다. 행정 관료 출신인 권 전 의원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애초부터 야권 시장후보로 거론돼왔다.
충남
민주당 수성이냐, 새누리당 탈환이냐
지명훈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hjee@donga.com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민선 도지사 가운데 첫 민주당 출신이다. 그래서 내년 충남도지사 선거는 민주당의 수성이냐, 새누리당의 탈환이냐가 관심사다. 민선 1~4기 충남도지사에는 지역 정당인 국민중심당 및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부여·청양)이 당선됐다. 내년 지방선거에 새누리당에서는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이명수 재선의원(아산)과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 홍문표 재선의원(홍성·예산),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의원과 3선 시장 경력을 가진 성무용 천안시장, 의원 출신인 전용학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에서는 안 도지사의 재출마가 굳어지는 형국이다. 나소열 서천군수도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민선 4기의 득표율을 기계적으로 분석하면 새누리당이 유리하다. 당시 득표율은 안 도지사 42.25%,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해춘 후보 17.79%,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 39.94%인데 선거 후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이후 선진통일당으로 당명 변경)이 합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진 선거 구도에 그 이전 구도의 표심이 그대로 반영된다고 보긴 어렵다. 여당 후보군이 가시화되지 않은 8월 하순 ‘대전일보’ 여론조사에서 안 도지사는 37.2% 지지율로 1위를 달리지만, 지난 선거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 도지사는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데다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차세대 리더라는 점이 강점이다. 여당 후보 가운데 이명수 의원은 국회의원 재선 경력에 젊고 행정 경험도 풍부해 유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안 도지사는 행정 경험이 부족하고 민선 5기 동안 이렇다 할 도정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일부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찍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홍문표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거치면서 도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어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공주 출신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인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은 정치권 일부에서 공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지만 지지세가 넓지 않다. 충남도지사 선거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사후 처리, 내포신도시 성공 건설, 공주·부여 백제역사문화도시 조성 등이 주요 이슈다. 충청권 맹주를 노리는 이완구 의원의 활약 여부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
유한식 vs 최민호 민심의 선택?
2012년 총선과 함께 치른 세종시장 선거는 2년 만에 리턴매치가 예상된다. 선진통일당으로 출마했던 유한식 시장이 선거 후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바꿔 지난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민호 전 충남부지사와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현직 시장인 만큼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새누리당 후보는 꽤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번에 재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이춘희 민주당 세종시당위원장(전 행정도시건설청장)의 지지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거에서 37.34% 지지율을 얻어 41.73%를 획득한 유 시장과 혼전을 벌이기도 했다. 세종시장 선거는 과거 ‘세종시 원안 지키기에 누가 더 기여했느냐’를 가리는 선거보다 세종시를 명실상부 최고 명품도시로 발전시킬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찾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점차 늘어나는 중앙부처 공무원과 외지 유입 주민이 전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충북
이시종 재출마…새누리당 안갯속
장기우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traw825@donga.com
2010년 6월 2일 충북 옥천군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모습.
민주당은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재출마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때 청주 흥덕을이 선거구인 노영민(55) 의원의 이름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이 도지사는 취임 이후 큰 문제없이 충북도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눈에 띄는 당내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 도지사는 △청주·청원 통합 △오송 화장품 뷰티박람회 성공 개최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여러 성과를 바탕으로 재선 가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7월 1일 출범하는 ‘통합 청주시’를 탄생시키는 데 수훈갑으로 꼽히면서, 충북 유권자의 절반인 이 지역 표심을 잡을 경우 도지사 선거는 물론, 충북 전체에서도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안갯속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로는 이기용 충북도교육감, 한대수 전 청주시장, 서규용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등이다.
이 교육감은 지난해 충북도와 무상급식비 분담률을 놓고 마찰을 빚으면서 이 도지사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충북도지사에 관심 없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최근 각종 행사에 적극 참여해 출마 가능성이 상존한다. 반면, 한 전 시장은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겠다”며 도전 의사를 강하게 밝혔고, 9월 13일 청주에 정책사무실을 연 서 전 장관은 “충북 발전을 위해 사무실을 열었을 뿐이다. 선거와 연관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며 거리를 뒀다. 김 회장과 김 실장은 충북 출신의 성공한 기업인, 행정가이자 ‘새 얼굴’이라는 점에서 자천타천 후보로 오르내린다.
