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명훈(위)이 9월 24~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을 이끈다.
“또 정명훈이야?”하고 지나쳐버릴 법하지만, 놓치기 아까운 연주회가 하나 더 있다. 9월 24~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필) 내한공연이다. 정명훈은 2000년부터 음악감독으로 이 악단을 이끌어오고 있다.
라디오 프랑스 필은 파리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더불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3대 오케스트라에 꼽힌다. 특히 단원 140여 명 가운데 30~40대가 다수를 차지해 유연하고 역동적이다.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다양한 편성으로 순발력 있게 연주하며, 국영방송 라디오 프랑스에 다채로운 음악 콘텐츠를 제공한다. 프랑스 2·프랑스 5 TV와 프랑스 무지크 라디오를 통해 라디오 프랑스 필의 콘서트가 전역에 중계된다.
정명훈은 2006년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자리에 앉으면서, 연주력 향상을 위해 라디오 프랑스 필 인력을 서울로 데려왔다.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와 트럼펫 알렉상드르 바티, 트롬본 앙투안 가나예, 팀파니 아드리앙 페뤼숑이 두 악단을 겸임한다.
현재 라디오 프랑스 필은 “집중과 긴장 속에서 일어나는 다채로운 색상의 변화, 그 안에서 빛나는 반짝임”(일본 음악평론가 테라니시 도모유키)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렇듯 색채감 넘치는 ‘프렌치 사운드’의 기반을 쌓은 것은 정명훈의 전임이었던 마레크 야노프스키(74)다.
야노프스키는 1984년부터 2000년까지 음악감독을 지내며 라디오 프랑스 필이 안정적인 악단으로 거듭날 수 있게 애썼다. “국영방송에 속한 오케스트라인 만큼 구성이 관료적이었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야노프스키는 회상한다. 라디오 프랑스 필은 야노프스키의 지휘봉 아래 독일 교향곡 레퍼토리를 차례로 섭렵하며 기복 없는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 정명훈도 라디오 프랑스 필을 “기능적으로 완벽한 오케스트라”라고 칭한다.
후임 정명훈에 대한 야노프스키의 평가는 이렇다. “정명훈은 음악적 마법을 불러일으키며 라디오 프랑스 필에 예술적인 영혼을 불어넣었다.” 정명훈은 2015년까지 라디오 프랑스 필과 함께하며, 그의 지휘봉은 핀란드의 젊은 지휘자 미코 프랑크(34)가 건네받는다.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필은 지금까지 세 차례 한국 무대에 섰다. 2004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카르멘’을 반주했고, 오케스트라 단독 투어는 2002, 2007년에 이어 6년 만이다. 2002년 피아니스트 백혜선, 2007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했으나 올해 프로그램은 협연자 없이 교향곡으로만 구성했다. 프랑스 관현악의 진수를 찬란한 색채감으로 선사하는 본고장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다. 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은 “목관악기의 미묘한 몽환, 화려한 금관악기의 다이내믹은 정명훈의 장기이자 라디오 프랑스 필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평한다.
9월 24일에는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카니발’ 서곡과 ‘환상 교향곡’,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을 연주한다. 25일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와 라벨의 ‘라 발스’,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을 들려준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은 2007년 내한공연 때 큰 호평을 받았고,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시절 레코딩으로 전 세계 음악 애호가를 매료시킨 작품이다. 생상스의 ‘오르간’은 1996년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이후 17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