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본사 강당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5S와 아이폰5C를 공개했다. 아이폰5S는 프리미엄 폰인 기존 아이폰의 계보를 이은 제품이고, 아이폰5C는 애플이 처음으로 선보인 중저가 폰이다. 고급형과 보급형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대폭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두 제품은 9월 20일 미국,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 9개국에서 1차 출시해 판매에 들어간다. 이어 연내 100개국 270여 개 이동통신사를 통해 발매할 예정이다.
아이폰5S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먼저 프리미엄 폰답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혁신이 돋보인다. AP는 개인용 컴퓨터(PC)의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두뇌 구실을 하는 반도체다. 애플은 아이폰5S에 세계 최초로 64비트 AP인 ‘A7’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 AP는 모두 32비트로, 아이폰5S를 아이폰5는 물론 다른 스마트폰보다 최대 2배 빠르게 구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07년 나온 오리지널 아이폰과 비교하면 그래픽 속도는 56배, 연산 속도는 40배 향상됐다. A7 역시 기존 AP처럼 애플이 직접 설계했다.
아이폰5S·아이폰5C 반응은
이 제품은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칩인 ‘M7’을 내장해 사용자의 동작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앱)에 전달한다. MEMS 칩에는 작은 기계장치가 들어가 스마트폰의 움직임과 높이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카메라 기능도 개선했다. 흔들림 방지, 피부색 보정 기술은 물론, 사진 여러 장에서 선명한 부분을 골라 합성하는 기술까지 나왔다. 그룹핑 기능을 제공해 사진을 촬영한 시점과 장소별로 자동 분류해준다. 카메라에는 기존 16대 9 비율과 함께 정사각형(일대일) 촬영 모드를 추가했다. 필터 기능도 더해져 9가지 효과를 사진에 적용할 수 있다.
아이폰5S는 당초 알려진 대로 홈 버튼 부분을 사파이어로 만들었으며 지문인식 장치도 내장했다. 지문인식에 대한 애플의 접근이 새롭다. 애플은 지문인식을 보안기능보다 사용 편의기능으로 해석했다. 아이폰에 비밀번호나 잠금 패턴을 설정하면 잠금을 해제할 때마다 해당 번호나 패턴을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폰5S는 지문인식을 설정하면 홈 버튼에 손가락을 갖다대기만 해도 잠금이 풀린다. 지문인식은 앱스토어에서 앱을 구매하거나 업데이트할 때도 쓰인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려고 사용법이 번거로운 보안기능을 써왔던 사용자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색깔도 달라졌다. 기존 아이폰 색깔인 블랙에 금색과 은색(스페이스 그레이)을 추가했다. 가격은 미국 이동통신사 약정 시 16GB 모델은 199달러(약 21만6000원), 32GB 모델은 299달러(약 32만4000원), 64GB 모델은 399달러(약 43만3000원)다.
애플의 글로벌마케팅 책임자 필 실러 수석부사장은 금색 아이폰5S를 가리켜 “스마트폰의 골드 스탠더드(황금표준)”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 이동통신사 기준 2년 약정을 하면 아이폰5C를 16GB 모델은 99달러(약 10만7000원), 32GB 모델은 199달러(약 21만6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으면 기존 제품은 단종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낮춰 일정 기간 판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한 중저가 제품을 내놓았다. 아이폰5는 단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5C가 아이폰5나 아이폰5S와 가장 크게 차이 나는 점은 겉모양이다. 애플은 5C의 뒷면과 옆면을 일체형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으로 처리했다. 색깔은 분홍색, 연두색, 파란색, 노란색, 흰색 등 5종으로 나왔다. 여기에 함께 발표한 다양한 케이스를 씌우면 최대 30종까지 색깔을 바꿀 수 있다.
성능은 기존 아이폰5와 비슷하다. 아이폰5C는 A6 프로세서와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800만 화소 카메라 등을 적용했다.
애플이 중저가 폰을 내놓은 이유는 중국과 같은 이머징 마켓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프리미엄 시장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성장하려면 중저가 전략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애플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등에서 유독 맥을 추지 못했다.
소프트웨어도 달라졌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운영체계(OS)인 iOS의 새 버전 iOS7을 9월 18일 내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이폰 4, 4S, 5 사용자와 아이패드2 이후 모델 사용자는 이날부터 무료로 iOS7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iOS7은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이콘은 볼록해졌고 디자인은 단순해졌다. ‘밀어서 잠금해제’ 방식으로 폰을 활성화하는 것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슬라이드바가 없어지고 화면 전체를 오른쪽으로 밀면 활성화가 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기화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제어센터 기능을 신설한 것이다. 화면을 위로 쓸어 올리면 제어센터가 나타난다. 이를 통해 비행모드와 방해금지모드,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을 간단히 설정할 수 있고, 음악 재생과 화면 밝기 및 볼륨 조절도 가능하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통해 주변 애플 이용자들과 사진이나 연락처 등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에어드롭’ 기능도 새롭게 추가했다. 또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이튠즈 라디오가 신설됐으며, 새로운 벨소리도 선보였다.
여러 변화 가운데 소비자에게 가장 환영받은 것은 그동안 유료로 제공해오던 주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키로 한 결정이다. 사진 편집 프로그램 ‘아이포토’, 영상 편집 프로그램 ‘아이무비’와 업무용 프로그램 모음 ‘아이웍스’ 등 5개 프로그램이 그 대상이다. 아이웍스에는 워드프로세서 ‘페이지스’, 스프레드시트 ‘넘버스’, 프레젠테이션용 프로그램 ‘키노트’가 포함돼 있다.
쿡 CEO는 이날 발표에서 “iOS 기기의 출하, 판매 대수가 10월 7억 대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전략 변화, 애플이 걸어갈 길
이러한 많은 변화에도 오직 ‘애플’만이 할 수 있는 혁신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개선과 발전은 있었지만 혁신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찌됐건 애플은 자신이 살 길을 찾은 듯 보인다. 어차피 잡스가 주도했던 혁신은 잡스가 없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을 바꿨던 애플은 이제 시장 변화에 따라 자신의 전략과 제품을 바꿔갈 것으로 예상된다. 발표 장소가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애플 본사로 바뀐 점도 변화를 보여주는 일면이다.
아이폰5C로 포문을 연 애플의 중저가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 미니의 중저가 버전도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프리미엄 시장도 동시에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저가 버전을 준비하면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프리미엄 아이패드 미니도 개발 중인 이유다.
국내 부품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많은 아이패드 미니를 레티나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 협력사들도 관련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