◆호남
여타 지역과 달리 호남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높은 곳. 그만큼 민주당 텃밭에서 안철수 신당이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가 관심사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거물급 인사가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향한다면 곳곳에서 격전이 펼쳐질 개연성이 높다.
광주
공문서 위조사건 민심의 향배는
이형주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peneye09@donga.com
강운태 광주시장이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그가 재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본다. 강 시장은 오랜 행정 경험에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던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 행정소송에서 다국적 투기자본에 승소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순조롭던 강 시장 재선 행보에 걸림돌이 생겼다.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신청서 국무총리 서명 위조사건이 그것이다. 강 시장의 재선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되던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오히려 ‘양날의 칼’이 돼 재선 가도를 위협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강 시장은 공문서 위조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났지만 지역에서는 그의 도덕적 책임론이 일고 있다.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파문 이후 경쟁자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졌다. 먼저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광산을)은 “박종길 문화체육부 제2차관이 자기 명의의 서울 목동사격장을 법인 명의로 변경하면서 서울시 공문서를 위조했다”고 폭로해 사퇴를 이끌어냈다.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광주시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던 문화체육부에 역공을 가한 것이다. 이 의원은 당원 늘리기에 나서는 등 활발한 선거 행보를 보인다. 강기정 3선 의원(북갑)과 민주당 시당위원장을 지낸 장병완 의원(남)도 경쟁력을 갖춘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내년 광주시장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는 안철수 신당 후보로 누가 출마할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가질지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안철수 신당 후보로는 안 의원의 정책 부문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자주 거론된다. 광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천정배 전 의원이 전남도지사 불출마를 선언하자 광주시장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한 윤장현 아이안과 원장도 출마를 시사하고 있다.
전남
이낙연 vs 주승용 벌써부터 접전
정승호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hjung@donga.com
내년 전남도지사 선거전은 민주당 이낙연 4선 의원(함평·영광·담양·장성)과 주승용 3선 의원(여수을)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히고 선거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3선인 박준영 전남지사가 내년에 출마하지 못하기 때문에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인 두 의원이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두 의원은 상대 진영인 전남 동부와 서부를 넘나들며 민심 접촉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강연과 방송 출연은 물론,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적극 활용해 지역 현안을 챙기며 밑바닥 표심도 다지고 있다.
여기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출마설도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박 전 원내대표는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출마와 관련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신당이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안철수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전남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인 편이다. 현재 이석형 전 함평군수와 김효석 전 의원이 주목받는다. 이 전 군수는 조만간 전남도지사 출마 여부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 또한 안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신당이 뜰 경우 도지사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한편 ‘전남일보’가 7월 실시한 차기 전남도지사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는 이낙연 의원 21.9%, 주승용 의원 19.6%로 오차범위(±3.7%) 내인 2.3%p 격차를 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양강 구도 속에서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11.5%, 김효석 전 의원은 6.7% 지지율을 보였다.
전북
민주당 4파전에 安風이 불까
강영희 새전북신문 정치부 기자 kang@sjbnews.com
전북 군산시의 한 투표함 제작 공장에서 플라스틱 투표함을 만드는 모습.
송하진 시장은 전주시장을 역임하고 도백 자리에 오른 김완주 도지사의 뒤를 잇겠다는 포부다. 일찌감치 시장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군 조직을 넓혀가고 있다. 3선인 김 의원은 성실함을 앞세워 다양한 그룹과 접촉, 전북 발전 로드맵을 그려 나가고 있다. 정읍시장을 지내고 무소속으로 호남에서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유 의원은 행정 경험과 추진력을 내세운다. 전북에서 ‘안풍’(안철수 바람)이 심상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대선후보를 지낸 거물급 정동영 상임고문 출마설이 돌지만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전제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조배숙 전 의원과 유종일 KDI(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채수찬 전 의원 등이다. 중도 성향 경제전문가인 강봉균 전 의원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안철수 신당 후보로 거론된다. 장세환 전 의원은 출마 의사를 접었다. 조 전 의원은 여성 도지사론을 내세우며 3선의 경험을 살려 안철수 신당 지지세력 결집에 밑거름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 교수와 채 전 의원은 안 의원이 선호하는 전문가 그룹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신당 후보군으로 자주 거론된다.
