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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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결정에 문제없다고 받는가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09-16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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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값 결정에 문제없다고 받는가
    의사, 약사가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처벌받았다는 뉴스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몇 개월마다 우리나라 굴지의 제약회사 및 그 관계자들이 의사와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처벌받고, 이에 따라 의사나 약사 수백 명 역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처벌받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도 동아제약 영업사원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국민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를 ‘검은돈’이나 받아 챙겨 국민에게 약값 부담을 더하는 양식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의사나 약사 얘기는 다르다. 리베이트를 받은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라고 항변한다. 이 때문에 처벌을 계속해도 리베이트 수수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의사들이 법원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리베이트 문제로 처벌받은 의사가 560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는 과거에도 공정거래를 해친다는 이유로 처벌했다. 그러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까지 형사처벌하는 쌍벌제를 시행한 건 2010년 11월 의료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의사나 약사가 리베이트 받은 사실이 적발되면 의료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될 뿐 아니라, 받은 리베이트 금액이 300만 원이 넘으면 2개월에서 1년까지 의사면허정지 행정처분까지 받는다. 형사재판의 경우 대부분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선고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실제로 부담스러워하는 불이익은 면허정지 행정처분이다.

    의사들은 리베이트와 약값은 관계가 없다고 항변한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직접 처치하거나 처방을 통해 환자들이 약국에서 구매하는 약값은 시장 기능에 의해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보험제도로 인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며, 여기에 제약회사 로비가 작용할 수 있어 우리나라 약값이 외국에 비해 비싸게 책정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리베이트 대상이 되는 약품은 대부분 복제약인데, 어느 것을 쓰든 기능이나 효험에 차이가 없어 결국 제약회사 간 약품 판매경쟁은 가격경쟁일 수밖에 없고, 고시된 약값에 차이가 없으니 결국 약값 할인 부분을 의사나 약사에 대한 리베이트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약품을 선택하는 주체가 환자가 아닌 의사나 약사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할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똑같은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팔라고 하니 뒤로 리베이트라는 방법을 통해 가격 할인 경쟁을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약값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의사나 약사가 법으로 금지한 리베이트를 받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의사나 약사가 받는 리베이트는 장기적으로 결국 약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제약회사의 재정 상태를 악화해 우리나라 신약 개발 여력을 소진시킬 수 있다.

    의사나 약사는 리베이트를 받고 나서 이러쿵저러쿵 항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명분을 갖고 가격 인하 등 합리적인 약값 정책을 촉구하거나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은 전문가이자 지식인인 의사와 약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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