새누리당에선 정운천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전희재 중앙당 제2사무부총장이 후보다. 전주 완산을 총선에 출마했던 정 전 장관과 전북 부지사를 지낸 전 부총장 간 경선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전북 11개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가 관심사다.
◆부산·울산·경남
부산, 울산, 경남을 아우르는 ‘동남권’은 이른바 새누리당 텃밭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단 한 차례만 야권단일 무소속 후보였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보수진영을 꺾었을 뿐이다. 허남식 부산시장과 박맹우 울산시장은 세 번 연임해 출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경선전이 불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 역시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부산
새누리 텃밭 심상찮은 변화의 바람
조용휘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ilent@donga.com
민심 가늠자가 될 추석을 전후해 영남권 최대 승부처인 부산시장 선거 구도에 변화 바람이 감지된다.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김정훈 의원(남갑)이 지난달 초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조경태 의원(사하을)도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현재 김세연 의원(금정)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는 형국이다. 김 의원은 ‘국제신문’이 8월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 가운데 17.3%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굳힌 서병수 의원(해운대·기장갑)은 9.4%로 2위, 박민식 의원은 5.5%로 그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같은 달 30~31일 부산M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군 가운데 20.2%로 1위를 차지했다. 서병수 의원은 16.3%,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13.5%로 3위에 올랐다.
김 의원이 아직 출마를 결심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시장 적합도 지지율 1위’에 연거푸 오른 것은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의원직 중도 사임이 부담이긴 하다. 사상에서 3선을 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의 부상도 눈에 띈다. 유기준 의원(서), 이진복 의원(동래), 박민식 의원(북·강서갑)의 약진도 주요 변수다. 새누리당 처지에선 경선도 경선이지만, 중앙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무성 의원(영도)의 의중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19대 총선 당시의 지지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부산MBC 여론조사에서 조경태 의원이 민주당 후보 가운데 22.8%로 1위를 차지했고, 김영춘 전 최고위원이 8.3%, 박재호 시당위원장이 5.5%로 뒤를 이었다. ‘국제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김성식 전 안철수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범야권 후보군에선 16.2%로 1위를 차지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조 의원이 각각 13.4%와 11.6% 지지율로 그 뒤를 이었다.
야권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각각 후보를 낸다면, 새누리당은 편안한 선거전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오 전 장관도 출마에 소극적이라 유력 인사를 총출동시키려던 민주당 구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밖에서는 신정택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거론된다. 관계에서는 백운현 부산시 정무특보, 이영활 부산시 경제부시장 이름도 오르내린다.
울산
자천타천 예비후보들 치열한 물밑 싸움
정재락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raks@donga.com
울산에서는 여권 예비후보들이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지만, 아직 뚜렷한 주자가 없는 상태다. 새누리당에서 현재까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김두겸 남구청장뿐이다. 울산시의원과 남구의회 의장을 거쳐 2006년부터 남구청장을 연임하는 그는 ‘행정 전문가’임을 자처한다. 자천타천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로는 정갑윤 4선 의원, 김기현 3선 의원, 강길부 의원 등이다. 정 의원은 추석 이후 출마를 선언할 예정. 친박인 정 의원은 “중앙정치권에서 비중 있는 인사가 울산시장이 돼야 지역발전을 앞당긴다”는 논리를 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강 의원은 사실상 출마를 결심한 상태. 그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 시장에게 고배를 마신 후 두 차례나 시장후보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울산과 관련한 예산을 가장 많이 따온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의 도시개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책위원장 출신인 김 의원은 아직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그의 ‘무게’를 감안하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김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박맹우 울산시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의원 가운데 한 명이 시장후보가 되면 그 지역구 보궐선거에 박 시장이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하지만 박 시장은 “3번 시장으로 뽑아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일축한다. 야권에서는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울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심규명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 재선의원 출신인 조승수 전 진보신당 대표, 울산 동구청장을 역임한 김창현 전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경남
홍준표 vs 박완수 2강 리턴매치
강정훈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anman@donga.com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군으로는 홍준표 도지사와 박완수 창원시장, 이학렬 고성군수(61·3선), 김학송 전 의원이 거명된다. 권민호 거제시장, 이홍기 거창군수 등 초선 기초단체장들도 ‘패기’를 무기로 경선전에 뛰어들 개연성이 있다. 공창석, 조윤명 전 경남부지사도 잠재 후보군이다. 최근엔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 등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홍 도지사와 박 시장의 ‘2강(强)’ 리턴매치가 관심사다. 최근 ‘국제신문’ 여론조사에서는 홍 도지사가 박 시장을 상당히 앞섰다. 반면 박 시장 측은 “자체 조사 결과는 비슷한 지지세”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보궐선거 경선에서는 홍 도지사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고, 재선 도전을 공언한 상태. 최근에는 현장을 자주 방문하며 주민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박 시장은 홍 도지사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참모진을 정비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연말쯤 자신의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수도 “내년 초 결단을 내리겠다”는 처지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정현태 남해군수,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거론된다. 강병기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위원장도 물망에 오른다. 그러나 민주당 김두관 전 도지사의 중도 사임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데다, 야권 전체의 결집력마저 약화돼 새누리당의 ‘독주’가 예상된다. 내년 경남도지사 선거전은 △진주의료원 폐업 △경남도청 마산 이전 △공공기관 서부권 이전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모두 홍 도지사가 만든 이슈다.
◆대구·경북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대구·경북지역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공천 경쟁이 달아올랐다. 역대 선거 사상 가장 많은 후보가 입에 오르내린다. 후보가 많은 이유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민의 공감대가 확산된 데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75%)로 당선된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3선 도전 성공 여부도 관심사다.
대구
3선 피로감 김범일 낙관 어려워
장영훈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ang@donga.com
2010년 6·2 지방선거 개표 모습.
김 시장의 3선 당선을 낙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 지역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고, 3선에 따른 피로감도 감지되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남은 임기 동안 지역 사업을 정부 국정과제와 연결해 좋은 모델을 제시하겠다. 국가산업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 테크노폴리스 등이 성과를 내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과 치열한 ‘공천 경합’을 벌일 후보로는 10여 명이 거론된다. 선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물밑 움직임은 한창이다.
국회의원 중에는 새누리당 서상기 3선 의원(북을)과 조원진 재선의원(달서병)이 조심스럽게 지역 여론을 살피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출마를 고려했다가 포기한 서 의원은 선거 구도 등을 보고 공식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조 의원은 안팎으로 “대구가 바뀌려면 관료 출신이 아닌, 경제인이나 정치인이 시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단체장 중에는 이재만 동구청장과 곽대훈 달서구청장, 윤순영 중구청장 등 3명이 거론된다. 이 구청장은 업무 추진력에서 높은 점수를, 곽 구청장은 행정 관료 출신으로서 행정을 무리 없이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에서 유일한 여성 단체장인 윤 구청장은 문화, 관광 등 특색 있는 정책 추진력 덕에 후보군에 꾸준히 오르내린다. 이들은 모두 지역 발전에만 전념하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
야권 인사는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이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수성갑에 출마해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과 맞붙어 40.4%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의원(52.7%)과 12.3%p 차였다. 그는 내년 초 입국 예정으로, 현재 미국 연수 중이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의 경우 대구 정치 변화를 위해선 정당 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선다면 또 다른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김관용 높은 벽에 누가 도전하나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3선 도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지역 여론과 선거 양상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강하게 나서는 예비후보도 아직 보이지 않는 편이다. 김 도지사가 꾸준히 쌓아놓은 높은 벽에 도전장을 내밀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 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75%라는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높은 득표율은 탄탄한 지지세로 이어졌고 강한 정책 추진력으로 뒷받침됐다. 김 지사의 약점이라면 고령(내년 73세)인 점. 그러나 50, 60대 단체장보다 더 많이 현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 나이는 걸림돌이 아니라는 분위기도 있다. 새누리당 공천 기준에 나이를 적용하면 모르지만 현재로선 공천에 별다른 변수가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비후보들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내년 선거보다 그 차기 선거를 목표로 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지만 15, 16, 17대 의원을 지낸 권오을 전 의원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학술 및 정치포럼 등을 열며 지역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만 출마 여부는 신중히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과 이철우 의원(김천)의 이름도 오르내리지만, 이들은 김 도지사의 불출마를 전제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도전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두 의원은 “김 도지사가 도정 수행을 잘하는 만큼 선거 출마는 그 이후 고려할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도지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박승호 포항시장과 남유진 구미시장은 기초단체장 3선 도전에 나설 계획을 세운 상태다. 그동안 벌여온 사업과 현안을 잘 챙겨 지역 발전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이다.
경북지역은 2000년 이후 각종 선거에서 새누리당 득표율이 높았다. 야당은 후보난을 겪고 있고, 무소속 진영 또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가 거의 없다.
◆강원·제주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강원 지역구 9석을 모두 새누리당에게 내주는 참패를 당한 만큼 ‘내년 도지사 선거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다. 새누리당 역시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에 연거푸 패한 만큼 ‘도지사 탈환’ 의지가 강하다. 제주는 김태환, 신구범 전 도지사와 우근민 도지사 3명을 ‘제주판 3김’으로 보고, 이들의 공동 불출마를 요구하는 세대교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원
도지사까지 새누리당 싹쓸이할까
이인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imlee@donga.com
201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선 출마에 뜻이 없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이를 ‘출마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일단 도지사로서의 책무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정도로 받아들였다.
지금도 최 도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최 도지사의 측근들은 출마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최 도지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를 둘러싼 정치 환경이 출마를 종용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는 최 도지사 외에 후보로 거론조차 되는 인물이 없다. 민주당 내에 강원 출신 인물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최 도지사의 아성이 그만큼 견고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강원 지역구 9석을 모두 새누리당에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도지사 선거까지 새누리당에 패한다면 민주당 처지에선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궁지에 몰린 민주당으로선 필승 카드로 꼽히는 최 도지사의 출마 외에 대안이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에 비해 새누리당은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가 많다.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최흥집 강원랜드 대표와 이광준 춘천시장은 출마가 확실시된다. 여기에 최명희 강릉시장과 육동한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출마설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이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갖춘 최 도지사와 맞대결을 벌일 경우 확실한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새누리당 내에서는 현역의원 징발설까지 나온다. 한기호 재선의원(철원·화천·양구·인제), 황영철 의원(홍천·횡성), 권성동 의원(강릉) 등 3명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이 의원 신분을 포기한 채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전장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보궐선거에서 이계진 전 의원, 엄기영 전 MBC 사장 등 거물급 인사를 내세우고도 민주당 이광재, 최문순 후보에게 잇달아 패했다. 내년 선거에서도 패한다면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도당 관계자는 “총선을 싹쓸이했지만 도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패한다면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승리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 필승 카드로 어떤 인물을 내세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제주
세대교체론 바람은 불어오나
임재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y788@donga.com
제주는 ‘세대교체론’이 화두다. 가장 강력한 후보인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견제하려고 후보군이 세대교체를 들고 나와 판을 흔드는 양상이다. 우 도지사를 비롯해 김태환 전 도지사, 신구범 전 도지사 등 3명이 1991년부터 관선, 민선 도지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20년 동안 제주를 좌지우지했다. 우 도지사를 견제하는 후보군은 이들 3명이 제주 사회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하면서 ‘제주판 3김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 같은 세대교체론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인 김 전 도지사가 불을 지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잠재적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주목받던 김 전 도지사는 8월 30일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제주 사회의 세대교체, 사회통합, 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해 3명이 공동으로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희범 제주도당위원장(전 한겨레신문 대표)이 이에 즉각 반응했다. 고 위원장은 “새로운 리더십이 제주 미래를 끌고 갈 때가 왔다”며 세대교체가 시대적 소명이라고 주장했다.
일찌감치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방훈(59) 전 제주시장이 뒤를 받았다. 김 전 시장은 “이제 원로로서 젊은 세대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조언하는 구실을 했으면 한다”며 정치적 퇴진을 촉구했다. 우 도지사는 ‘동반 불출마’ ‘세대교체론’ 등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소속인 우 도지사의 새누리당 입당설이 선거 구도에 메가톤급 변수로 등장했다. 청와대와 교감을 나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한 치 앞도 모르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우 도지사 측 관계자는 “입당은 워낙 민감하고 중차대한 문제라 본인이 직접 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우 도지사 입당이 현실로 드러나면 내년 제주도지사 선거전은 당초 새누리당, 민주당, 무소속 등 3자 구도에서 새누리당, 민주당 양자 구도로 변할 개연성이 높다. 정책 쟁점은 지난 선거에서 우 도지사가 공약한 ‘행정체제개편’ 이행 여부에 초점이 모아진다. 우 지사는 행정시장(제주시, 서귀포시)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개편안을 추진하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그에 반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